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바보야 문제는 환기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7.06 18: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m 거리 식사하다 에어컨 바람에 '델타 감염'
델타 변이 공기 중 오래 머문다는 증거없어
10분 자연환기로 오염물질 40% 감소

다수 매체들은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원시청 직원 A씨의 사례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제목은 <5m 떨어져 식사했는데 델타감염… 에어컨 바람 타고 퍼졌나>(조선일보), <에어컨 바람에...식당서 5m 떨어져 식사했는데 '델타 감염'>(중앙일보),  <"에어컨으로 확산" 식당서 5m 떨어져 식사했는데..'델타 감염'>(서울신문) 등이었다. 대부분 에어컨과 델타 변이를 연관지었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검색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검색

 

◈남원 음식점에선 무슨 일이

지난 4일 남원시청 직원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청 측은 공무원 1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추가 확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30일 남원 시내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여기서 선행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선행 확진자는 일행도 아니었고 5m 정도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선행 확진자와 A씨가 동시에 식당에 머문 시간은 10여분 정도에 불과했다.

당국은 밀폐된 식당 안에서 에어컨 바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밀폐된 식당에서 에어컨 바람을 타고 확진자로부터 5m 정도 떨어져 있던 A씨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번 A씨 사례가 딱히 델타변이의 영향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지난달 21일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변이주의 유형에 따라서 환경 중에 좀 더 오래 생존해 있고 더 머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타 변이 또는 비변이, 그 밖의 주요 변이에 비해서 더 오래 (환경 중에) 머문다는 것들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에어컨 등을 통한 공기 감염 가능성은 변이 바이러스 유형과 상관없이 특정한 환경에서 일어난다. 감염자가 밀폐된 환경에 장시간 머문 상황에서 환기가 부적절할 때 에어컨 또는 선풍기 그밖에 공기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장치나 환경 등에 의해 비말 전파 거리가 늘어난다. 바이러스를 함유한 비말이 강한 바람을 타고 더 멀리 날아가거나, 비말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입자가 작아져 더 먼 거리를 날아가거나 공기 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팀장은 "작년부터 저희들이 그런 (에어컨 매개 감염) 사례들을 집단발생 사례에서 종종 확인한 바 있고, 그래서 더군다나 실내에서 활동할 때는 마스크 착용과 주기적인 환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대한의학회지
출처: 대한의학회지

 

◈에어컨을 통한 전파 

에어컨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사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고돼 왔다. 전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대한의학회지에 <대한민국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직접적인 공기 흐름을 통한 코로나19 장거리 비말전파의 증거(Evidence of Long-Distance Droplet Transmission of SARS-CoV-2 by Direct Air Flow in a Restaurant in Korea)>라는 논문(윗 그림 참조)을 게재했다.

지난해 6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5일 전 전주의 한 식당에 함께 있던 다른 손님 B씨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 자리 사이의 거리는 6.5m였다. 건물 1층에 있는 이 식당은 96.6m²(약 29평) 크기인데 출입문 2곳을 빼고는 창문 등 환기 시설이 없었다. 천정형 에어컨 2대가 가동 중이던 식당에서 A, B 씨가 함께 식당에 머문 시간은 약 5분이다.

B씨 자리에서 가까운 에어컨에서 바람이 불어 나와 벽을 타고 내려와 A씨 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선행 감염자인 B씨가 식사 과정에서 내뿜은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A씨에게 전해진 것이다. B씨와 4.8m 떨어져 다른 테이블에 앉은 C씨도 감염됐다.

감염된 두 사람보다 B씨와 더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은 감염되지 않았다.  에어컨 공기가 흐르는 방향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서울시, 창문 열기 캠페인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서울의 창을 열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창문과 출입문을 상시 개방하고, 상시 개방이 어려운 시설은 1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창문이 없는 지하나 창문 개방이 어려운 시설은 통로와 연결되는 창문과 출입문을 개방하되 환풍기를 적극 가동하고, 냉·난방기를 가동할 때는 창문 일부 개방을 권장한다. 비말 발생이 많은 실내 체육시설의 경우 환기 횟수를 늘려 영업 시작 직전, 직후 각각 15분 이상 창문을 전부 개방해 환기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최근 4개월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 중 30%가 환기가 불충분한 시설 내에서 발생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 코로나19 집단 감염 관련 확진자(2935명) 중 실내체육시설, 콜센터 등 환기가 불충분한 시설에서 발생한 사례가 30.7%(900명)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4월 발생이 38.7%(349명)로 나타났다.

여름철을 맞아 더위와 장맛비를 피해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있어 불충분한 환기로 인한 감염전파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출처: 서울시청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환기의 마법

방역 당국이 환기를 강조하는 것은 밀폐된 실내 공간에선 사실상 거리두기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 대화, 노래 등을 통해 비말을 퍼뜨리면 바이러스가 비말에 섞여 공기 중으로 퍼진다. 입자가 큰 비말은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작은 입자들은 오래도록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 밀폐된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비말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입자가 작아져 바이러스를 함유한 비말핵이 공기 중을 떠돌게 된다. 

감염자가 비말을 내뿜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는 감염자 주변의 실내공기 중 오염물질 농도가 높다. 그렇지만 환기가 되지 않는 상태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실내 공기 중 오염물질은 잘 섞이게 된다. 따라서 환기가 되지 않는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 2m를 떨어지든, 20m를 떨어지든 감염 위험은 편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오염된 공기가 희석되고 실외로 배출되면서 감염 위험이 극적으로 낮아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는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 쉽게 사람들 사이에 퍼진다"며 "실내에서는 바이러스 입자의 농도가 실외보다 높은 경우가 많으며, 가벼운 바람도 빠르게 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실내에서 환기 완화 전략은 바이러스 입자 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실내 공기 중 바이러스 농도가 낮을수록 바이러스 입자가 폐로 흡입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는 개념이다.

 

◈창문 열고, 에어컨 바람 천정 방향

실내 공간에서의 공기 전파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낮추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열 수 있는 모든 창문 또는 출입구를 열어두는 것이다. 사업장, 작업공간, 사무실 등이 지하에 위치해 있거나 창문이 없는 경우엔 환풍기를 통한 환기가 필수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배상환 수석연구원(실내공기품질연구단)은 서울시 소통포털 '내 손안에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자연환기에 의한 환기량은 실내외 온도차와 외부 풍속에 따라 달라질수 있으며, 여름철에 외부풍속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에서도, 10분 정도의 자연환기로 오염물질이 약 40% 정도 제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에어컨 사용 시에도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에서 내뿜는 공기 흐름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바람이 나오는 곳(토출구)의 날개를 조정해 바람이 나오는 각도를 천정방향으로 하고, 풍량도 크지 않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19 확산시기에 공기청정기 활용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공기청정기 위치에 따라 바이러스를 실내공간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와 헤파필터 등에 의해 바이러스 입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견해가 엇갈린다. 배 연구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공기청정기의 토출구를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하지 않은 조건에서는 지하공간과 같이 환기가 불가능한 공간에 대해 활용해볼 만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