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2.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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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웃 간 층간소음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방송인 이휘재 부부가 이웃의 층간소음 폭로로 사과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층간소음 가해자들에게 과태료를 내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원 글에서 현재 우리나라에 층간소음에 대한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게 하는 법이 없어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코로나19로 층간소음 피해사례 증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만 9495건, 2017년 2만 2849건, 2018년 2만 8231건, 2019년 2만 6257건으로 집계됐으며, 2020년 11월까지 집계된 접수현황은 지난 5년 합계보다 크게 증가한 3만 6105건으로 집계됐다. 층간소음이 보복 소음으로 번지는 등 갈등도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양경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양경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를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으로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인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인 ‘공기전달 소음’으로 구분한다. 다만, 욕실,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한다. 그리고 개 짖는 소리 등 동물 소음 역시 법적으로 소음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드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의 종류에 따라 층간소음의 법적 기준도 다르게 적용되는데, 직접충격소음의 경우 주간(6시~22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43dB, 최고소음도가 57dB 이상일 경우, 야간(22시~6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38dB, 최고소음도가 52dB 이상일 경우 층간소음에 해당한다. 공기전달 소음의 경우 5분간 등가소음도가 주간 45dB, 야간 40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규정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 '고의성'과 '정도·출처' 증명해야 처벌 가능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벌금 및 과태료와 같은 처벌 조항은 없다. 그러나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에 따르면,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의성이 인정돼야 할뿐더러, 소음의 정확한 정도와 출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하며 발생하는 층간소음이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층간소음 문제가 지속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제71조에 따른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 조정법 제4조에 따른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고 강제력이 없으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147개의 분쟁조정위원회가 5년간 맡은 중재 건수는 3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분쟁조정위당 0.24건의 분쟁이 접수된 셈이다. 35건 중 조정 건수는 7건으로, 조정률이 20%에 그쳤다.

◈ 피해자 역고소 가능성도 존재

문제는 층간소음을 일으킨 이들을 처벌하는 법은 미미한 데 비해,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이들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법원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박모씨가 아래층에 사는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에서 "김씨 등은 박씨의 집에 들어가거나 박씨 집의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적 있다. 재판부는 "김씨가 박씨의 집을 찾아오거나 현관을 두드리는 행위 등으로 박씨 가족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박씨의 가처분 신청은 피보전권리가 인정되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갈무리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갈무리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하자 국회도 나섰다. 지난 12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과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됐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이웃 간 소통을 통해 분쟁 조정에 기여하고, 층간소음민원센터로 일원화되어 있는 조정 절차를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필요한 경우에만 설치하도록 하게 한 기존 법안에서 강제성을 부여해 규정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어려워 효과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리하자면, 층간소음을 규정하는 법안은 공동주택관리법이지만 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범죄처벌법을 통해 처벌이 가능하지만, 고의성과 소음의 정도 및 출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하며, 오히려 피해자가 층간소음을 기준 이상으로 항의할 시에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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