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도시의 젊은이가 자살을 많이 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7.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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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코로나19 10만명당 사망자수는 3.9명.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6.9명(2019년).  사망자수로만 따져보면 코로나보다 7배 가까이 무서운 게 자살이다. 뉴스톱은 자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확인했다. 

출처: 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누가 가장 자살에 취약할까?

자살에 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누가 가장 쉽게 자살을 선택할 것 같은가? 이건 내 주변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자살 고심자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에게 박혀있는 고정관념이 내 주변에서 자살을 고심하고 있는 지인을 외면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장 자살자가 많을 것 같은 계층을 떠올려보자. 세상 고민 다 짊어진 것 같은 사춘기 청소년, 실연의 아픔에 몸부림치는 여성, 업무 스트레스와 인간군상에 지친 도시인 등이 떠오르나? 그렇다면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과 당신의 인식은 동떨어져 있다.

2019년 자살통계가 보여주는 가장 많이 자살한 성별/연령별 계층은 80대 남성이다. 80대 남성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34.4명이다. 전 계층 평균(26.9명)과 비교하면 약 5배 많다. 코로나19 사망자수와 비교하면 34.5배나 많다.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10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의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이 여성보다 높다. 여성이 더 자살에 취약하다고 느끼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남성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70대 이하 연령층에선 30대(20.0명) 40대(17.1명) 20대(16.6명)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의 데이터를 살펴봐도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보다 높다. 남성이 자살에 더 취약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는 언제일까? 2019년 기준 월별 자살자 비중이 가장 큰 달은 5월(9.2%) 이었다. 7월과 10월이 9.0%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월별로 일수가 다르므로 월 통계를 해당 일수로 나눠 월별일평균 자살자수로 바꿔봤다. 그래봐도 5월(41.1명), 7월과 10월(40.3명)이 자살자수가 가장 많았다. 눈에 띄는 점은 2월의 자살자 비중이 7%에 그쳤고 해당 일수로 나눠봐도 34.7명으로 가장 적었다.

지역별로는 어떨까? 대도시 지역의 자살률이 더 높을 것 같지 않나? 자연과 벗삼아 살면서 사람과 부대낄 일이 상대적으로 덜한 한적한 곳이 자살률이 낮을 것 같지 않나? 이것도 고정관념이다. 

연령표준화자살률을 적용해 광역시·도간 사망률을 비교해봤다. 연령표준화자살률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연령구조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자살률이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충남(28.1명), 제주(28.1명), 강원(26.4명) 순으로 많았다. 서울(18.7명)이 가장 적었고, 전남(20.1명), 세종(21.3명), 경기·광주(21.9명) 순으로 적었다.

출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극단적 선택의 이유들

자살 동기로는 정신적 문제가 가장 많았다. 2019년 경찰청 변사자통계에 따른 동기별 자살 현황을 살펴보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4638명 (34.7%)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생활 문제 3564명(26.7%), 육체적 질병 문제 2518명 (18.8%), 가정 문제 1069명(8.0%),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 598명(4.5%), 남녀 문제 373명 (2.8%), 사별 문제 113명(0.8%) 순이었다. 

출처: 2021 자살통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2021 자살통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여성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51.4%)로 인한 자살이 절반을 넘었고, 육체적 질병 문제(17.9%), 경제생활 문제(12.9%), 가정 문제(7.9%)가 뒤를 이었다.

남성은 경제생활 문제(32.4%)로 인한 자살이 가장 많아 대조를 이뤘다. 이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27.7%), 육체적질병 문제(19.3%), 가정 문제(8.0%) 순으로 많았다.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1 자살예방백서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1 자살예방백서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40세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41~60세는 경제생활 문제, 61세 이상은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10~20세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47.4%로 가장 높았고, 특히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가정 문제, 남녀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21~30세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경제생활 문제,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 순으로 높았고, 특히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31~40세는 2018년에 경제생활 문제가 37.3%로 가장 높았으나 2019년에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29.7%에서 36.8%로 증가하면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가장 높았다.  41~50세는 경제생활 문제가 42.4%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가정 문제 순으로 높았으며, 특히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51~60세는 경제생활 문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육체적 질병 문제 순으로 높았고, 51~60세에서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급증했다. 61세 이상은 육체적 질병 문제가 42.2%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경제생활 문제 순으로 특히 다른 연령대보다 육체적 질병 문제와 사별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높았다.

 

◈자살 예방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

대한신경과학회는 지난달 29일 <우울증, 자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학회는 자살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았다.

1.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그전에 대개 자살에 대한 경고나 사인을 보인다. 죽음에 대한 어떤 말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2. 자살하려는 사람은 미친 거다.

→ 아니다.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화가 나고, 슬픔에 잠기고, 우울하고, 절망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3. 자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어떤 것도 자살을 막을 수 없다.

→ 아니다. 매우 심한 우울증 환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죽을지 살지 고민한다. 대부분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4. 자살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2/3가 죽기 전에 여러 가지 신체, 정신 증상으로 병원, 의원을 방문한다. 따라서, 의사가 모든 환자들에게 자살 생각에 대해 물어보기만 해도 살릴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못하고 있다.

5. 자살에 대하여 물어보면 자살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 아니다. 자살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대한신경과학회 보도자료, 2021. 6. 29)

 

◈주변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 물어보기, 들어주기, 연결하기 

주변에 자살을 고민하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불쑥 이 사람 자살하려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여졌다면 물어보기, 들어주기, 연결하기를 기억하자"라고 강조한다.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1.7.8 17:18 기사수정) 연령대별 자살 동기 부분을 추가해 기사를 보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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