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인 문해력 OECD 최하위?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3.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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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단어가 소셜미디어를 달궜습니다. EBS에서 3월 8일부터 23일까지 6부작으로 방송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프로그램의 일부 장면과 함께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문해력 최하위’라는 비판의 게시물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세계 최상위권의 대학진학률을 기록 중인 한국이 문해력은 최하위인지 확인했습니다.

 

EBS 방송화면 갈무리
EBS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인의 문해력 저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는 ‘사흘’의 의미를 혼동해서 사흘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있었고, 2019년 7월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화 ‘기생충’ 평에 등장한 ‘명징(明澄: 사실이나 증거에 의거하여 분명하게 하다)과 직조(織造: 기계나 베틀 따위로 짜다)’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들이 많아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전 언론보도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 문해력 OECD 최하위의 근거는 과거 언론보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002년 1월 2일 발행한 <한국인 문서 해독능력 형편없다…OECD국 중 최하위수준> 기사에서, 한국교육개발원 이희수 연구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서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이 연구위원은 “지난 해(2001년) 8월 16세 이상 65세 미만의 국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국제성인문해조사(IALS)를 실시한 결과 문서문해력 영역에서 908명(75.7%)이 영수증, 열차시간표, 구직원서, 지도, 약 설명서 등의 그림이나 도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최하 수준인 1, 2등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한 내용은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성인의 문해실태 및 OECD 국제비교 조사연구>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졸 성인의 2.4%만이 고급문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평균 22%에 현저히 미달되는 수치로 24개국 중 22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20년 전 자료를 근거로 현재 한국인의 문해력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최근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OECD의 가장 최근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OECD평균인 266점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청년층(16~24세)에서는 OECD 국가 중 4위이지만,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35∼44세에는 평균 아래, 45세 이후에는 하위권, 55∼65세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해력 측정 점수가 떨어지는 현상 자체는 일반적이었지만 한국의 경우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 다른 나라들과 달랐습니다.

OECD 홈페이지 갈무리
OECD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2012년 발표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 15세 한국 청소년의 문해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세대별로 문해력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OECD 성인역량조사결과에 나타난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황혜진)> 논문에서도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2012년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읽기 영역’에서 전체 참여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성인역량 중 문해력 평가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22개 나라 중 12위를 기록하였다.”며, “이를 해명할 단서가 되는 것은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이다. 즉, 한국의 청년층은 문해력이 세계 최고인 데 비해 노년층은 세계 최저 그룹에 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에서 2006년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6위떨어졌습니다.

OECD 홈페이지 갈무리
OECD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인의 문해력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에서는 한자교육을 게을리 한 탓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한자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했던 기성세대가 그렇지 않았던 최근세대에 비해 문해력이 낮게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설명은 아닙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서 부족’을 지적합니다. 문해력은 독서를 통해서 높일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와 스마트폰의 일상화가 독서를 멀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였습니다. 성인의 25%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습니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OECD 최하위’라는 주장은 20년 전 자료를 근거로 했습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중위권 혹은 중상위권입니다. 하지만 세대별로 구분하면 일부 연령대에서 최하위권인 경우도 있으므로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습니다.

※ EBS 당신의 문해력 테스트에서 자신의 문해력 수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 링크)

이미지 출처: EBS '당신의 문해력'
이미지 출처: EBS '당신의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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