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탄소배출 줄이려 '30년 민둥산' 만든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5.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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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목사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오마이뉴스를 통해 환경현장 소식을 전하는 언론인. 그가 세상에 전한 사진들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울창한 산을 파헤쳐 민둥산으로 만들어버린 사진이다. 최 목사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는 제목의 기사로 산림 황폐화 실태를 보도했다. 기사는 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30억 그루 나무심기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출처: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환경운동에 극히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최 목사의 기사를 추종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산으로 가는 文정부 탄소정책… 어린나무까지 무차별 벌목>,<네이처 “오래된 나무가 더 많은 탄소 흡수”> 등의 기사를 펼쳐 관련 내용을 다뤘다.

뉴스톱은 산림청의 30억 그루 나무심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쟁점별로 짚어본다.

출처:산림청
출처:산림청

 

◈발단: 산림청의 탄소중립 계획

2021년 1월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산림의 3400만톤의 탄소흡수에 기여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산림의 탄소흡수력 강화, △신규 산림탄소흡수원 확충,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 활성화, △산림탄소흡수원 보전·복원 등 4대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는 12대 핵심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2050년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연간 2680만톤(국내 2070만톤, 해외 610만 톤)으로 증가하고, 목재 이용에 따른 탄소저장량은 200만톤까지 이르게 되며, 화석에너지를 산림바이오매스로 대체함으로써 가능한 탄소배출 감축량은 520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림청은 26억 그루를 국내 경제림에 '영급 개선' 사업 등을 통해 심고, 3억 그루는 북한 지역 조림사업, 1억 그루는 섬지역, 도시 숲 사업 등을 통해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핏보면 참 좋은 계획같다. 숲을 잘 가꿔서 탄소를 흡수하니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현명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처: 환경운동연합
출처: 환경운동연합

 

◈반전: 탄소중립이 아니라 대규모 벌목사업

산림청의 이런 계획은 환경운동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2일 <산림청의 탄소중립 계획은 산림생태계 파괴하는 대규모 벌목사업>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환경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경제림 중심 산림경영은 탄소흡수 기능 증진이 아닌 벌목 확대 사업"이라며 "산림청의 탄소흡수량 계산과 영급불균형은 편향된 주장이고, 산림청이 제시한 2050 탄소흡수량은 상당부분 부풀려진 수치"라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

1. 산림청은 2018년 이래 경제림 육성단지에서 매년 약 2900만 그루를 심어왔는데, 26억 그루 계획에 의하면 2050년까지 매년 8600만 그루를 심어 그 규모가 총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억 그루를 신규⋅재조림 사업으로 늘린다면 산림청의 계획은 환영받아 마땅하겠지만 실상은 경제림의 40%를 차지하는 90만ha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새로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2. 산림청은 30년 이상 된 나무가 전체 산림의 70% 이상을 차지해 ‘영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급은 나무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하는 산림용어로 우리나라 영급구조는 6영급으로 되어있다. 산림청이 비교자료로 이용하는 독일의 영급구조는 20년 단위로 9영급까지 분류되어 100년이 넘는 숲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은 숲이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산림청이 말하는 ‘늙은 나무’의 실체는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4영급에 해당하는 31~40살의 청년림으로 단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베어질 운명에 처했다.

3. 산림청이 2050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해 확보하겠다는 3400만톤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수치다. 산림청은 현재 4560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산림이, 2050년에는 1,400만 톤 밖에 흡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기존 산림을 베고 새 나무를 심어서 국내 산림의 흡수량을 2,070만톤(해외 610만톤)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이 2070만 톤이 모두 산림청이 새로이 확보하는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2070만 톤 중에는 해당 사업과 별개로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던 산림의 흡수량이 상당히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연합의 주장을 요약하면 기존 산림을 베고 새 나무를 심어 탄소 흡수량을 늘리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은 산림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벌목 행위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최병성 목사
ⓒ최병성 목사

 

◈결정타: 최병성 목사의 현장 탐사

지난 14일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최병성 목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벌채 현장을 보도했다. 처참히 발가벗겨진 산림의 모습은 별다른 설명을 필요없게 만든다.

