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0주년 특집] ③원전 폐기물, 처리할 방법이 없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3.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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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10주년을 맞아 2021년 오늘날 원전은 어디에 와있는지를 짚어보는 팩트체크 연속보도를 기획했다. 재생에너지의 지구적 흐름은 관련 기술 개발을 불러일으켰고 발전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에너지원의 지위를 잃게 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의 빈발로 위험에 노출된 원전도 많다. 인류는 아직도 안전한 핵 폐기장을 가지지 못했다. 뉴스톱은 모두 4회에 걸쳐 연속 보도를 진행한다.

①원전, 저렴한가? - 높아지는 발전단가, 재생E에 추월

②원전, 안전한가? - 이상 기후에 노출된 원전의 이상 징후

③원전, 깨끗한가? -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사용후 핵연료 처분

④원전, 안정적인가? - 재생E 간헐성 극복 어떻게?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는 사고 1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곳에 그대로 있다. 4호기는 사고 당시 정기 점검으로 인해 가동을 멈추고 있었기 때문에 노심용융은 면했다. 녹아내린 핵연료에선 여전히 고열과 함께 치명적인 고선량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다. 1호기와 3호기는 워낙 방사선량이 높아 작업자의 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핵연료 잔해물 제거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출처: 그린피스
출처: 그린피스

 

◈폐로 작업 엄두 못내는 후쿠시마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2호기의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물 반출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잔해 제거용 로봇팔 제작이 늦어지면서 올해 착수는 무산됐고 내년 착수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향후 30~40년에 걸쳐 폐로 작업을 완수하고 사고 원전 부지를 '자연상태'로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4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 저자인 사토시 사토는 GE 원자력 사업부에서 기술 및 현장 엔지니어링 관리 책임을 맡았던 원자력 기술 전문가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GE 현장 대표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40년 간 사고 원전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하는 현재의 로드맵은 달성할 수 없다"며 "부지 전체를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폐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형 폐기물 등을 원전 부지 외부로 반출할 수 없으므로 '자연 상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빙 둘러 해자를 파서 지하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각수 주입으로 핵연료 잔재물의 열기를 식히는 기존의 방식도 공냉식(공기를 이용한 냉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적인 열 전도, 대류, 복사 현상만으로 핵연료 잔재물의 잔열을 줄일 수 있다는 접근이다.

출처: 그린피스
해자를 설치해 후쿠시마 원전부지의 지하수 유입을 막는 대책. 출처: 그린피스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처분 논의 

인류는 아직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분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가 2024년 폐기처분 개시를 목표로 2015년부터 영구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 지하 450m에 구멍을 뚫고 통로를 만들어 사용후 핵연료를 차곡차곡 저장한다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을 위한 영구저장시설은 안전성이 제일 중요하다.  지반이 단단하고 지진에도 안전해야 하며 지하수 침수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근 지역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1977년 고어레벤이라는 마을에 영구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만들려고 했짐나 주민들의 반발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6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동일 부지에 지하연구시설을 건설,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에, 영구처분장은 2035년에 가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탈핵운동 진영은 부지 선정 지역에 지원금을 강조한다거나 부지선정 과정에 규제기관의 역할이 없는 점, 국제공동저장 시설의 윤리성 등 기본계획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전면 재검토'가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재검토위원회
출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그러나 아직도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은 기대난망이다. 원전부지내 임시 저장 시설 증설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재검토위는 지난 1월 회의에서 지역실행기구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재검토위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 권고안에 해당 사항을 포함하고, 권고안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권고안을 발표하고 나면 재검토위 활동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검토위는 지난해 10월 전국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와 관련한 응답결과로 시민참여단이 선호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시나리오는 집중형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 방식(63.6%)였다. ‘부지선정 방식'에 대해선 '부지 적합성에 대한 과학적 평가 후 지역 주민 과반이상 동의' 방식(80.1%)이 다수를 차지했다.

원전부지 내에 사용후 핵연료를 쌓아둘 공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원자력계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탈핵진영은 핵발전소 가동을 위한 임시저장고 증설에 반대하고 있다. 임시저장고 증설이 아니라, 포화시점에 맞춰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 더 적절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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