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히어로 하드보일드 액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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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히어로 하드보일드 액션의 탄생
  • 홍상현
  • 승인 2021.09.1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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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현의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굳이 ‘파트 2’가 아니라 ‘레벨 2’라는 데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였던 유즈키 유코의 동명타이틀 소설에 기초한 전작(「고독한 늑대의 피」)과 차이가 있다. 또 하나의 픽션을 ‘속편’ 아닌 ‘업그레이드버전’을 지향하며 창작해낸 것이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굳이 ‘파트 2’가 아니라 ‘레벨 2’라는 데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였던 유즈키 유코의 동명타이틀 소설에 기초한 전작(「고독한 늑대의 피」)과 차이가 있다. 또 하나의 픽션을 ‘속편’ 아닌 ‘업그레이드버전’을 지향하며 창작해낸 것이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뜨거운 사내들의 세계”라든가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같은 영화포스터 카피를 접하면,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슴 한구석에 눌러놓았던 반골 기질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온다.

뜨거운 사내? 그게 무슨 소리지? 몸이 더워지는 건 자율신경과 호르몬에 의해 유지되던 체온의 균형이 깨져서다. 남자냄새? 이것도 거슬린다. 신병훈련소의 악몽이 떠오르거든. 남의 돈을 투자받아 만드는 흥행 상품이 무슨 기능성 면도크림도 아닌데 왜 타깃을 제한할까. 그러나 거부감 드는 선전문구 조차 은근슬쩍 넘겨버릴 수 있을 정도로 폭력을 갈등의 해결수단으로 상정하는 드라마의 소구력은 강하다.

무려 17세기 초에 해적판이 등장했다는 『햄릿』을 보자. 타이틀 롤인 덴마크 왕자는 아버지를 독살한 숙부, 그와 야합한 어머니에 대한 울분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힘겨운 과업도 있다. 왕실의 적자로서 정통성을 확보하고 국가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선거 같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면 좋겠지만 시대가 시대라 기댈 것은 칼의 힘뿐. 그리하여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을 셰익스피어의 대표비극은 액션 장르의 특성을 획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주인공은 실수로 연인의 아버지를 살해, 처남이 될 뻔 한 레어티스와 혈투를 벌이는 반영웅(안티히어로)의 면모를 드러낸다. 결말도 절묘하다. 우연히 독을 발라놓은 칼을 바꿔들게 됨으로써 간계의 전말을 파악한 햄릿은 어렵사리 복수에 성공하지만,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남는 것은 침묵 뿐(The rest is silence)”이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기며 숨을 거둔다. 작가는 호레이쇼의 입을 빌어 이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한다. 부조리한 세계의 단면을 드러내고, 뻔한 권선징악으로 서사를 마무리 짓지 않는 하드보일드다.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도쿄의 실락원」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다수의 작품이 한국에서 공개되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그 자신 한국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도쿄의 실락원」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다수의 작품이 한국에서 공개되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그 자신 한국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이상에서 르네상스기와 현대를 넘나들며 짚어본 하드보일드 액션의 요소들은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에서 고스란히 계승된다.

굳이 ‘파트 2’가 아니라 ‘레벨 2’라는 데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였던 유즈키 유코의 동명타이틀 소설에 기초한 전작(<고독한 늑대의 피>)과 차이가 있다. 또 하나의 픽션을 ‘속편’ 아닌 ‘업그레이드버전’을 지향하며 창작해낸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보스의 죽음으로 오다니 파와의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평화국면을 맞았던 이리코 파는 행동대장 우에바야시(스즈키 료헤이 분)의 출소 이후 다시 술렁인다. 동료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잔혹함을 드러내며 조직간 대립을 중재하려는 형사 히오카(마츠자카 토리 분)마저 조롱하는 그의 폭주 때문이다. 히오카는 암흑가의 세력균형에 고심하며 우에바야시가 저지른 사건을 추적하지만 우에바야시는 끝내 히오카의 연인인 재일한국인 마오(니시노 나나세 분)는 물론, 남동생이자 비밀정보원인 친타(무라카미 니지로 분)마저 압박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냉혹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선악의 기로에 내물리는 인간군상에 주목해온 특유의 작풍으로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단세포적 히어로무비를 뛰어넘는 안티히어로 하드보일드 액션을 탄생시킨 시라이시 감독을 만나보았다.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의 메가폰을 잡은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은 냉혹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선악의 기로에 내물리는 인간군상에 주목해온 특유의 작풍으로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단세포적 히어로무비를 뛰어넘는 안티히어로 하드보일드 액션을 탄생시켰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의 메가폰을 잡은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은 냉혹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선악의 기로에 내물리는 인간군상에 주목해온 특유의 작풍으로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단세포적 히어로무비를 뛰어넘는 안티히어로 하드보일드 액션을 탄생시켰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유럽판타지영화제연맹(EFFFF) 특별언급 작품 <고독한 늑대의 피>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로 다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오셨습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제가 한국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불러주셔서 더더욱 기쁩니다.

