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복지사각지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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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복지사각지대 줄일 수 있다
  • 박가분
  • 승인 2021.08.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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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대선공약, ‘복지사각 지대해소에 충분하지 않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는 중이다. 이 와중에 이낙연 전 당대표의 신복지 체계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논의가 눈길을 끈다. 기본소득이 전국민에게 보편적 소득보장을 행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낙연의 신복지 체계는 소득을 넘어 돌봄, 주거, 고용,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촘촘하게 인간다운 삶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낙연의 신복지 체계론은 기본서비스(UBS: Universal Basic Service) 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본서비스론은 시장실패때문에 시장영역에서 충분히 제공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존엄한 실존에 반드시 필요한 따뜻한 돌봄, 깨끗한 물, 질 좋은 교육, 풍요로운 문화생활 등에 대한 여러 기초적 욕구(basic need)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욕구충족의 기본 수준을 정부가 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부 기본서비스론자들은 시장소득의 보장만으로 이러한 기초적 욕구충족이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론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림1: 기본서비스 옹호 웹사이트
그림1: 기본서비스 옹호 웹사이트

일정한 시장 구매력이 있어도 시장영역에서 질 좋은 서비스의 공급을 충분히 기대할 수 없는 부문 중 대표적인 것이 돌봄이다. 그래서인지 이낙연의 신복지 체계론은 온종일 돌봄 이용률 40%까지 확대등 돌봄 분야의 최저기준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적 생활수준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논의는 충분히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어떻게이다. 그 동안 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되는 등 여러 안전망이 확충되도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오랫 동안 해소되지 못한 이유는 복지 전달체계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열악한 처우때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보건사회복지 인력은 전체 고용인원 대비 8.68%를 기록해 프랑스(14.7%), 독일(13.52%), 일본(13.93%) G7 주요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는 이유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회서비스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지원의 수준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돌봄노동 평균 월임금은 114만원이었으며 주당 근로시간은 29.9시간으로 조사됐다(월간 노동리뷰 202011월호).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단속적이고 파편적인 돌봄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만일 현재의 수준보다 조금 높은 복지 목표치를 제시하는 데 그친 채 사회서비스 전달과정 전반의 국가책임을 방기한다면 이를 신복지 체계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

주요국의 전체 고용인원 대비 보건사회복지 인원 비율. 자료 : OECD Statistics. 캐나다, 미국은 결측치로 인해 제외
주요국의 전체 고용인원 대비 보건사회복지 인원 비율. 자료 : OECD Statistics. 캐나다, 미국은 결측치로 인해 제외

빅데이터만‘AI’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못한다

혹자는 빅데이터와 AI의 시대에 대규모 인력 동원은 산업부문 뿐만 아니라 복지부문에서도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인식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 둔 채 함께 연탄불을 피워 자살한 송파구 세 모녀 비극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빠르게 진행됐다. 2016년부터는 단전, 단수, 실직, 관리비 체납 등 외부 데이터와 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등의 기관자료를 결합하여 위기가구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위기가구로 발굴돼 일선기관에 정보를 넘긴 인원은 788,700명으로 2016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복지사각지대 문제는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앞서 2020년 기준으로 발굴된 위기가구 규모는 시스템이 예측한 전체 잠재적 위기가구 규모의 1/5에 불과했다. 또한 신규 발굴된 취약계층 중 극히 일부에게만 복지서비스가 전달되었다. 2019년의 경우 새로 발굴된 위기가구의 693,000 228,000(36.0%)에게만 복지서비스가 제공됐다. 또한 그 중에서도 공적 서비스의 비중은 더욱 미미했다.

 

연도별 복지 사각지대 인원. 한국일보 '복지 사각지대 비극, 왜 되풀이되나' 기사 캡처.
연도별 복지 사각지대 인원. 한국일보 '복지 사각지대 비극, 왜 되풀이되나' 기사 캡처.

 

이는 아무리 발전된 자동화 기술로 위기가구 대상을 예측해도 현장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또 서비스를 전달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데이터만으로 발굴할 수 있는 위기가구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복지 사각지대 축소는 현장인력 확충이 답이다

일선 지자체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점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에서는 2015년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일명 찾동 사업)을 실시했다. 사업의 일환으로 각 동마다 우리동네 주무관을 두고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며 지역현황을 파악하고 복지 및 행정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사회복지직 직원, 방문간호사 및 복지상담사 인력도 일정기준 이상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한편 지자체 중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모범적이라 평가받는 서울시조차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렸다. 2020년 당시 감사 결과 일부 구에서는 예산 등의 이유로 계획 대비 인력확보에 실패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가구방문시 21조의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곳이 있었다. 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방문간호사들을 배치해야 하는 동네도 있었다. 2018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동주민센터 1개소당 근무하는 복지담당 공무원은 평균 4.3명으로, 일인당 658명을 맡고 있었으며, 무려 180개의 복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살인적인 업무강도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도 복지사각 지대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의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의 제정을 통해 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사업의 골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조직을 신설하고 사회복지직 인력을 확충하여 복지 사각지대 발굴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2016년부터 2018년 중순까지 전국 3,506개 읍면동의 93.7%에 해당하는 동네에 맞춤형 복지팀 설치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어느 지자체든 인력부족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기도복지재단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에도 지역별로 인력부족 상황에서 실무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성은미 외, 2019).

