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125억' 오버페이인가, 아닌가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12.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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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12월 11일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계약금 60억원, 연봉 65억원)에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발표액 기준으로 2018년 삼성 강민호의 4년 80억원을 56,3% 상회하는 역대 포수 최고 계약 금액이다. 계약 발표 뒤 오버페이 논란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오버페이’에 대한 판단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관점에선 모든 FA 계약은 오버페이다. 프로야구단 경영에서 성공과 범죄를 동시에 이룬 이장석 전 넥센 히어로즈 대표는 외야수 이택근 외에는 고액 FA 계약을 한 적이 없다. 양의지 4년 계약의 오버페이 여부를 세 가지 기준으로 살펴본다.

 

①'투자 대비 효과' 기준 → 오버페이

현행 프로야구 노동시장은 보류권과 FA로 특징된다. 구단의 보류권에 묶여 있는 기간에 선수는 시장가치보다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FA 자격 획득 뒤 우월한 협상 지위를 활용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서 비효율과 선수 간 불평등이 발생한다.

2018년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KBO리그 선수 514명의 전체 연봉은 77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연봉 7억원 이상 FA 선수 21명은 총 253억원을 가져갔다. 전체의 32.8%다. 이들의 팀 기여도는 WAR(대체선수대비승수)로 계산할 수 있다. 선수의 성적을 승수로 환산하는 지표로,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포지션 선수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8시즌 FA 연봉 상위 21명은 리그 전체(신인, 외국인 제외) WAR의 12.7%만 기여하는 데 그쳤다. WAR 1승당 연봉은 FA 선수가 5억1475만원, 비FA 선수가 2억1568만원이다. 팀 기여도가 똑같더라도 FA 선수는 비FA 선수에 비해 2.39배 보상을 받는 셈이다.

KBO리그의 FA 제도는 긴 자격취득 기간, 강력한 보상 규정 등으로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가장 규제가 심하다. 구단들은 선수의 이적 자유도를 떨어뜨려 몸값을 낮추려는 의도로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공급 부족으로 FA 선수의 몸값은 더 올라가는 역설이 발생했다. 그 결과 KBO리그의 선수간 연봉 격차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에 비해 가장 심하다. 2018년 KBO리그 연봉 상위 10% 선수의 평균 금액은 8억원이다. 평균보다 5.3배, 중앙값(median)보다 14.6배 많은 금액이다. 반면 규제도가 가장 덜한 메이저리그는 각각 5.0배, 12.0배였다. 메이저리그보다는 규제가 강하지만 KBO보다는 덜한 NPB는 각각 4.9배와 13.0배다.

<그림1>한미일 프로야구 연봉 구조 비교

KBO리그 FA 계약은 총액 대비 계약금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게 특징이다. 연봉이 아닌 계약 총액을 계약 연수로 나눈 금액을 적용하면 평균의 6.1배, 중앙값의 26.2배로 격차는 더 커진다.

양의지는 계약 이전 4시즌(2015~2018넌) 동안 WAR 20.55승을 기록했다. 포수로서 대단한 성과다. 강민호는 2014년 4년 75억원으로 심정수의 4년 60억 계약 기록을 9년 만에 깨뜨렸다. 당시 강민호의 이전 4년 간 WAR은 18.51승으로 양의지에 2승 가량 모자란다. 하지만 양의지가 NC와 계약 기간 동안 앞 4년과 같은 WAR을 기록하더라도 1WAR당 몸값은 6억7500만에 이른다. 2017년 비FA 선수의 3.13배다. 이 기준으로 하면 양의지 몸값은 '오버페이'다.

 

②'구단의 지불 능력' 기준 → 오버페이

모든 투자의 기준이 ‘가성비’가 될 이유는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1195만 달러의 사치세를 부담하면서까지 연봉 총액을 크게 늘렸다. 다른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지갑을 닫았지만 보스턴은 반대로 움직였다. 보스턴은 2018년을 우승의 해로 삼았고, 돈을 아끼지 않았다. 우승의 기회는 늘 찾아오지 않으며, 월드시리즈 트로피가 구단 가치와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단의 지불 능력이다. 보스턴은 올해 선수단 연봉에 전년 대비 1700만 달러 늘어난 2억2700만 달러를 지출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보스턴은 매출 4억5300만 달러, 영업 이익 8600만 달러를 올렸다. 구단 가치는 메이저리그 전체 5위인 28억 달러였다. 지출을 감당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구단 경영의 관점에서 고액 FA에 대한 투자는 대체로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NC 구단의 2017년 매출액은 375억원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57.3%가 ㈜엔씨소프트와 ㈜엔씨아이티에스로부터 발생한 특수관계자 매출이다. 프로야구단의 매출은 입장권, 광고, 상품 판매, KBO 수익분배금 등 구단 자체매출과 ‘지원금’으로 통칭되는 특수관계자 매출로 구분할 수 있다. 2017년 NC 구단의 자체매출비율은 57.3%에 불과했다.