최 목사는 "벌목된 숲의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현장을 보는 순간, 마치 중국의 사막지형인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대한민국의 숲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규모의 처참한 벌목 현장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최 목사는 잘려나간 아름드리 나무의 나이테를 짚어가면서 고목의 탄소저장 능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무가 자랄수록 나이테 간격이 넓어지는 것은 그만큼 탄소를 많이 흡수해 고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성 목사
ⓒ최병성 목사

이어 최 목사는 교토의정서를 제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인용한 부분은 교토의정서 3조 3항이다. (정확히는 마라케시 협정을 통해 추후 정의된 내용이다.- 편집자 주)

직접적인 인간 활동에 기인한 토지이용변화 및 임업(1990년 이후 신규조림, 재조림, 산림전용에 국한하는)의 결과로 나타난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순 변화는 부속서 I 국가들이 의무감축량을 준수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하는 '신규조림, 재조림, 산림전용'이란 이런 내용이다. (a) '신규조림'은 최소한 50년 동안 산림이 아니었던 지역(Non-Forest)에 새로이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고, (b) '재조림'은 원래 산림이었던 지역이 일정기간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가 다시 산림으로 재조성되는 것이고, (c)는 산림이었던 지역을 산림이외의 다른 용도로 바뀌는 '산림전용'이다.

산림전용은 오히려 숲을 훼손하는 개발이므로 탄소를 배출이 증가하는 것이고, (a) '신규조림'과 (b) '재조림'에도 정부의 30억 그루 심기처럼 울창한 숲을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어리석은 사업은 없다.

출처: 산림청
출처: 산림청

◈재반박 : 산림청의 설명자료

논란이 커지자 산림청은 16일 설명자료를 내놨다. 탈원전 정책과 벌채를 연결시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산림청은 "목재수확(벌채)은 산림경영(조림-가지치기-솎아베기-수확-조림)의 일환으로 이행되고 있으며,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최 목사의 벌채 현장 보도에 대해선 "보도된 대상지는 모두 개인 산주 소유의 산림으로서 해당 시군에서 벌채허가가 이루어졌으며, 목재생산림으로 경영하는 경제림단지"라며 "이번 보도 대상지 외에 최근 3년간 5ha 이상의 벌채 허가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재수확 및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과 관련해서는 "나무 나이에 따른 탄소흡수량 변화와 관련해 보도내용처럼 단일 개체목의 경우 탄소흡수량이 특정나이까지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나,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은 ‘개체목’이 아닌 나무의 집단인 ‘임분’을 대상으로 설명한 것으로 단위면적당 나무전체의 탄소흡수 합산량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 여러 주장에 대한 뉴스톱의 검증

출처: 산림청 산림과학연구원
출처: 산림청 산림과학연구원

 

①오래된 숲은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 →상반된 연구 결과

산림청의 주장은 산림청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시됐다. 산림과학원도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 흡수량이 늘어난다는 것엔 견해가 일치한다. 다만 숲이 오래되고 나무가 커질수록 생존경쟁에서 도태되는 나무들이 생겨나 전체 그루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래된 숲의 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인공조림된 단일 수종의 숲이 많은 우리나라 산림의 특성상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가 자라나 자연스럽게 숲의 형태가 바뀌는 천이 과정이 잘 일어나지 않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산림청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는 연구들도 많다. 2014년 1월, 네이처지에는 미국 서부생태연구센터 네이트 스티븐슨 박사팀의 6개 대륙 나무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대형 고목 한그루가 중형 숲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네이처 홈페이지
출처: 네이처 홈페이지

 

세계 열대·온대 지방에 서식하는 나무 403종 각각의 성장속도를 조사했는데 나무는 나이를 먹고 커다랗게 자랄수록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큰 나무일수록 탄소를 더 많이 고정한다고 강조했다. 큰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 고정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크기 나무 수백 그루의 숲과 같다는 결과다. 특히 연구팀은 "큰 나무가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지구온난화를 예방을 위해 거목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② '친환경 벌채 요령'을 지켰다? → 결국은 '민둥산' 만들기

