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저작권법 위반?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2.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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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으로 도서관의 휴관일수가 늘어나며, 전자책 대출 등의 비대면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일반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대출하는 것처럼, PC, 스마트폰, 태블릿을 이용하여 전자책을 대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직접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전자책을 대출 및 열람할 수 있으며, 도서관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야간에도 자유롭게 대출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판협회)가 한국도서관협회(이하 도서관협회)에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며 “온라인 전자책 대출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신문을 비롯해 몇몇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 저작권법상 전자출판물은 도서관 안에 있는 컴퓨터 등을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접속과 도서관 밖에서 이뤄지는 PC 등을 통한 관외열람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전자책이 독서를 즐기는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 시점에서,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불법 행위”라는 출협의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저작권법상 도서의 관외 복제·전송은 불법이다→사실

출판협회는 도서관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도서관계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비록 공공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사유재산이나 다를 바 없는 저작재산권과 배타적 발행권에 대한 침해행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관외열람행위는 현행 저작권법상 권리 침해자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판협회는 도서관협회에 “불법적인 전자책 도서관 운영의 즉각 중단”할 것과 함께, “문제가 되는 도서관에 대해 전자책 도서관 설립 이후 운영내역을 제출받아 통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에 불응하거나 자료를 폐기, 은폐할 경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저작권법 제31조에 따르면 도서관은 △저작권을 가진 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부수 내에서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도서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해 도서를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다만 도서관 안에서만 열람할 수 있으며, 해당 도서가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때에는 디지털 형태로 복제할 수 없다. 관내 열람만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관외 복제·전송은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출판협회 박용수 상무이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출판사와 저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국 도서관에서 너도나도 전자책 서비스를 남발해 상업적 피해가 너무 커졌고, 적절한 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책을 복제 및 전송할 수 있는 배타적 발행권자는 출판사이며, 독점적인 복제 전송권을 갖고 있다”며 “이를 도서관 측에서 위법하게 복제 전송함으로써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도서관이 관외에서 이용자들이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 등을 디지털 형태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이루어지는 전송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저작권법 제46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저작권자는 다른 사람이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자신의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도서관이 이용자들의 관외 열람을 위해 도서등을 디지털 형태로 전송하였다면,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일)할 수 있다.

◈ 도서관이 불법적인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사실 아님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도서관협회 측은 출판협회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서관협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전자책 서비스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거나 저작권자, 출판권자, 배타적 발행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저작권법 제31조가 도서관의 저작물 온라인 서비스의 범위를 도서관 내부로 제한하고 있지만,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할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한 것이지 이미 전자적인 형태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는 전자책 납품처와 체결한 구매 또는 구독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계약 체결 과정에서 결정된 서비스의 범위와 조건에 따라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기존에 전자책으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만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닐뿐더러, 배타적 발행권자인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비용 역시 지급하고 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도서관협회는 “(출판계와 도서관이)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동반자로서 상생과 협력을 위한 방안 마련에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할 현 시점에, 출협의 이런 돌발 행위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특히 출판협회의 회원사도 아닌 일선 도서관에 전자책 서비스의 구체적인 운영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관련 내용을 제출하지 않을 시에는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자책의 관외열람을 금지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판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저작권법상 도서관 등의 복제에 관한 조항이 있으나 관외열람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영국은 사서에 의한 복제를 면죄하는 조항이 있으며, 독일은 종이책의 관외열람을 금지하나, 전자책의 경우 별도 규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 최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서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도서는 도서관 밖으로도 복제·전송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정리하자면, 도서관 내의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복제해 관외로 전송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관내 복제·전송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외 열람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서관협회와 전국의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온라인 서비스가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출판협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도서관협회에 따르면, 도서관은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데 있어 기존에 전자책으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며, 계약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2021. 02. 15. 17:30 반론 추가)
기사 내용에 대해 출판협회에서 반론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반론 보장 차원에서 하단에 추가합니다. 뉴스톱은 기사 내용 추가 및 수정에 있어서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출판협회 관계자는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디지털 형태의 도서’는 종이책 스캔본 등을 포함한 전자책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법조항 입안 자체가 도서관의 열람범위를 제한하기 위함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미 디지털 형태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을 대상으로 하기에 문제 없다’는 도서관협회의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고 밝혔다. 

적법한 이용료를 내고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도서관협회 측의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배타적발행권자인 출판사는 법적으로 저작권자와의 계약기간이 최대 3년이다. 때문에 계약이 종료된 작품들이 있는데, 도서관은 계약종료된 전자책을 즉시 소멸시켜야 하지만 지속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도서관은 출판사의 배타적발행권 재설정여부를 확인하거나 원저작권자를 찾아 별도의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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