[팩트체크] 식당 공깃밥 정말 1500원?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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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음식점에서 통용되는 '국룰'이 있다. 바로 주 메뉴 아랫부분에 쓰여있는 '공깃밥 1000원, 음료수 2000원, 소주 맥주 4000원' 이라는 가격표다.

하지만 쌀값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이 국룰을 흔들고 있다. 배달 업계를 중심으로 공깃밥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26일 "야금야금 오른 밥값…공깃밥, 이젠 1500원" 기사를 내보냈다. 쌀값이 올라 배달을 중심으로 공깃밥을 1500원 받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출처:아시아경제 홈페이지
출처:아시아경제 홈페이지

 

이후 "공기밥 1500원 운동 동참해주세요"···호소 왜?"(뉴시스), “공깃밥=1000원 공식 깨지나”…쌀값 급등에 외식업계 ‘이중고’(동아일보) 등 비슷한 기사들이 발행됐다.

뉴스톱은 '공깃밥이 1500원'이라는 보도 내용을 팩트체크했다.

◈식당 공깃밥 1500원 대세됐나? - 아직은 1000원이 대세 

위 기사들의 제목만 보면 식당에서 판매 중인 공깃밥이 1500원으로 인상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기사 본문을 살펴보면 제목과는 다르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극소수의 식당에서 공깃밥 가격을 올렸고 대부분은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놨다.

뉴시스는 "회원수 65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공기밥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톱이 해당 카페를 검색해봤다. 

출처: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출처: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공깃밥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있다. 배달음식을 보낼 때는 햇반을 넣어주고 1500원을 받는다는 글이 제법 눈에 띄었다. 홀 영업을 하는 점주들은 공깃밥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 반발이 심할 것을 우려하는 글이 많았다. 일부 식당에서 1500원을 받는 사례를 놓고 일반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1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상을 할 경우 손님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탓에 가뜩이나 위축된 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왜 올리려 하나? - 쌀값 많이 올라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통계청에서 물가 관련 통계를 하나 뽑아봤다. 생활물가지수이다. 2015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하는 방식이다. 전국 쌀값은 지난해 117.77이다. 쌀값이 2015년에 비해 17.77% 높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쌀값 통계를 봐도 확연히 올랐다.

출처: KAMIS 농산물 유통정보
출처: KAMIS 농산물 유통정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를 통해 검색한 결과 올해 쌀(상품 기준) 20kg 소매가격은 6만원 이상에 형성되고 있다. 평년 가격은 4만1641원, 1년전 가격은 4만7100원이다. 1개월 전 가격(5만6240원)과 비교해도 인상 폭이 크다.

 

◈공깃밥 1000원 원가는 얼마?

공깃밥 한그릇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90g 정도이다. 편의상 100g으로 계산하면 20kg 쌀 한 포대로 공깃밥 200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사용하는 솥의 종류에 따라 누룽지가 나오기도 해서 실제 만들어지는 공깃밥 수는 200그릇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밥을 담을 때 주걱으로 밥알을 세워 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200그릇보다 더 나올 수도 있다.

쌀을 씻어야 하고 밥을 지을 때 물도 들어가야 하니 수도요금이 더해진다. 쌀 씻는 물은 쌀 100g 기준으로 0.28L가 소요된다. 수도요금이 리터당 0.74원 수준이므로 0.2원으로 계산한다. 전기 또는 가스로 밥을 지어야 하니 연료비(또는 전기료)가 추가된다. 요금은 쌀 100g 당 전기료 기준 18원이다.

밥은 밥솥이 짓더라도 쌀을 씻고 앉히고 다된 밥을 그릇에 퍼담아야 하므로 인건비도 포함해야 한다. 200그릇 분량의 쌀을 씻고 밥 앉히고 그릇에 퍼담는 데 3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2021년 최저임금의 시급 기준(8720원)의 절반인 4360원이 든다. 그릇당 22원이다.

계산해보면 20kg 쌀 한 포대를 6만원으로 잡았을 때 공기밥 한 그릇의 원가는 쌀값(300원), 상수도요금(0.2원), 전기요금(18원), 인건비(22원)가 포함된다. 340.2원. 

설겆이도 해야되고 하수도 요금도 내야되고 물이용부담금도 내야하는 것을 감안해 거칠게 계산해도 400원 안팎이다. 물론 이 가격에는 식당이 내는 가겟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통 요식업계에서는 가격의 절반 정도가 마진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공기밥의 원가는 적정 마진에 근접하지만 쌀값이 더 오를 경우 식당주인들은 공기밥 가격 인상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줄어드는 마진율을 보며 인상카드를 만지작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깃밥 1000원 국룰 바뀌나?  

대형 식품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즉석밥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 연휴 이후 햇반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오뚜기도 지난해 9월 '오뚜기밥' 가격을 약 8% 인상한데 이어 이달 중 7~9% 올릴 예정이다. 동원F&B는 이미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 인상했다. 즉석밥 제조사들은 "원재료인 쌀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출처: 뉴스톱
친환경쌀로 밥을 짓던 서울 중구 한 식당이 쌀값 인상 등으로 일반미로 바꿨음을 안내하고 있다. 출처: 뉴스톱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고 5인 이상 집합금지 강화된 방역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쌀값 상승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압박하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공깃밥 가격 인상을 두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쌀값 인상분을 반영해 공깃밥 가격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공깃밥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손님들의 강한 반발이 우려되므로 현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부 배달 음식에는 공깃밥 대신 즉석밥을 넣어주고 1500~2000원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홀 영업을 하는 식당에서도 공깃밥 가격을 올려받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과연 '국룰'로 불릴만큼 널리 퍼져있는 '공깃밥=1000원'이라는 공식은 깨질 것인가?


뉴스톱은 '공깃밥이 1500원'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들을 팩트체크했다. 쌀값 상승 탓에 극소수 배달 음식에선 공깃밥을 1500원에 주거나 아예 즉석밥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선 공깃밥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뉴스톱은 해당 언론 보도들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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