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군가산점 사라진 이유는 여성의 사회진출"?

  • 기자명 신다임 기자
  • 기사승인 2021.10.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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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예비역 병장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병영문화 개선과 군인 처우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윤 후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가산점이 없어지고, 이래서 군을 지원하거나 복무하는 과정에서 사기도 많이 위축된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의 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닐뿐더러 여성의 사회 진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윤 후보의 말은 사실일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이하 가산점제도)란 제대군인이  6급 이하의 국가·지방공무원 채용 시험에 응시할 경우에 일정 비율(2년 이상 복무한 경우 시험 만점의 5%, 2년 미만은 3%)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1961년부터 시행되다 1999년 12월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가산점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국회입법조사처 「군경력 가산점제 재도입 논의의 쟁점 」 갈무리
국회입법조사처 「군경력 가산점제 재도입 논의의 쟁점 」 갈무리

 

근거① 헌법상 근거 없음

쟁점은 헌법 제39조입니다. 제39조 제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가산점제도의 헌법상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조항은 법문 그대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이유로 발생하는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할 뿐이지, 병역의무의 이행에 대한 보상 책임을 국가에 묻는 취지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헌법 제39조 제1항이 국방의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는 이상, 병역법에 따라 군 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의무이지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납세의 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국가가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 것과 동일한 논리로 해석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근거② 평등권 침해

헌법재판소는 가산점제도가 헌법 제11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대군인과 비(非)제대군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경우, 전체 여성 중 극히 일부만이 제대군인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라고 봤습니다. 한편 비(非)제대군인에는 질병·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남성과 보충역 복무를 하는 남성도 포함됩니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현역 복무를 하게 되는지는 병역의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징병검사의 판정 결과, 학력, 병력 수급의 사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이들 또한 차별하는 제도라는 설명입니다.

 

근거③ 공무담임권 침해

헌법 제25조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공무담임권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이 되어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군 현역 복무 여부가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업공무원에게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므로, 직업공무원으로의 공직취임권에 관하여 규율함에 있어서는 임용 희망자의 능력ㆍ전문성ㆍ적성ㆍ품성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능력주의 또는 성과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능력주의에 기초하지 않는 가산점제도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정보(98헌마363) 갈무리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정보(98헌마363) 갈무리

 

정리하자면 헌법재판소는 가산점제도가 ①헌법상의 근거가 없는 이상 단순히 입법 정책적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헌법에 우선할 수 없는바, ②헌법 제11조와 ③헌법 제25조를 위배하고 있어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군가산점제는 헌법에 배치되어서 사라진 것이지 여성의 사회진출때문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 후보의 주장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자면 여성의 취업시장으로의 진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군가산점제로 인해 공직입문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군복무가산점제도의 문제점은 공식적으로는 1994년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들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1998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1998년 헌법소원은 군가산점제로 7급 공무원 시험에 탈락한 이화여대 졸업생과 연세대 장애인 남성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면 제기한 것이 시발점입니다. 군대에 갈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장애인과 여성이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입니다. 

게다가 전체 여성 고용률을 살펴봐도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가산점제도 도입 이후 폐지되기까지 약 40여 년 사이에 여성 고용률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표를 통해 본 한국여성 삶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7년까지의 30년간 여성 고용률 증가는 약 10%p 정도입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큰 폭으로 여성 고용률이 상승한 것은 맞습니다. 다만 한국 경제가 고도화됨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노동인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또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이 90년대 이후 남성을 추월하는 등 고급인력이 많아짐에 따라 취업자수도 같이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가산점제도가 사라진 이유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윤 후보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지표를 통해 본 한국여성 삶의 변화」 갈무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지표를 통해 본 한국여성 삶의 변화」 갈무리

군가산점제 폐지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인사혁신처 연보(2017)에 따르면, 7·9급 공무원 채용에서의 여성 합격 비율은 가산점제도가 폐지된 이후에 증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공직입문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증거입니다. 가산점제도가 폐지된 직후인 2000년에 32.2%를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약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0년 이후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7년도 인사혁신처 연보 갈무리
2017년도 인사혁신처 연보 갈무리
2017년도 인사혁신처 연보 갈무리
2017년도 인사혁신처 연보 갈무리

 

한편, 당시 헌법재판소는 가산점제도의 입법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대군인은 군 복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회와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취업 준비에 있어 불리한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사회 복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다른 집단의 기회를 박탈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후보와의 간담회에 참가했던 한 예비역은 제대군인에 대한 “보편적인 특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산점제도 같이 공시나 공기업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선별적 특혜 대신, 소득세율 감소나 공공시설 할인 같은 보편적 복지가 전역 후에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위헌 판결이 난 가산점제도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 실제 제대군인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가 아닌 다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특정 집단이 아닌 전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될 몫입니다. 더 이상 병영문화와 군인 처우 개선 문제를 단순히 성별 갈등으로 덮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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