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재명 "무임승차, 지하철 재정 악화 근본 원인"? 

  • 기자명 신다임 기자
  • 기사승인 2021.09.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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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사가 극적 타결을 이뤄냄에 따라, 노조는 지난 14일로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구조조정, 즉 인력 감축 여부였습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심각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직원의 10%를 감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노조 측이 반발하며 갈등이 촉발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자료 재구성
서울교통공사 제공 자료 재구성

 

사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통합으로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3년 연속으로 약 5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에 적자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6천억 원으로 전망됩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재정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임승차 등 국가의 교통복지 제공 비용을 운영기관에 고스란히 부담시켜 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서울 지하철 재정난의 주범이 ‘무임승차’일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무임승차 손실비용은 전체의 24%

현재 지하철의 법정 무임승차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입니다. 이들은 각각 노인복지법 제26조, 장애인복지법 제30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6조 등에 근거하여 권리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8일 작성된 서울교통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의 무임승차 인원은 1억 9600만 명입니다. 이들의 수송을 운임으로 환산하면 약 2643억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금액이 전체 손실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2020년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액은 총수익(1조 6102억)에서 총비용(2조 7239억)을 제외한 1조 1137억 원입니다. 즉, 무임승차로 발생한 손실액(2643억)은 전체 적자(1조 1137억)의 약 24%에 불과합니다. 

 

서울교통공사 회계결산 갈무리
서울교통공사 회계결산 갈무리

 

물론 국가의 교통복지를 위한 공익서비스에는 무임승차 외에도 버스환승, 조조할인, 연장운행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공익서비스 손실액을 합한다고 해도 2020년 기준 4793억 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물론 서울시에서도 지속적으로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에 의해서 무임승차가 이뤄지는만큼 중앙정부가 손실분에 대해 지원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철도사업을 하는 코레일의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도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입니다. .

 

서울교통공사 제공 자료 재구성
서울교통공사 제공 자료 재구성

 

원인①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그러면 적자가 큰 폭으로 상승한 다른 원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하철의 주된 사업은 수송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 공사 운영구간의 수송통계를 분석한 「2020년 1~12월 서울교통공사 수송실적」를 보면 작년 한 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수송인원은 총 19억 7912만 명(일평균 541만 9368명)이었습니다. 2019년의 총 수송인원이 27억 2625만 명(일평균 746만 918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7억 4712만 명이 줄어든 것으로, 감소 폭은 27.4%에 이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송인원의 감소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수송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공사의 수입도 자연스럽게 감소했습니다. 1월 28일 작성된 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운수수입은 1조 6714억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1조 219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수입이 27.0%(4515억 원) 가량 감소한 것입니다.

 

원인② 동결된 요금

지하철 요금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2월 18일 작성된 서울교통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지하철의 1인당 수송원가는 2061원이었습니다.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2061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운임 비용은 1250원으로, 지난 2015년에 인상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승객 한 명이 탈 때마다 손실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소비자물가, 국민소득, 연료비 변화 등과 연동해 1~2년 주기로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2019년 서울시에 건의한 바 있습니다. 지하철 요금 조정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도시철도 요금 조정 사례를 벤치마킹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 반대 등을 넘지 못해 흐지부지됐습니다.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에도 2년에 한 번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추진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자치법규정보시스템 갈무리
서울특별시 자치법규정보시스템 갈무리

 

원인③ 급여 및 평가급

서울교통공사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비용의 하위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급여 및 평가급’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1조 1874억 원으로, 2020년 기준으로 총 지출한 비용(2조 7239억)의 43.6%를 차지합니다. 

 

서울교통공사 2020 손익계산서 갈무리
서울교통공사 2020 손익계산서 갈무리

 

지난 3월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원들 봉급도 줄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정 악화의 심각성을 드러낸 발언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8일 연합뉴스TV의 보도에 따르면, 1조 원 넘는 손실에도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처음으로 7천만 원을 넘어섰고, 사장의 연봉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금액입니다. 지난 몇 년간 평가급 액수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공사는 이를 두고 ‘실적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지급의 기준이 되는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2021.04.28.)캡쳐
연합뉴스TV(2021.04.28.)캡쳐

 

정리하자면, 서울교통공사가 ‘무임승차 등 국가의 교통복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 재정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요인을 짚어 ‘근본 원인’이라고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악화는 여러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통량 감소는 일시적인 적자 원인입니다(물론 재택근무의 보편화로 대중교통 이용 감소 트렌드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송원가에 못미치는 지하철요금도 적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위해 원가보다 싸게 요금을 책정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무임승차가 적자폭을 늘리는데에 기여하고 있지만 비중은 전체 적자폭의 24% 수준입니다. 정부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분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흑자로 전환되지는 않습니다. .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무임승차 등 국가의 교통복지 제공 비용을 운영기관에 고스란히 부담시켜 온 것이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발언을 절반의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그 시작이 정부의 손실보전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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