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여성에겐 '국방의 의무'가 유예돼 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4.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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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여성에게도 자랑스런 국방의 의무가 부여돼 있다. 다만 늘 유예되고 있을 뿐."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류근 시인 페이스북
출처: 류근 시인 페이스북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돼 있나? 사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다. 헌법은 이미 남성, 여성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웠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라는 단서가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1995년 전투경찰대설치법등에 대한 헌법소원(91헌마80 사건)에서 명확히 해석을 내리고 있다. 헌재 결정문을 살펴보자.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제1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국방의 의무라 함은 북한을 포함한 외부의 적대세력의 직접적 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단지 병역법 등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좁게 볼 것이 아니라,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병역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이하 생략)

병역법에 따라 직접적 병력형성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대체역으로 나눠진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헌재는 국방의 의무를 "북한을 포함한 외부의 적대세력의 직접적 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라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꼭 현역병으로 군대를 가야지만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여성의 국방 의무는 유예되고 있나? 사실 아님

류근 시인은 "여성에게도 국방의 의무가 부여돼 있다. 다만 늘 유예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문에 포함된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현 예비군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를 살펴보자.

병역법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예비군법 제3조(예비군의 조직) ① 예비군은 「병역법」에 따른 다음 각 호의 사람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원한 사람 중에서 선발된 사람으로 조직한다.

민방위기본법 제18조(조직) ①민방위대는 20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 조직한다. ②제1항에서 규정한 자 외의 남성 및 여성은 지원하여 민방위대의 대원(隊員)이 될 수 있다.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제2조(대상자원의 범위) ① 이 법에서 “인력자원”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 제11조에 따라 지정된 업체에 종사하는 대한민국 국민

2. 「국가기술자격법」이나 그 밖의 법령(외국의 법령을 포함한다)에 따른 기술면허나 자격을 취득한 사람 또는 과학기술자로서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대한민국 국민

간접적 병력형성의무는 비전투원으로서 외부의 적대세력의 직접적 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는 임무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민방위 대원으로 참여하는 것과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업체에 종사하며 군사작전 지원 또는 비상시 국민생활안정에 특히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는 것도 포함된다.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살펴보자. 헌재는 앞의 사건에서 이 의무에 대해 "군작전상 불가피한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 거주·이전의 제한 등을 수인할 의무"로 규정한다. 여성이라고 이런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헌법이 정한대로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 병역법 규정에 따라 직접적 병력형성 의무(병역의 의무)에서는 제외되지만,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업체에 종사하면서 간접적 병역형성 의무를 진다.


여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다만 병역법 등의 따라 '병역의 의무'는 부과되지 않고 있다. 류근 시인은 이를 두고 '국방의 의무가 유예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병역의 의무가 유예되고 있다'고 해야 법률적 사실관계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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