요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왔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온통 즐거웠던 추억뿐이었습니다.

 

홍상현

<고독한 늑대의 피>로는 2018년 실사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시는가 하면, <흉악: 어느 사형수의 고발> 이후 두 번째로 일본 아카데미 우수감독상을 수상,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 감독의 포지션을 굳히셨습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1위를 한 것까지는 저도 몰랐는데, 조사를 참 치밀하게 하셨네요. (웃음)

아직 그렇게까지 호평을 받는 감독의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시는 것 같은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지요.

보스의 죽음으로 오다니 파와의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평화국면을 맞았던 이리코 파는 행동대장 우에바야시(스즈키 료헤이 분, 왼쪽)의 출소 이후 다시 술렁인다.  동료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잔혹함을 드러내며 조직간 대립을 중재하려는 히오카마저 조롱하는 그의 폭주 때문이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보스의 죽음으로 오다니 파와의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평화국면을 맞았던 이리코 파는 행동대장 우에바야시(스즈키 료헤이 분, 왼쪽)의 출소 이후 다시 술렁인다. 동료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잔혹함을 드러내며 조직간 대립을 중재하려는 히오카마저 조롱하는 그의 폭주 때문이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도쿄의 실락원>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다수의 작품이 한국에서 공개되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감독 본인께서도 한국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신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저는 한국영화로부터 늘 새로운 자극과 큰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제작은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고요. 일본영화는 한국영화와 비교할 때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뒤쳐져 있어요.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습니다.

 

홍상현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과 관련 ‘메인스트림의 영화라 할지라도 제작방식에 있어서는 인디적인 것을 지향한다’고 하셨던 게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이를테면 <고독한 늑대의 피> 같은 경우, 잘 아시다시피 이른바 ‘메이저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이잖아요. 이 경우, 확실히 제작여건은 인디보다 나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제 의지를 담은 발언이었습니다.

우에바야시는 끝내 히오카의 연인인 재일한국인 마오(니시노 나나세 분)는 물론, 남동생이자 비밀정보원인 친타(무라카미 니지로 분, 오른쪽)마저 압박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우에바야시는 끝내 히오카의 연인인 재일한국인 마오(니시노 나나세 분)는 물론, 남동생이자 비밀정보원인 친타(무라카미 니지로 분, 오른쪽)마저 압박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역시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에서도 그런 자세를 유지하셨고요? (웃음)

시라이시 카즈야

그럼요. 물론이죠. (웃음)

 

홍상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당시 이번 작품을 소개하시면서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물론 <고독한 늑대의 피>와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지만 전작과 차별화 되는 새로운 도전과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ㆍ영화를 만들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냥 ‘연작’이 되어버리면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설 수 없기도 하고요.

“어떤 영화가 히트하면 다들 비슷한 작품을 기획하려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제 경우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죠.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 곳에 표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느끼기에 고군분투를 하게 되더라도 일반적인 흐름으로부터 독립적인 작품의 방향을 견지해 가고 싶어요.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결기는 3년 전이나 ‘업계의 젊은 명장(名匠)’으로 성장한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어떤 영화가 히트하면 다들 비슷한 작품을 기획하려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제 경우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죠.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 곳에 표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느끼기에 고군분투를 하게 되더라도 일반적인 흐름으로부터 독립적인 작품의 방향을 견지해 가고 싶어요.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결기는 3년 전이나 ‘업계의 젊은 명장(名匠)’으로 성장한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규모로는 블록버스터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형적인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항상 아웃로(outlaw), 즉 선악의 기로에 서있는 입체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십니다.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맞습니다. 아마도 개인적인 경향의 문제와 관련이 깊을 텐데요.

