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당구장 감염 위험 낮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4.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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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 업주들이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선보인 거리두기 개편안을 빨리 실시해달라는 주장이다. 당구장 업주들은 지금의 방역대책이 당구장의 영업장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당구장협회 제공
출처: 대한당구장협회 제공

 

◈당구장의 주장 "코로나 저위험시설"

대한당구장협회와 당구장업주연합은 1일 기자회견문을 배포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는 저위험 시설인 당구장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당구장업주들은 "저희들은 12시까지 영업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생활비는 커녕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실정"이라며 "당구장의 영업시간 18~24시까지가 전체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영업시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업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주들은 당구장이 코로나19 저위험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로는 ▲이용객들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고 ▲이용객 사이의 거리두기가 가능하며 ▲대체로 상시 환기 가능해 밀폐가 일어나지 않는다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당구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지 않으니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새로운 거리두기 시행되면

출처: 보건복지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
출처: 보건복지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

 

방역당국은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만들어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상황은 수도권 기준으로 4단계 중 2단계(지역유행/인원제한)에 해당한다. 2단계가 적용되면 당구장은 이용인원 제한만 적용된다.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선 3단계 발동 이전엔 운영시간 제한도 없다.

330㎡ 규모의 당구장엔 10~12대의 당구대가 설치된다. 8㎡ 당 1명의 면적당 이용인원 제한을 적용하면 41명까지 동시 입장이 가능하다. 한 테이블에 4명씩 게임을 한다고 쳐도 최대 48명이 입장가능하므로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가 시행되면 사실상 코로나 이전과 다름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단, 마스크 착용과 시설내 음식 섭취 제한 등 기본 수칙의 적용을 받지만 말이다.

때문에 당구장 업주들은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가 하루 속히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방역당국의 입장

정부는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시행 시기를 가늠하고 있지만 적당한 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3월17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살펴보자.

(사회자) 다음 질의입니다. 파이낸셜뉴스 홍ㅇㅇ 기자님 질의 입니다. 지난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최종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일정이 최종적으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사회전략반장입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부처 간의 쟁점이나 지자체 쪽에서 제기하는 쟁점들을 조율하면서 최종적으로 가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각 협회에서도 요청한 세부 수칙 내용들이 좀 있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해당 협회들과 함께 세부 수칙의 내용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3차 유행의 상황 자체가 안정화가 안 되고 계속적으로 증가 추이와 안정화 추이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라서 개편안으로의 전환은 지금 현재 쉽지 않다고 보고, 그 기간 동안에 이 개편안을 좀 더 가다듬고 협회들과 함께 현장에 있는 방역수칙들을 좀 더 충실하 게 만든다는 계획으로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금주에 개편안을 공개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현재, 지금 현재의 유행상황이라 그러면 공개하지 않고 아마 개편안의 완성도를 계속 올리는 쪽으로 작업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현행 5단계로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4단계로 단순화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3차 대유행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일일 확진자 발생 수가 줄어들어야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당초 3단계로 구성됐던 거리두기 체계를 5단계로 늘려 시행하면서 시작 단계를 낮춰잡은 것에 대한 반성이다. 지난해 11월 개편된 거리두기 체계를 시행하면서 시작 단계를 1단계로 잡았고 이는 방역 해이로 이어져 3차 대유행 촉발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다중이용시설, 특히 실내체육시설의 집단 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방역 당국의 결단을 늦추고 있다. 당구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충북 청주 지역에선 SK호크스 관련 당구장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지난해 12월에도 당구장 관련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언제든 방역이 허술해지면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당국이 새로운 거리두기 적용을 망설이는 이유다.

 

◈당구장 코로나19 감염 위험 낮은가?

출처: 대한당구장협회
출처: 대한당구장협회

 

당구장 업주들은 보건당국이 제시한 고위험 시설 평가 기준으로 자체 평가를 실시했다. 당구장업주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험도는 1.5점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대한당구장협회 정인성 전무이사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PC방은 같은 방식의 위험도 평가에서 2.5점을 받았는데도 24시간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험도가 더 낮은 당구장은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입장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비말 유발 행위(소리지르기 등) 금지, 음식 섭취 금지 등 당국의 방역 수칙을 잘 따르고, 상시 환기가 가능하다면 당구장에서의 감염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오후 10시로 영업 시간을 제한한 것엔 2차-3차로 이어지는 이동량을 줄여 감염 위험을 낮추겠다는 의도도 들어있다. 음주 상태의 이용자들이 시설 관리자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을 때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계산도 포함됐다. 게다가 방역 당국은 당구장을 매개로 일어난 집단 감염 사례를 수 차례 목격했다.

뉴스톱은 <당구장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에 대해 평가를 보류한다. 사업장 영업 환경을 고려하는 동시에 이용객들의 통제 순응도를 종합 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 칼자루를 쥔 방역 당국이라면 어떤 결론을 내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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