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본극우단체가 한국기자 폭행?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7.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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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일본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가 일본 극우단체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전 세계 외신에서 쏟아지는데 한국은 보도가 없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입니다.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해당 게시물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7월 19일 오전 6시37분에 올린 게시물이 원본입니다. 2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5,250회 리트윗 됐고, 2,076명이 ‘마음에 들어요’ 표시를 남겼습니다. 해당 게시물 이미지를 공유한 또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은 2천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351회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일본극우단체의 한국기자 폭행’, ‘전 세계 외신이 보도하는데 한국만 보도 안 한다’ 짧지만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입니다. 우선 출처나 근거를 찾아보았습니다. 트위터 원래 게시물 댓글에 ‘해당 보도의 기사 출처나 url을 알 수 있겠냐’는 질문이 있지만 원래 글 게시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가 한 유튜브 링크를 올렸습니다.

<“일본, 올림픽에 분노한 일본인들 이성 잃고 한국 기자한테 주먹 날린 상황” 모든 상황 지켜보던 BBC의 생중계에 개망신당하는 일본정부, 일본인들// “한국기자가 먼저주먹 날렸다고요”[일본반응]”>이라는 긴 제목이 달려있는 8분8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게시 5일 만인 현재 48만1635회 조회됐고 ‘좋아요’ 1만 회를 기록 중입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영상 내용은 후반부의 일본반응 부분을 제외하면 정확하게 트위터 게시물 내용으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영상에도 정확한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해당 사건처럼 보이는 사진 이미지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이는 자료이미지를 뒤섞고 자체 자막과 언론 기사 제목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합성했습니다. 자막으로 ‘NHK가 속보로 보도했다’, ‘전 세계 방송국들을 통해 라이브로 세계 각지로 보도되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근거나 이미지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언론 기사 제목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검색한 결과 실제 몇 개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혐한 日 극우단체, 선수촌 기습 시위…한국 기자 위협(현재는 ‘욱일기 든 日 극우단체, 선수촌 기습 시위…韓기자에 달려들어’로 변경)>이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와 <“빠가야로” 외치며…日극우단체, 돌연 韓기자에 달려들었다>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사용한 자료 이미지는 해당 언론 보도에 사용된 사진이었고 이를 감안하면 유튜브 동영상은 해당 언론 보도 내용들을 기반으로 재가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외에 한국일보도 <‘신에게는...’ 현수막 내렸더니, 한국 기자 공격한 日극우>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각 언론의 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수촌 앞 사거리에 극우단체가 차량에 설치한 확성기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시위하고 있었다. 차량에는 일본 국기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붙어있었다. 현지 취재진에 문의하니 국수청년대(国粹靑年隊)라는 극우단체라고 했다.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과 조직위 관계자들도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근접해서 촬영하려던 찰나 시위대 중 한 명이 차에서 내려 마구 소리를 지르며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관계자가 기자를 완충지대로 이끌었고 뒷걸음질 치면서 셔터를 눌렀다. 다행히 경찰들이 금세 시위 당사자를 둘러쌓아 제지했다.”

-중앙일보

“욱일기를 든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일요일인 18일 오후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이 갑자기 현장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과 조직위 관계자들은 기습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경찰이 시위대를 제지하고 한국 기자를 분리시키면서 더 이상의 불상사는 발생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차량에 욱일기를 단 일본 혐한 단체가 찾아와 시위를 벌이다 취재 중이던 한국 기자에게 돌진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8일 오후 1시경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 선수촌 앞.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가 바라다 보이는 지점에서 혐한 시위가 벌어졌다. '국수청년대(国粹靑年隊)'라는 극우단체는 차량에 욱일기를 버젓이 달고 기습적으로 나타나 확성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일방적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력을 증원하는 등 선수촌 경계를 강화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기습 상황에 경찰과 조직위 관계자들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고 한참을 우왕좌왕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제지당하는 상황에서도 "강꼬구진(한국인), 빠가야로(바보)"를 반복했다. 심지어 상황이 정리된 뒤 차에 타서도 확성기를 통해 같은 말을 10여 분간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고, 한국 기자에게 달려든 시위대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만약 현장에 경찰이 없었거나 경계를 늦추고 있었다면, 일본 극우 시위대에 의해 한국 기자가 피습당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한국 취재진이나 선수단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든 동선에서 경찰이 치밀한 경계를 서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올림픽 기간 이와 비슷한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한국일보

세 보도를 종합해 요약하면, ‘일본의 국수청년대라는 극우단체가 한국선수촌 근처에서 차량과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 도중, 이를 근접 촬영하려는 중앙일보 기자에게 시위대 중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이 현장에 있던 경찰이 시위대를 막았고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일본경찰의 대처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악마의 증명’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용어로 어떠한 사실이나 인과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입증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이라고도 합니다.

제보가 들어온 트위터 게시글도 다른 이용자가 근거라고 링크한 유튜브 영상도 자신들이 담고 있는 주장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들을 종합하면 일본 극우단체가 올림픽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을 폭행했다는 것은 과장된 내용이며, ‘NHK가 속보로 보도했다’, ‘전 세계 방송국들을 통해 라이브로 세계 각지로 보도되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종합하면 과장과 근거없는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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