모기업, 혹은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한국 프로야구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NC의 자체매출비율은 모기업이 없는 넥센을 제외하고 두산, 롯데 다음으로 높았다. NC 구단의 2017년 자체 매출에서 KBO 수익분배금을 제외한 입장권, 상품, 연간 회원권 판매액과 매점 수입을 모두 더하면 고작 68억원 가량이다.

 

<그림2>2017년 10개 구단 자체매출 비율

 

물론 프로야구단에 대한 투자에는 구단의 재정 건전성 외 다른 요인이 결합된다. 양의지 계약에는 김택진 구단주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C 구단은 협상 도중 제시액을 상향 조정했는데, 박정원 두산 구단주 역시 계약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게 큰 이유였다. 경제학자 앤드류 짐볼리스트는 프로스포츠단 운영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구단주 개인의 욕구’로 든다.

2019년 새 구장에 입주하는 NC는 올해 창단 이래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성적으로 팬들에게 어필해야 할 이유가 타 구단에 비해 훨씬 크다. 창원시와의 구장 사용 조건 협상도 아직 남아 있다. 협상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프로야구단의 매출 구조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스타 선수와의 계약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7년 롯데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돌아온 이대호와 계약하며 사직구장 관중과 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 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구단 지불능력 기준으로 보면 양의지 125억원은 '오버페이'다.

<그림3>이대호 계약 뒤 롯데 구단 매출 변화. 한국야구학회 토론회 김경민 자료

 

③‘시장 가격’ 기준 → 오버페이로 보기 어려움

구단과 선수간의 극적인 합의 없이는 프로야구 노동시장의 룰은 바뀌지 않는다. 프로야구단의 경영 환경과 구조도 단기간 안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래서 ‘오버 페이’를 종전 시장 가격에 비해 어느 정도를 더 지불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 보자.

이 기준에서 대표적인 ‘오버 페이’ 사례는 2011년 시즌 뒤 넥센과 이택근이 맺은 4년 50억원 계약이다. 계약 전까지 이택근은 통산 통산 9시즌 동안 타율 0.308에 845안타, 7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29를 기록했다. 그 전해 LG는 프랜차이스 외야수 박용택과 역시 4년 계약을 했다. 박용택의 9시즌 성적은 타율 0.292에 1123안타, 110홈런, OPS 0.800으로 거의 비슷했다. 계약 당시 두 외야수는 같은 31세였지만, 박용택의 계약 총액은 34억으로 이택근보다 16억원 적었다. 당시 이장석 대표가 왜 ‘오버페이’를 감행했는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택근 계약 이후 FA 시장 가격의 ‘기준’이 달라졌고, 넥센 구단은 이후 두 건의 FA 이적을 통해 보상금 24억3000만원을 얻었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역대 KBO리그에서 총액 기준 80억원이 넘는 FA 계약은 모두 18건이다. 뚜렷한 부상이 없는 전성기의 선수라면 FA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과거 실적이다. 과거 실적을 계약 전 4시즌 WAR로 잡은 뒤 연봉 총액을 이 수치로 나누면 WAR 1승 당 연봉 총액이 나온다. 이 기준으로 가장 오버 페이가 심했던 계약은 2017년 LG와 왼손 투수 차우찬이 했다. 차우찬은 이전 4시즌 WAR이 9.14승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약을 앞둔 시즌에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올려 4년 95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WAR 1승당 금액은 무려 10억3900만원이다.

<그림4> 총액 80억원 이상 FA 계약자와 WAR 수치

이 랭킹에서 양의지는 6억800만원으로 전체 4위다. 순위는 높지만 평균 금액인 5억5400만원보다 9.8%보다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양의지는 타 포지션에 비해 대체가 어려운 주전 포수라는 이점을 안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WAR 5승 이상 시즌을 두 번 이상 기록한 포수는 딱 다섯 명(이만수, 강민호, 박경완, 김동수, 양의지)뿐이다. 포수는 야수 가운데 가장 힘든 포지션이지만 가장 롱런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비슷한 규모의 계약 사례와 비교할 때 NC와 양의지의 계약을 오버 페이로 보기는 어렵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양의지의 계약 총액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순위는 그 몇 계단 아래다. KBO는 지난 9월 이사회에서 규정을 위반한 계약을 한 구단에 대해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지금까지 FA와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는 이면 계약이 빈번했다. 구단들은 실제보다 축소한 금액을 KBO에 신고해왔다. 최근 수 년 동안 FA 선수와 계약에 실패한 구단이 공개적으로 제시액을 밝히는 사례가 몇 건 있었다. FA 선수 영입에 성공한 구단이 KBO에 신고한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값을 줄여 발표했다’고 반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넥센의 선수 트레이드 뒷돈 거래가 발각된 뒤 KBO와 구단들은 이면 계약을 없애자는 데 일단 뜻을 같이 했다. 황순현  NC  대표는 양의지 계약에 대해 "실제대로  KBO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양의지의 연봉 순위와 ‘오버 페이’ 논란에는 일종의 착시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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