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팥 먹으면 체온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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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팥 먹으면 체온 내려가?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7.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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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부정확한 정책브리핑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사가 게시됐다. 제목은 <초여름, 체온 낮춰주는 식재료 3가지> 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먹어서 체온 낮춘다?

정책브리핑은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초여름, 체온 낮춰주는 식재료 3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19일까지 이 기사는 정책브리핑 정책뉴스 가운데 가장 많이 본 기사 2위에 랭크돼 있었다.

해당 기사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몸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들을 소개한다"고 운을 떼며 팥, 메밀, 가지를 꼽았다. 이 식재료들은 한방에서 찬 성질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

찬 성질을 가진 음식을 먹으면 조금이라도 체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 근거 없음

이 기사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브리핑 담당자에게 확인했다. 이 담당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글을 재가공해서 기사 형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언급된 식재료들이 실제로 체온을 낮춰주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해봤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블로그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블로그

정책브리핑이 인용했다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블로그를 찾아봤다. 6월29일 게재된 <초여름 체온을 낮춰주는 차가운 성질 음식>이라는 글이 있다. 내용은 정책브리핑과 동일하다. 차가운 성질의 음식으로 팥, 메밀, 가지를 꼽았다.

그럼 팥, 메밀, 가지를 먹으면 체온이 낮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넌센스다. 한의학 이론 중 한약재를 구분하고 치료효과를 연구하는 본초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약초의 성질을 온(溫: 따뜻한) 열(熱: 뜨거운) 한(寒: 차가운) 량(凉: 서늘한) 평(平: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의 다섯 가지로 나눈다.

aT 블로그 편집자는 팥, 메밀, 가지가 차가운 성질을 가진 음식이라는 데 착안해 "체온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음식들을 먹는다고 해서 체온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음식 먹으면 체온 오른다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는 항온동물이다. 체온을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속성을 지닌다. 외부 기온이 낮아 표피 온도가 떨어지면 체내에선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온도를 높인다. 반대로 외부 기온이 높을 때는 땀, 헐떡거림 등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음식은 고유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한다. 한림대병원성심병원 가정의학과에 따르면 이런 현상을 '특수 역원 작용(specific dynamic action)'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식사에 의한 열발생'(Thermic Effect of Food, TEF :Dietary Induced Thermogenesis, DIT)이라는 말이 더 널리 사용된다.  인체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대사율을 더욱 증가시켜 신체내 열 발생이 증가되고 체온이 증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팔이든 메밀이든 가지이든 먹으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의사 A씨는 "찬 성질의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곧바로 체온이 낮아진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며 "본초학의 음식 성질 구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한 통 받고 내려질 기사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13일부터 게재된 이 기사는 19일 뉴스톱 취재 이후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정책브리핑 담당자는 뉴스톱의 문제제기에 대해 "기사에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지적 고맙다"고 답했다.

이후 기사는 사라졌다. 뉴스톱은 지난 4월 <[팩트체크] 도라지·마늘·연근이 미세먼지 예방 식품?>기사를 통해 정책브리핑의 부정확한 건강 관련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에도 aT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기사로 재가공한 것이었다.

실수가 되풀이되면 그게 실력이 되는 것이다. 정책브리핑은 출처를 불문하고 자체 홈페이지에 기사를 발행할 때 철저히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조회수를 높인다한들 허술하고 근거 없는 정보로 정책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면 정책브리핑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톱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책브리핑의 "팥, 메밀, 가지를 먹으면 체온이 내려간다"는 주장을 근거 없음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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