저는 ‘완전무결한 정의의 화신’보다 말씀하신 아웃로의 지점에 빗겨가 서 있는 인물에게 더 감정이입이 됩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사회의 주류에 대단히 저항적이었던 앞세대 영화인들의 영향 또한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예컨대, 제 스승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와카마츠 코지 감독도 그런 분이셨죠.

 

홍상현

전편에서 전형적인 ‘범생이’ 스타일을 유지하던 히오카의 변모가 눈에 띕니다.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혹시 악인 아닐까’하는 생각에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오가미의 캐릭터를 완벽히 계승하고 있는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는 전작의 마지막에서 오가미(야쿠쇼 코지 분)의 죽음으로 히오카가 히로시마 암흑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재자 역할을 물려받은 이후의 이야기죠. 하지만 생물학적 연령자체는 무척 어린, 따라서 형사로서의 경력도 그렇게까지 길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캐릭터에 좀 더 콘트라스트(contrast)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위악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할까요.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는 전작의 마지막에서 오가미의 죽음으로 히오카가 히로시마 암흑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재자 역할을 물려받은 이후의 이야기죠. 하지만 생물학적 연령자체는 무척 어린, 따라서 형사로서의 경력도 그렇게까지 길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캐릭터에 좀 더 콘트라스트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위악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할까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술회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는 전작의 마지막에서 오가미의 죽음으로 히오카가 히로시마 암흑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재자 역할을 물려받은 이후의 이야기죠. 하지만 생물학적 연령자체는 무척 어린, 따라서 형사로서의 경력도 그렇게까지 길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캐릭터에 좀 더 콘트라스트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위악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할까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술회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말씀하시는 내용을 그려내기 위해 마츠자카 토리 배우에게 어떤 디렉션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시라이시 카즈야

저는 딱히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보다, 시나리오의 내용을 충실히 공유하는 방향으로 촬영을 이끌어 갔는데요. 오히려 마츠자카 배우가 더 욕심을 내더라고요. 그가 이해하기에 히오카는 ‘늑대로 길러진 개’라는 이미지였다고 해요. 심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이런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체중까지 무척 감량했습니다.

 

홍상현

히오카 형사와 유일하게 정신적 유대감, 혹은 형제애를 느끼는 '친타'가 재일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일본사회에 대한 저 개인의 인식과도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역사적으로 재일코리언은 고된 삶과 차별 등으로 고통 받아 온 존재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일코리언의 슬픔과 분노를 각각 형상화 시킨 존재들이 친타와 우에바야시 두 사람이고요. 한 사람은 주인공의 유일한 조력자, 다른 한 사람은 악당, 역의 비중 자체도 무척 클뿐더러 앞서 히오카 형사처럼 함부로 재단하기 힘든 여러 측면을 갖는 인물들이죠.

히오카가 유일하게 정신적 유대감, 혹은 형제애를 느끼는 인물인 '친타'는 연인인 마오의 남동생이며 비밀정보원이기도 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무라카미 니지로가 분해 열연을 보여주었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히오카가 유일하게 정신적 유대감, 혹은 형제애를 느끼는 인물인 '친타'는 연인인 마오의 남동생이며 비밀정보원이기도 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무라카미 니지로가 분해 열연을 보여주었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아이돌 출신 연기자인 니시노 나나세 배우가 느닷없이 하드보일드의 등급으로 따져보면 거의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에 캐스팅되는 바람에 결과가 상당히 주목되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성공적이었지만.

시라이시 카즈야

캐릭터가 이전 출연작에서 보여준 모습과 워낙 차별화되고, 작품의 성격도 대단히 격렬하기 때문에 저도 내심 걱정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의 세계와 대단히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셨어요. 표현자로서의 심지가 강하고, 작품의 완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상현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 관객에게 <내 이야기!!>의 코믹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스즈키 료헤이 배우의 연기변신이었습니다. 실로 아시아 갱 영화 최강의 빌런(villain)이 탄생했는데요.