최 목사가 보도한 흉흉한 벌채 현장에 대해 산림청은 "이번에 보도된 해당 대상지 모두는 사유림 지역으로서 「산림자원법」 제36조에 따라 관할 시·군으로부터 벌채허가를 받아 목재수확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홍천지역은 잣나무가 주요수종이었으며, 재선충병 예방과 산주의 소득 증대 등을 위해 ’19년부터 3년간 39건, 240ha 규모의 벌채 허가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까지 이중 65ha에 대해서는 이미 조림이 완료되었고, 나머지 벌채지에 대해서도 2022년까지 조림사업을 완료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산림청은 "해당 지자체에서 벌채허가 전 산림청 친환경벌채요령 등에 따라 수림대 적정규모 존치여부와 경관·생태적 요인 등을 고려한 벌채계획 수립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해당기관과 협의하여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계획이 법규를 지켜 수립됐는지, 신고된 계획대로 벌채가 진행됐는지 따져본다는 이야기다.

2020년 6월 산림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충주국유림관리소가 산척면 일대 산림을 친환경 벌채 기준에 맞춰 나무를 베어낸 모습이다. 출처: 산림청
2020년 6월 산림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충주국유림관리소가 산척면 일대 산림을 친환경 벌채 기준에 맞춰 나무를 베어낸 모습이다. 출처: 산림청

친환경 벌채 요령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3에 규정돼 있다. 공통기준으로는 "수확을 위한 벌채는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능선부·암석지·석력지·황폐우려지로서 갱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임지를 보호하기 위해 벌채가 금지된다. 나무를 모두 베어낼 경우에도 "1개 벌채구역의 면적은 최대 50만제곱미터 이내로 하며, 벌채구역과 다른 벌채구역 사이에는 폭 20미터 이상의 수림대(樹林帶)를 남겨 두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1개 벌채구역 면적이 5만제곱미터(5ha) 이상일 때는 벌채구역 면적의 10% 이상을 군상 또는 수림대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친환경 벌채 요령을 지켜 나무를 베어낸다고 해도 흉흉한 경관은 가려지지 않는다. 2020년 6월 산림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윗 사진 참조)를 살펴보자. 벌채구역의 경계선에 나무숲이 일부 남아있긴 하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③ 30년간 민둥산이 된다? → 벌목장비·기술·예산 부족으로 밀어버리기 벌목 불가피

산림청 관계자는 황폐화된 벌채 현장에 대해 뉴스톱에 "우리나라의 벌채 관련 기술 수준이 아직 낮은 상태라 벌채를 진행하려면 산림을 밀어버리는 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기술, 장비, 인력, 예산이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 산악 지형이 많은 산림 선진국들은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 '외과 수술식' 벌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 진척이 더디다는 설명이다.

산림청 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26억 그루를 심어야 하므로 연 평균 8600만 그루씩 나무를 심어야 한다. 올해 계획은 4800만 그루로 잡혀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림의 70%는 사유지이다. 국유림은 대부분 보호구역을 묶여 있어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심을 수 없다. 이 사업의 대상지는 경제림으로 지정된 사유지이다.

개인인 산주가 벌목을 진행하게 되면 경제성을 최우선 과제로 놓게 된다.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벌목을 진행하는 방법은 중장비를 동원해서 산림을 밀어버리는 방법이다. 산림 당국의 적절한 지원 없이는 2050년까지 꾸준히 민둥산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④탄소 줄이기는 숲이 책임져야 하나? → 인간 탄소배출량 줄이는게 시급

산림청이 26억 그루 나무심기 계획은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넷제로) 전략에 발맞추는 성격이 짙다. 지난해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12월 7일 관계부처 합동 「추진전략(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국가 주요 미래전략에 핵심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기능을 증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림청이 벌기령(벌목 가능한 수령)을 조정해 무분별한 벌목을 조장하지 않도록, 탄소흡수원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전력, 산업, 수송 분야에서 더욱 야심차게 탄소배출 감축량을 제시해야 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후퇴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요약하면 애꿎은 나무 베어내 탄소흡수량 수치를 맞추려고 하지말고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전망

산림청은 오는 9월까지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민둥산 만들기 식으로 진행되는 벌채 관행에 대해서도 "임업인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현행 벌채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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