맞춤형 복지팀 조직유형. 자료 : 이영글 외(2019)로부터 재인용
맞춤형 복지팀 조직유형. 자료 : 이영글 외(2019)로부터 재인용

이 와중에 이영글 외(2019)의 연구는 시사적이다. 그의 전국대상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연구에 따르면, 기본형이나 권역형이냐 등 복지허브의 조직형태를 막론하고, 맞춤형 복지팀에서 근무하는 전담인력과 복지 통·이장과 마을 복지위원 등 민관협력 형태로 운용되는 인적안전망규모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실적에 공통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읍면동 복지팀의 편제방식, 복지팀장의 경력 및 직렬, 민관협력 홍보빈도, 자체교육 실시 빈도 등은 사각지대 발굴실적에 영향이 없거나 일부 복지허브 조직형태에서만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다. 결국 아무리 업무 효율화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SNS 홍보를 돌리고,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며, 교육강화를 실시해도 복지 전달체계의 최전선에서 일할 인력 자체가 부족하면 사각지대 축소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보장제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란 일할 의욕이 있는 모든 실업자에게 정부가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직접고용을 통해 보장하는 정책이다. 이는 고용을 통한 소득보장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주요기능도 함께 담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서울형 일자리 뉴딜사업과 같은 한시적 고용사업과 달리 일자리 보장 영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 여부는 순전히 참여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한편 일자리 보장제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반면 경기가 괜찮고 최저임금보다 나은 처우를 제공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지출을 줄여 자연스레 정부지출과 경기변동폭을 동시 안정화시키는 이른바 자동 안정화 장치역할도 수행한다. 구체적인 운영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보장제의 재원조달을 정부가 책임 지는 한편 실질적 운영 및 교육·훈련을 지자체 및 지역단위에서 담당하는 형태로 가져갈 수 있다(일자리 보장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뉴스톱의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시리즈 참조)

이러한 일자리 보장제는 복지 전달체계 확충 및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책과 연계하기에 이상적이다. 청년 일자리 보장제 참여자들을 읍면동 마을 단위로 편제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경우 복지현장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이것은 복지 사각지대 규모를 줄여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공식적 사회안전망에 편입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것이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의 효능감과 신뢰감을 드높이는 선순환 효과를 부르는 것은 물론이다. 일자리 보장제 참여자들로 하여금 복지현장의 실태와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하는 효과는 덤이다.

혹자는 일자리 보장제 참여자들이 복지서비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설사 갖추고 있다 해도 일자리에 간헐적으로 참여할 경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보이듯이 전업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간헐적으로 마을복지 관련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인적안전망의 규모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 일자리 보장제는 이러한 활동을 단순히 봉사정신에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고용하는 일자리의 형태로 참여유인을 제시할 수 있다.

일자리 보장제 참여자들이 단기간의 훈련 끝에 투입된다 하도 업무 깔대기라 불릴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던 복지현장 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그들이 가진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할 공간을 열어준다. 예를 들어 늘어난 인력을 기반으로 기존 읍면동 단위의 맞춤형 복지팀 조직구조를 확대·개편할 경우 행정관리 · 인력교육 · 현장방문 역할 등을 보다 더 전문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비스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찾아가는 복지상담 서비스의 경우 공통적으로 나오는 불만 중 하나가 명확하지 않은 업무분담인데 사실 그 근본원인은 인력부족이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이 현장방문, 행정처리, 성과평과를 위한 자잘한 사후보고, 신규인력 교육 등 모든 일들을 떠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전부가 장기간의 숙련을 요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들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일자리 보장제는 고용불안정과 (전일제 기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보수수준 때문에 단속적으로만 일하던 기존 불안정 돌봄 노동자들을 정부가 전일제 형태로 직접고용해 서비스 공급을 안정화시키고, 기존 민간위탁 위주의 복지 전달체계에서 탈피해 각종 사회서비스의 진정한 국가 책임제로 이행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돌봄노동의 처우개선과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의 직접적 정부책임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복지체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향상될 경우 추후 돌봄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 보장제 영역에서 공식 정부부문으로 재편입시키는 것에 대한 저항은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산업안전기준 및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현장근로감독관, 세금체납 감시단, 오염배출 감시단 등의 공익적 활동들도 공정성 의식이 예민한 청년들에게 일자리 보장제 형태로 맡겨도 되는 사업들이다.

 

복지혜택 국민 다수가 체감할 때까지 증세 논의 삼가해야

마지막으로 재정문제를 살펴보자. 앞서 보았듯이 일자리 보장제는 경기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 보장제 도입시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 수준이 급격히 늘어나도 장기적으로는 경제규모 대비 재정지출이 일정비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필자와 다른 전문가들의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를 당장 실시한다 하더라도 지출규모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상 감당할 수 없는 규모는 아니었다. (시뮬레이션 방법과 규모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시뮬레이션의 추산에 따르면 일자리 보장제에 소요되는 재정규모는 장기적으로 GDP 대비 1.5%를 넘지 않는다. 청년 등 일부 계층에서 일자리 보장제를 우선 실시할 경우 재정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물론 일자리 보장제를 반드시 (단기적 재정수지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에 따라 재정적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기능적 재정 원칙에 따라 운영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사회복지 분야에 우선적으로 일자리 보장제를 도입할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은 추가증세 없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자리 보장제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사업 자체가 복지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효능감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각지대 해소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세 논의부터 꺼내드는 순간 강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일자리 도입시 발생하는 단기적 재정부담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인 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다 더 현실화하면 되는 문제이다(복지 확대 과정의 단기적 재정적자를 수용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뉴스톱에 기고한 전용복 교수의 지적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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