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탈레반은 97년 탈레반과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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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탈레반은 97년 탈레반과는 다를 것이다
  • 이광수
  • 승인 2021.08.2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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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국제이슈체크] 아프간 탈레반 정부의 미래와 국제정세

19세기 초 처음 국가의 형태를 갖출 때 아프가니스탄은 영국과 러시아 양대 제국이 충돌할 것을 막고자 서로 협상하여 완충지로서 갖춰진 것이었다. 그것은 중앙 정부와 반()자치의 부족 집단 사이의 연방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연방 구조는 1978년의 공산 쿠데타와 소련의 군사 침공 그리고 무자히딘의 항전과 부족 간의 내전이 전개되면서 완전히 파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반소 차원에서 개입하여 반소 무장 세력인 무자히딘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탈리반)을 지원하면서 무한 내전의 상태로 끌고 감으로써 국민국가는 서지 못한 채 좌절되기에 이르렀다. 24년간의 내전 끝에 무자히딘 세력들은 거의 모두가 자멸하였고 그 틈을 타 탈레반이 거의 무혈입성하면서 권력을 장악하였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전경.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전경.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전경.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전경.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최대 권력 집단인 파슈툰족의 정체성을 더 강화하고,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정체성 정치에 함몰하면서 통합 국민국가의 수립을 포기하였고 그 과정에서 반미 테러집단인 알카에다와 손을 잡아 반미주의의 길을 갔다. 5년간의 통치 동안 여성 자유 억압, 과다한 율법 적용에 의한 엄벌, 라디오도 못 듣게 하는 등 철저한 반자본주의 중세 사회로의 복귀 등 과다한 파슈툰 문화로 회귀하고, 미국에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과 협력함으로써 미국의 침공을 받게 되었고, 그로부터 반미 전쟁이 20년간 일어났다. 그리고 20218월 탈레반이 미국을 몰아내고 다시 권력을 장악하였다. 1997년에 이은 두 번째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그러면 이번 탈레반은 97년의 탈레반과 비슷한 길을 갈 것인지, 전혀 다른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급선무다

 

1997년 탈레반의 폐쇄적 이슬람주의는 서구문화를 부정하고 그것을 폭력적인 수단에 호소하여 거부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정치 역학의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 낸 시대의 산물로, 소련 침공 이후 격화된 20여 년의 내전 속에서 사회의 질서를 전통 가치를 통해 지키고자 한 파슈툰 부족주의의 일환이다. 우선, 탈레반 권력은 1970년대 다우드 정권이 시도한 공화제 개혁과 1978년 공산주의 정권의 쿠데타 및 14년간의 소련의 배후 통치 등을 통해 드러난 부정부패의 만연을 일소하기 위해 과거 회귀의 방편을 택하였다. 그들은 반()부정부패를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는 것이 통합 국민국가로 가는 방편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국민국가로서의 정체성 확보나 정부 기구 수립은 물론이고 공공 복지, 경제 개발, 사회 통합 등 정부로서 해결해야 할 최소한의 과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사회 통제에만 힘을 기울였다. 그들은 파키스탄에 유학한 이슬람 신학생들이었고, 미국의 지원에 의해 권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세력이라서 외세를 물리치고, 권력 기반과 국민국가 수립이라는 과제를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철저하게 파슈툰족을 위한 파슈툰족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가는 길.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가는 길.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가는 길.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04년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가는 길. 필자 이광수 교수 촬영

 

20218, 그들에게 놓인 국내외의 역사적 상황은 그들이 처음 권력을 잡았을 1997년 때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도 전쟁이 끝났다. 뉴스에 의하면 무자히딘 가운데 가장 탁월한 장군이었던 마수드의 아들과 살레 부통령이 합세하여 판즈시르 계곡에 집결하여 탈레반 세력과 결사 항전을 선언했으나, 어느 정도로 정권에 압박을 가하고, 유효한 싸움을 할지는 미지수다현재 상황은 과거 1997년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세력이 궤멸된 수준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국제 사회가 탈레반 세력을 정식 정부로 인정하느냐의 문제 또한 당시와 비슷하지만, 당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알카에다 세력이 그때와 달리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당시 탈레반은 알카에다 세력과 손을 잡아 반미 전선을 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알카에다 세력은 없다. 이슬람국가(IS)는 탈레반과 적대적 관계에 있다. 굳이 탈레반이 반미 테러리스트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염려되는 지점이 중국과의 관계다. 아프가니스탄은 길고 좁다란 통로인 와한회랑(Wakhan Corridor)을 사이에 두고 자국 동북부와 중국 신장 지역의 서쪽 끝이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알카에다, IS, ETIM 등은 아프가니스탄 외곽에서 신장으로 무장대원들을 유입시켜서 이 지역에 장차 위구르 이슬람국가를 세우려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의 엄청난 압력으로 실질적으로 거의 궤멸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탈레반 세력이 굳이 이런 현실 상황을 무시한 채 과거 반미항전 때 이슬람 테러리스트 세력 집결을 위해 사용한 목표를 굳이 여전히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신,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을 통해 탈레반이 그들 테러리스트들과의 관계를 끊으면,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고, 탈레반도 긍정적인 답을 하였다. 비록 탈레반 중앙 권력이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급진 세력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외교 정책이 다소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중국과의 후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자원 개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일대일로의 구축 등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상부상조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정부는 중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게도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아프간 정부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지금 현재 탈레반 세력으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국가 건설이다. 부족주의에 뿌리를 둔 무장 잔존 세력을 어떻게 제압하고, 각 세력의 민병 조직을 해체하여 국가의 정규군으로 세울 것인지, 각 부족 세력을 연합하여 정부의 각료를 배분하고 권력을 나눌 것인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위에서 파슈툰족 중심이 아닌 부족 연방 체제를 어떤 형태로 갖추어야 하는지 등을 해결해야 한다. 물론 내부적으로 파슈툰족의 율법을 지키면서 국민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여성 인권을 완전히 말살하는 등의 중세 시대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난 40년간 죽고 죽이는 부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상처를 중앙 정부가 어떻게 관여하고, 통제할 것인지 여부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2021818일 탈레반 세력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변인 자비후라 무지히드는 대변인은 외국 군대나 이전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고, 각국의 대사관과 국제기구 등에 대해서는 안전을 보장한다고, 그리고 가장 관심이 가는 외국 세력이 아프가니스탄을 테러의 온상으로 삼을 기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는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 집단의 대변인이 하는 발언은 분명히 정치적인 것이다.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40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권력을 다 장악한 그들이 굳이 과거와 같이 파슈툰 율법이나 테러리즘에 의존하여 정치를 할 어떠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국민국가 건설이 좌절된 상태에서 부족 간의 싸움이 다시 일어나고 그러면서 다시 내전이 불붙으면 또다시 파슈툰 부족주의를 지향하는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렇게 되면 내전이 다시 일어나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내전이 벌어지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과 인도 등 주변국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한국을 도운 아프간 난민 이송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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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 교수(인도사 전공)다. 델리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락국 허왕후 渡來 說話의 재검토-부산-경남 지역 佛敎 寺刹 說話를 중심으로- 〉 등 논문 다수와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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