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 백신접종 계획, 변이 바이러스 막을 수 있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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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완화시켰다.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것엔 위험이 따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3차 유행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자칫 이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느슨해져서는 결코 안 되겠다”고 말했다. 완화된 거리두기 내용과 배경, 백신 접종 계획 등에 대해 뉴스톱이 분석했다.

출처: 중앙방역대책본부
출처: 중앙방역대책본부

 

◈완화된 거리두기

①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유지

가장 강력한 방역 수칙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된다. 방역 당국은 "단계 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위험을 줄이고 개인 간의 전파를 막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동거가족이 아니더라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생계를 함께하지 않더라도 조부모, 부모, 자녀 등 3대가 모이는 것은 인원 수에 관계 없이 허용된다. 그렇다해도 분가한 형제자매끼리 모이는 것은 금지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5일 백브리핑에서 “현재 방역적 위험도가 떨어져서 예외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며 “장기간 조치를 하다 보니 연로한 부모를 찾아뵐 수 없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족간 만남의 범위를 넓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형제를 만나는 것은 아직까지 위험하다’ 해서 부모님만 인정했다. 부모를 만나는 것도 여전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짧은 안부를 전하는 만남만 정도 하는 게 좋다. 식사를 하거나 함께 오래하는 부분은 여전히 위험성 있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설 관리자가 있는 스포츠 영업 시설에 대해서도 예외가 적용된다. 실내·외 사설 풋살장, 축구장, 야구장 등에서 경기 개최가 가능하다. 단, 출입 명부작성,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및 손소독제 비치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②영업 시간 제한 완화

일부 업종에 대해선 영업 시간 제한을 완화했다. 그 동안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됐던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홀덤펍은 핵심방역수칙을 준수할 경우 22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도권은 12주, 비수도권은 10주 동안 집합금지가 지속되면서 해당 업종 업주와 종사자들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수도권 21시, 비수도권 22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던 식당·카페(취식금지),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방문판매업, 파티룸과 실내스탠딩공연장은 수도권은 22시로 영업 가능 시간이 늘었고, 비수도권은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했다.(비수도권 방문판매업은 22시로 제한)

영화관, PC방, 오락실, 학원, 독서실, 놀이공원, 이미용업, 대형마트 등은 전국적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됐다. 수도권 영화관·공연장은 좌석 한 칸 띄우기 또는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를 준수해야 한다. 스포츠 관람도 허용돼 수도권은 정원의 10%, 비수도권은 30%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종교시설은 수도권 20%, 비수도권 30% 이내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모임, 식사, 숙박은 금지된다.

출처: 중앙방역대책본부
출처: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신감? 병상 확보 숨통

방역당국이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까닭은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방역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 여력이 확충됐기 때문에 방역 조치를 완화한 측면도 강하다. 정부 당국은 의료 기관과 민간·공공분야의 협조를 받아 지속적으로 병상을 확보했다.

12일 기준 생활치료센터는 총 46곳, 7292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30.8%로 5047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 지역 가동률 32.5% 4199병상 이용 가능)

감염병전담병원은 총 8732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25.3%로 6522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2468병상의 여력이 있다. 중환자병상은 총 764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 545병상, 수도권 310병상이 남아 있다.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2021년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
2021년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

 

◈백신 접종 일정 어떻게?

고령자 접종 가능 여부가 논란을 빚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미만으로 접종대상이 확정됐다. 우선 요양병원‧요양시설 등 고령층 집단 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만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정보를 확인한 후(3월 말 예상)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3월말까지는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백신 효능(효과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이 부족하다"며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고령자 임상 참여자가 660명(7.4%)으로 통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이 커질 경우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미국 임상시험 결과, 접종국가 효과 정보 등 추가 자료를 확인하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방접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2월26일부터 첫 접종이 실시되는데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가 첫번째 접종 대상이 된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보건의료인),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등이 뒤를 이어 접종하게 된다. 65세 미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아무리 빨라도 4월 이전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백신 접종이 지연될수록 '선택압'에 의해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백신접종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면역이 형성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을 회피하기 위해 변이를 하게 된다. 백신 접종 기간이 길어질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하게 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선택압에 의해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중이다. 해외 변이바이러스 유입을 막음과 동시에 군사작전하듯이 백신을 전국민이 빠르게 맞아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문제는 65세 이상의 접종이 지연될수록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1분기에 한국에 들어오는 백신규모는 약 100만명분으로 전체 도입물량 4300만명분의 2.3%에 불과하다. 1분기에 접종 차질을 빚더라도 2분기부터 들여오는 물량을 제대로 맞는다면 전체 접종 일정에 큰 차질이 없을 수는 있다. 다만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어느 시점에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승인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변이 바이러스…미국에서도 발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주요 변이 바이러스로는 영국발(B.1.1.7), 남아프리카발 2종(B.1.351, B.1.1.7), 브라질발(P.1)로 미국에서도 각각 1173건, 17건, 3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여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변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아직 변이 코로나19가 전염력이 더욱 강한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인간 세포 침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함에 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는 1% 미만의 코로나19 샘플에서 유전자를 분석했기 때문에 변이 코로나19가 주종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샘플을 채취해 조사를 벌였지만, 최초 발현지를 지목하지는 못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치료제와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된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능을 나타내지만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치료제와 백신도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업데이트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약물 개발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이자 백신의 중화항체 형성 정도 연구 결과. 왼쪽부터 중국 기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영국(UK), 덴마크(DK), 미국(US), 브라질/일본(BR/JP), 남아프리카공화국(SA).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기존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거의 유지됐으나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효과가 크게 반감되었다. 출처: 미 하버드대 발라스 랩
화이자 백신의 중화항체 형성 정도 연구 결과. 왼쪽부터 중국 기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영국(UK), 덴마크(DK), 미국(US), 브라질/일본(BR/JP), 남아프리카공화국(SA).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기존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거의 유지됐으나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효과가 크게 반감되었다. 출처: 미 하버드대 발라스 랩

 

최근 미국 하버드대 알레한드로 발라스 교수는 화이자/바이오엔텍의 mRNA 백신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중화항체를 얼마나 형성하는지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영국과 미국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덴마크 변이 바이러스에는 약간 효과가 떨어졌고, 브라질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게는 낮은 중화항체 형성을 보여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국제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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