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은 미국이 인정한 여행안전국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4.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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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코로나19 대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80%에 해당하는 국가를 ‘여행 금지’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하고, 여행 권고안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서 “미 국무부가 발표한 여행 안전국가는 총 20개에 불과. 한국, 싱가폴, 베트남, 태국 등 포함. 한국 언론이 부럽다고 빨아주는 영국,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등은 다 빠져있음.”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미 국무부는 자국민들에 대해 4단계의 여행 권고안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1단계인 ‘일반적 사전주의(Exercise normal precautions)’부터, 2단계 ‘강화된 주의(Exercise increased caution)’, 3단계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가 있으며 가장 높은 4단계가 ‘여행 금지(Do not travel)’입니다.

미 국무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3월 19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레벨 4로 올렸다가, 8월 6일 여행경보 수위를 나라별로 지정하는 기존 시스템으로 복귀했습니다. 당시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여행금지 권고 대상인 4단계에서 3단계인 여행 재고 대상으로 조정됐습니다.

여행금지 국가를 80%까지 늘린 이번 조치에 따라 4단계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 멕시코 등 최소 116개국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있던 북한, 러시아,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 34개국에 더해 미국의 여행금지 국가는 총 150개국이 됐습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은 2단계인 ‘강화된 주의’국가입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가장 낮은 1단계 국가는 부탄 한 곳입니다. 한국과 같은 2단계에는 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15개 국가가 속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글에서 안전국가에서 빠졌다고 언급한 국가들은 3단계(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와 4단계(영국)에 속해 있습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화제가 된 글은 사실과 허위가 섞여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여행 권고안은 대상 국가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이 속한 2단계 국가는 15곳입니다. 1단계 국가를 포함해도 16개국입니다. 일본과 대만, 호주, 뉴질랜드는 3단계에 속해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기는 하지만 딱 잘라서 안전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분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모범 방역국가로 꼽히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1단계가 아닌 이유는 두 나라의 미국인 입국제한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무부의 해당 권고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정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은 4단계 가운데 Level 2(Moderate)에 속해 있습니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등과 같은 단계입니다. 1레벨인 낮은(Low) 단계의 국가에는 호주, 뉴질랜드, 타이완 등이 속해 있습니다.

미 CDC홈페이지 갈무리
미 CDC홈페이지 갈무리

종합하면, 게시물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은 '여행안전국가'라는 분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일반적 사전주의(1단계), 강화된 주의(2단계), 여행 재고(3단계), 여행 금지(4단계)라는 4단계 분류를 사용중입니다. 그리고 강제가 아닌 권고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1~2단계에 포함된 국가는 20개국이 아니라 16개국입니다. 게시물에서 언급한 영국·일본·대만·호주·뉴질랜드는 모두 3단계 혹은 4단계가 맞습니다. 하지만 호주·뉴질랜드는 하루 확진자가 10여명 안팎으로 한국보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나라입니다. 두 나라는 여행자와 방문객이 제한없이 오갈 수 있고 자가격리도 면제되는 '트래블 버블'을 4월 19일부터 시행중입니다. 이들 나라가 3단계로 분류된 이유는 미국인 입국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미 국무부가 발표한 여행 안전국가는 총 20개에 불과. 한국, 싱가폴, 베트남, 태국 등 포함. 한국 언론이 부럽다고 빨아주는 영국,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등은 다 빠져있음”이라는 소셜미디어 글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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