시라이시 카즈야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다니 이거 정말 영광입니다! (웃음)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의 우에바야시는 문자 그대로 ‘잔학무도’한 사내지요. 하지만 영화에서도 보실 수 있다시피 그는 슬픈 과거와 많은 상처들을 안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안타까움’이 관객들에게도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특히 주의를 기울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 아마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는데 극중에서 우에바야시는, 악인일지 모르나 어떤 경우에서든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특성도 그의 캐릭터를 구성하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다뤘던 부분이었어요.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재일한국인이자 히오카의 연인인 마오 역을 맡은 니시노 나나세 배우. 시리시이 카즈야 감독은 그를  “표현자로서의 심지가 강하고, 작품의 완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며 호평했다.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재일한국인이자 히오카의 연인인 마오 역을 맡은 니시노 나나세 배우. 시리시이 카즈야 감독은 그를 “표현자로서의 심지가 강하고, 작품의 완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며 호평했다.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홍상현

촬영을 하시던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한 가지만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우에바야시와 히오카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결말부의 시퀀스 촬영을 예로 들고 싶은데요. 예정되어있던 스케줄을 훨씬 초과해서 촬영되었습니다.

당연히 액션의 난이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둘의 싸움이 연출자인 저도, 그리고 두 사람의 배우도 몸속의 모든 에너지를 조금도 남김없이 쏟아내야만 끝이 날 것 같더라고요.

드디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정말 녹초가 되어있었죠.

 

홍상현

말씀을 듣고 보니 다시 한 번 짚어두고 싶은데, 사실적이고 소름끼치는 액션이야말로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아닐까 합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액션영화ㆍ장면을 연출할 때의 제 원칙에 대해 말씀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액션장르의 영화, 혹은 액션이 등장하는 장면은 비디오게임과 다르죠. 그 주체가 ‘사람’이니까요. 대역배우를 쓰든, 혹은 연기자 본인이 직접 몸을 던지든 육체를 사용하는 까닭에 액션에는 체력이 소모되고 고통도 따릅니다.

저는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런 아픔이 전해지는 액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액션이라기보다 뉘앙스 상으로 ‘폭력’이 적절할 겁니다.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말은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라는 작품이 갖는 차별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액션장르의 영화, 혹은 액션이 등장하는 장면은 비디오게임과 다르죠. 그 주체가 ‘사람’이니까요. 대역배우를 쓰든, 혹은 연기자 본인이 직접 몸을 던지든 육체를 사용하는 까닭에 액션에는 체력이 소모되고 고통도 따릅니다. 저는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런 아픔이 전해지는 액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C)2021 Last of the Wolves Film Partners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말은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라는 작품이 갖는 차별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액션장르의 영화, 혹은 액션이 등장하는 장면은 비디오게임과 다르죠. 그 주체가 ‘사람’이니까요. 대역배우를 쓰든, 혹은 연기자 본인이 직접 몸을 던지든 육체를 사용하는 까닭에 액션에는 체력이 소모되고 고통도 따릅니다. 저는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런 아픔이 전해지는 액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 2021 LAST OF THE WOLVES Production Committee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는 간단하게 말하면 경찰과 갱스터의 싸움을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란 무엇인지 묻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이전 이야기로 야쿠쇼 코지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고독한 늑대의 피>가 한국에서도 공개되었던 만큼, 이번 ‘레벨 2’도 꼭 일반상영관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날이 온다면 부디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3년 전의 첫 만남 당시 “어떤 영화가 히트하면 다들 비슷한 작품을 기획하려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제 경우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죠.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 곳에 표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느끼기에 고군분투를 하게 되더라도 일반적인 흐름으로부터 독립적인 작품의 방향을 견지해 가고 싶어요.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결기 넘치는 발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동년배 감독이자 친구와의 대화가 끝났다.

얼마 전 코로나 19로 밀어닥친 미니시어터(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소규모 영화관. ※ 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동료영화인들과 극장을 순회하며 벌인 시네마토크가 으로 엮여 나오면서 베스트셀러 공저자 타이틀까지 거머쥔 시라이시 카즈야. <고독한 늑대의 피: 레벨 2> 개봉 말고도 벌써 한 편의 신작 촬영을 마치고 또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란다. 문득 이 와중에도 거침없는 영화인생이 시작되었던 지점을 떠올린다. 재개봉관 스태프가 포스터를 붙여놓을 때마다 초대권을 놓고 갔다던 홀어머니의 작은 밥집.

아무쪼록, 이 ‘고독한 늑대’의 질주가 쉼 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같은 학교 이미지인류학랩(IAL)의 네트워크 멤버였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은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어쨌거나 괜찮아』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국내에 소개해 온 번역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비상근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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