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0주년 특집]②원전, 기후재난에 점점 더 취약해진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3.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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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10주년을 맞아 2021년 오늘날 원전은 어디에 와있는지를 짚어보는 팩트체크 연속보도를 기획했다. 재생에너지의 지구적 흐름은 관련 기술 개발을 불러일으켰고 발전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에너지원의 지위를 잃게 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의 빈발로 위험에 노출된 원전도 많다. 인류는 아직도 안전한 핵 폐기장을 가지지 못했다. 뉴스톱은 모두 4회에 걸쳐 연속 보도를 진행한다.

①원전, 저렴한가? - 높아지는 발전단가, 재생E에 추월

②원전, 안전한가? - 이상 기후에 노출된 원전의 이상 징후

③원전, 깨끗한가? -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사용후 핵연료 처분

④원전, 안정적인가? - 재생E 간헐성 극복 어떻게?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된 4기의 원전 가운데 예방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4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3기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원자로에선 핵연료가 끊임없이 핵분열을 일으키며 고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을 식히지 않으면 핵연료가 녹아내리게 된다.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어지면서 냉각 장치가 가동되지 않았다. 지진에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외부 전원이 끊겼고, 원전 부지 내에 설치된 비상발전기까지 침수되면서 냉각 장치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냉각 장치만 제대로 돌아갔어도 초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상 지진의 위협에 노출된 채로 살지만 '기술의 일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던 일본 원전계는 거대한 쓰나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 원전, 201919년 폭염으로 가동중단

갈수록 변동이 커지는 이상기후에 따라 해외 각국의 원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수면 상승과 폭우, 태풍 등으로 인한 침수 우려와 폭염으로 인한 과열이 걱정거리다.

2019년 프랑스 지역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는 원전 2기를 가동 중단했다. 원전은 냉각 장치에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변이나 바닷가에 입지한다. 높은 기온에 원전에서 배출하는 온배수가 강물의 온도를 높여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처: RFI 홈페이지
출처: RFI 홈페이지

 

프랑스 RFI는 "프랑스 원전 전력생산이 열파로 위협받는다"는 제하의 보도를 내보냈다. RFI는 "45도 이상이 몇일 동안 지속되는 등 열파가 점점 잦아지고 강해지면 원전 장치가 고열로 인해 고장이 날 위험이 커진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프랑스)는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폭염이 길어지고 잦아지고 더 더워지면 수년~수십년 안에 위험한 순간을 맞을 수 있다고 기상학자들을 전한다"고 보도했다.

탈핵신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금세기 말에 해수면이 수 미터 상승할 수 있는데, 해수면의 50cm 상승은 천년마다 다가오는 폭풍이 100년마다 발생한다는 의미이며, 1m 상승은 10년 빈도로 잦아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최종 처분장이 없는 가운데 핵발전소의 핵폐기물이 폭풍 해일에 대처가 가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공기 온도 상승 역시 발전소 내부 과열을 초래한다. 프랑스 전력청은 일부 핵발전소의 격납건물 온도가 안전 제한치인 50도를 육박할 지경에 이르자,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하수를 뽑아 살수를 시도했으나 온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이상기후는 폭염, 호우, 침수에 그치지 않는다. 기습적인 한파도 원전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일대의 기습 한파 영향으로 텍사스의 원전 4기 중 1기가 정지됐다. 텍사스의 따뜻한 기후만 믿고 한파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탓에 원전의 급수 펌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해당 원전의 사진을 살펴보면 증기 터빈 주요 배관이 실외에 노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탈핵신문
출처: 탈핵신문

◈ 한국 고리2호기, 2020년 폭우로 가동중단

이상 기후가 원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다행히도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언제라도 관리 소홀 등이 겹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9월 3일과 7일엔 태풍 두개가 잇따라 한반도 동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고리원전 1~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모두 외부 전원이 끊어졌다. 다행히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은 유독 장마도 길었고 폭우 피해도 많았다. 지난해 7월 23일 내린 집중호우로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3·4호기 일부 시설이 침수되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외부로 송전하는 설비 일부인 스위치야드 관리동 지하터널과 가스절연모선(GIB) 터널에 빗물이 대거 유입됐다.

2014년 8월에도 부산에 많은 비가 내려 기장군의 고리 2호기 취수 건물 내 배전반이 침수되어 취수 펌프가 정지했던 예가 있다. 한수원이 배수펌프를 가동했다지만, 몰려드는 빗물 유입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켰다.

출처: 그린피스 홈페이지
출처: 그린피스 홈페이지(https://climate.or.kr/)

 

그린피스는 지난해 9월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2030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태풍 피해가 겹칠 때의 피해지역을 나타낸다. 국토의 5% 이상이 침수되고 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침수 피해는 서해안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됐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가 기간시설, 제철소, 항만, 화력발전소와 더불어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의 한빛 원전 부지 일부가 포함된다. 그린피스는 "연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 전망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수면 상승이 보수적 전망치를 웃돌고 태풍 강도가 예측보다 강하다면 침수 범위는 더 넓어진다.
 

2018년 6월 감사원은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은 2012년 고리원전의 침수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원전 외곽에 해발높이 10m의 해안방벽을 설치했지만 100년 빈도 태풍이 다가오면 바닷물 높이가 최대 17m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는 등 철저한 침수예방을 위해서는 최고해수위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오는 5월까지 부지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뒤 6월부터 평가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오는 6월이면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된 지 3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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