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는 감기? 서울대 명예교수의 백신 허위정보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8.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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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왕재 명예교수가 보수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백신 무용론을 설파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져 일반 감기처럼 토착화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주요 주장은 이렇다. ▲백신때문에 죽는 사람이 코로나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 ▲ 한국인 대부분은 (무증상 확진자라서) 백신 맞을 필요 없다 ▲해외에서 코로나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입증됐다  ▲ 백신맞고 죽은 학생이 있다 ▲코로나19는 토착화되어 감기처럼 됐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 국민 99.4%는 백신을 맞을 이유가 없다"며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 전략을 비판했다. 고성국TV는 구독자 57만명의 대표적인 시사유튜브로 보수성향 시청자들이 많이 본다. 이왕재 명예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방역은 총체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뉴스톱이 이 명예교수의 주장을 팩트체크 했다.

 

① 코로나19보다 백신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 → 사실 아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8월18일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는 2178명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로는 592명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18일 0시 기준 466명이다. 다른 증상으로 먼저 신고됐다가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경우(220명)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모두 674명이다.

언뜻 보기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말 그대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숨졌다고 유족이 신고한 사례다.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야 하는데 현재까지 백신 접종이 사망의 원인으로 밝혀진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판정보류 8건을 더해도 10건 뿐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2월26일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명률(사망자/확진자)은 0.4279%이다. 백신 접종 인원 대비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비율(1차 이상 접종자/백신 접종 후 사망자)은 0.0028%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152배 높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에서 코로나19 걸려서 죽을 확률은 코로나 백신 맞은 뒤 죽을 확률보다 152배 높다는 뜻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② 한국 국민 99.4%는 백신 맞을 이유 없다? → 사실 아님

이왕재 명예교수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코로나 검사를 한 것을 통계를 내보니 99.4%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였다"며 "한국인들의 99.4%가 코로나에 걸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한국 국민의 99.4%는 백신을 맞을 이유가 없다. 모든 국민을 백신을 맞게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백신 접종은 고령자 및 기저질환자 등 위험군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명예교수는 "50대 이하는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 주장의 근거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반대의 근거만 쌓인다. 7월 2주(11~17일) 76명이던 40~50대 위중증 환자는 8월 2주(8~14일) 193명으로 2.5배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같은 기간 71명에서 146명으로 2배 늘어난 데 비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 40~50대 사망자도 7월 2주 4명에서 8월 2주 11명으로 2.5배 늘어난 반면 이 기간 60대 이상 사망자는 13명에서 20명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40~50대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백신은 사망 위험과 중증 이환 위험을 낮춘다. 따라서 고령자가 아니더라도 백신 접종을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면 전체 확진자 중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관련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팀이 지난 9월에 미국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의 유병률(Prevalence of Asymptomatic SARS-CoV-2 Infection)’ 논문에 따르면 전 국민 절반가량을 검사했던 아이슬란드의 경우 무증상자 비율이 43%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보(Vo)라는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보면 무증상자는 41%였고 일본에 정박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감염자중 46%가 무증상이었다. 벨기에에서는 70% 이상이 무증상자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잠복기와 무증상 환자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라고 보기 힘들다. 결국 높게 잡아도 코로나19 무증상자는 전체 확진자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왕재 명예교수가 주장하는 한국 무증상 감염자 99.4%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지 직접 밝히길 바란다. 

 

출처: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출처: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③영국, 이스라엘에서 백신 효과 없다고 증명됐다? →사실 아님

이 명예교수는 "이미 백신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스라엘이 증명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전적으로 화이자와 모더나를 맞았는데도 코로나 확진자가 백신접종 이전처럼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델타변이 유행 이후 영국 공중보건국이 발표한 델타변이에 대한 백신 예방 효능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군 1만 5749명 중 122명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군은 8244명 중 218명이 감염된 반면, 미접종군 9만6731명 중에서는 4043명이 감염되어 각각 88.0%와 67.0%의 예방효능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취약 계층의 2회 접종률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게다가 백신에는 감염예방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증예방효과도 있다. 확진자가 중증환자로 가는 것을 백신이 막아주는 정도다. 지난 5월 이스라엘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화이자의 질환(감염)예방효과는 6월 6일 64%로 떨어졌으나 중증예방효과는 93%를 기록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대부분이 중환자실로 안간다는 의미다.

 

④백신을 맞고 죽은 학생이 있다? → 사실 아님

이왕재 명예교수는 20대 이하는 절대로 백신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3 학부모연대에서 교육부에 전화했는데 교육부 관계자가 멋도 모르고 얘기해줬다. 중환자가 오십몇 명이다. 사망자 몇명이냐고 물었더니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건 사망자가 있다는 뜻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고3은 감기 독감으로 절대 죽을 수 없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질병관리청은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감시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8월 7일까지의 이상반응 신고사례와 문자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했다. 해당 기간 동안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총 44만3686건이 시행되었으며,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은 1139건이 신고됐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30건(2.6%)이 보고됐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 반응, 심근염·심낭염, 경련·발작, 급성마비, 뇌증·뇌염, 혈소판감소증 등이 해당된다.

이상반응 신고 당시 입원치료 중으로 신고된 경우는 32건이었고 이 중 1건은 중환자실 치료 중으로 신고됐다. 이상 반응을 신고한 고3 학생 중 사망자는 없었고, 심근증 증세를 나타낸 학생 1명은 현재 중환자실 치료 중이다.

 

⑤코로나19 토착 감기로 변했다? → 사실 아님

이 명예교수는 "이젠 델타변이에 의해서 에어컨 켜놓고 몇시간 운전하면 목이 칼칼한 정도의 감기로 변했다. 그리고 지금 죽는 사람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

8월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전일 대비 8명 증가했다. 누적 사망자는 2178명이다. 2020년 12월3일 이후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 델타 변이 확산과 함께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사망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23일 "지난해 12월에 비해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모두 낮아졌다"고 밝혔다. 전체 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지난해 12월 2.7%에서 1월 1.4%, 2월, 1.3%, 3월 0.5% 정도로 낮아졌다. 질병청 발표 이후 4월 치명률은 0.51%를 기록했고 5월 0.71%로 상승했다. 6월에는 0.35%, 7월엔 0.18%로 낮아졌다. 8월 들어 17일까지의 치명률은 0.27%로 다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치명률을 낮춘데다가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 모수가 늘어나면서 치명률이 낮아보이는 착시현상도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8월 18일 현재 연령별 누적 치명률을 살펴보면 80대 이상은 17.51%, 70대는 5.18%, 60대는 1.01%를 나타낸다. 50대도 0.24%로 간과할 수준은 아니다.


스스로 '면역학을 전공한 의사', '과학자'라고 밝힌 이왕재 명예교수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과 방역당국의 노력을 훼방하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의 말대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이루기는 어렵다해도 백신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중증 이환과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 이왕재 명예교수의 발언을 듣고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즉시 마음을 돌리시길 바란다.

코로나19에 걸려서 죽을 확률은 백신 접종 후 죽을 확률보다 152배 높다는 걸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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