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저출산 예산 한해 40조원은 현금성 지원?
상태바
[팩트체크] 저출산 예산 한해 40조원은 현금성 지원?
  • 이강진
  • 승인 2021.09.15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 2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비판의 대상에는 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 정책’도 포함됐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지난해에만 저출산 해결 예산으로 40조 원을 지출했지만, 합계 출산율은 겨우 0.84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현금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출산하는 경우 200만원 바우처를 제공하고, 영아 수당을 신설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현금성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최저입니다. 지금처럼 출산율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생산력 감소로 인한 경제 불황’, ‘기존의 사회 복지체계 지속 불가’ 등 사회 전반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기현 원내대표의 말처럼 현금성 지원이 전혀 효과가 없다면, 그 재정과 에너지를 신속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김기현 원내대표의 말을 들으면 2020년 저출산 예산 40조원(정확히는 40조2000억원) 중 상당금액이 현금성 지원인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저출산 예산 중 현금성 직접 지원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현금성 지원은 정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현금보조’ 비중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 이상,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의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국가는 스웨덴, 독일, 일본, 프랑스입니다. 이 4개 국가들의 공통점은 ‘현금보조 지원’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2015년 기준 이들의 저출산 지출 중 현금보조 비중은 평균 39.9%입니다. 

한국의 많은 정치인언론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며,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2018년 한국의 저출산 지출 중 현금보조 비중은 14.3%로, OECD 32개국 중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2020.07)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2020.07)를 바탕으로 재구성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0)’에 나와있는 예산 항목을 봐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관련 현금보조 지원의 비중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출산 분야’에 예산을 편성한 9개의 중앙부처 중, 현금성 지원 항목을 책정한 부처는 ‘보건복지부(5080억 원) ‘고용노동부(472억 원)’ 뿐입니다. 이 두 부처의 현금보조 지원 금액을 합하면 5552억 원으로, 저출산 예산 40조 1905억에 비해 아주 적은 비중입니다.

*‘저출산 분야’ 예산이 편성된 중앙부처만 다룸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0)'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따라서 “현금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상위권 국가들만큼 현금 지원 정책을 시행해보지도 않고 ‘현금지원이 출산율을 올리는 효과가 없음’을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경제연구원은 “통상 간접 보조 중심의 정보 지출은 재정 누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아동수당, 출산보조금 등의 현금보조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보도자료에서, ‘저출산 대응에 따른 예산편성은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신흥정보지역 종합지식포털’의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와 헝가리의 출산정책(이하얀)>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사례를 봤을 때, GDP 대비 직접적인 저출산 예산이 많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출처: 신흥정보지역 종합지식포털
출처: 신흥정보지역 종합지식포털

 

‘간접 보조’에 치우친 저출산 정책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저출산 관련 예산에서 비중이 적은 ‘현금성 지원’에서 찾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간접 보조 중심적’으로 저출산 예산을 편성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 대응 재정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안의 총량이 부족하다기보다 직접적으로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만을 고려했을 때 저출산 영역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청년 주택 공급 확대’, ‘청년 임차가구 주거비 지원 강화’,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분양주택 공급 확대’ 등 주택정책 관련 예산이 17조 9819억 원으로 예산의 40% 이상을 차지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저출산 예산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은 중요한 정책이지만, OECD 기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금보조 지원 비율은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0)'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0)'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현금성 지원은 하나의 대안일 뿐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낮은 원인은 매우 복잡합니다 주거, 고용, 임금, 교육, 육아휴직, 보육시설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또한 출산 장려 정책이 주로 출산 장려금, 무상보육, 아동수당 등 영유아기에 단기적으로 집중돼있는 것도 재고해봐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생애주기별로 종합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금성 지원’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금성 지원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출처: 유튜브 '정세균TV'
출처: 유튜브 '정세균TV'

최근 저출산 관련 현금성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지난 1일, 정세균 전 총리는 유튜브 <정세균TV>를 통해 “흩어진 간접지원을 통폐합하고 아동수당을 확대해 매월 100만 원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지난 8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아동수당을 만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현금성 지원이 재정낭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만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대책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김기현 원내대표가 정확히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저출산 한 해 예산 40조원 상당부분이 현금성 지원인 것처럼 발언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OECD 국가중 한국의 현금 직접 지원 비중은 최하위권입니다. 그리고 육아 보육을 위한 현금 직접 지원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해외 주요국가는 현금 직접 지원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