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인터넷속도 세계 최고인가, 아닌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1.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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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증거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 인터넷 속도가 최고가 아니라는 평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이동통신 3사가 오는 3월부터 일반 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시 '세계 최고' 논쟁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속도에서 한국이 최고인지 최근 자료를 종합해 확인했다.  

 

영국 Cable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 인터넷 속도 1위부터 30위까지 천차만별

지난해 9월 인터넷 속도와 관련해 한국으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 인터넷 속도가 200개국 중 30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국의 IT 관련 사이트인 <케이블>이 미국 뉴아메리카 오픈테크놀로지연구원, 구글 오픈소스 리서치, 프린스턴대 플래닛랩 등과 함께 주요 200개국에서 광대역통신 속도를 1억6300만회 이상 테스트해 나온 결과다. 이 내용은 ‘세계 광대역통신(Broadband) 속도 리그 2018’ 보고서에 담겼다.  

그런데 직전까지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아카마이코리아가 발표한 ‘2017년 1분기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곳은 한국이었다. 당시 한국의 인터넷 연결 속도는 28.6Mbps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 7.0Mbps보다 4배 빨랐다. 또 2013년 <뉴욕타임스> 기사는 한국 인터넷 속도를 세계 1위라고 평가했고 비지니스 인사이더도 2015년 한국을 세계 1위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넷속도 테스트업체 ‘우클라’가 발표한 2017년 11월 기준 전 세계 주요 나라의 인터넷 속도 테스트 결과, 한국은 127.45Mbps로 4위였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한국 언론은 주로 Akamai(아카마이)OOKLA(우클라)Cable(케이블) 세 기관의 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다. 아카마이 측정 결과에서 한국은 계속 1등이다. 가장 최근 공식발표인 2017년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인터넷 평균 속도는 28.6Mbps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평균 속도 25Mbps를 넘어섰다. 반면 우클라의 2018년 11월 조사에서 한국은 114.31Mbps로 세계 5위였고 모바일인터넷 속도는 47.86Mbps로 1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케이블 측정에서 한국은 지난해 22.90Mbps로 16위, 올해는 20.63Mbps로 30위를 기록했다. 편차가 너무 크다.  

문제는 순위가 다른 것 뿐 아니라 인터넷 속도까지 기관별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아카마이는 28.6Mbps, 케이블은 22.90Mbps인데 비해 우클라는 114.31Mbps로 측정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서버위치, 통신경로, 단말기 OS에 따라 결과 달라져

인터넷망은 고정형인 광대역망과 이동형인 모바일망으로 구분한다. 속도 측정은 사용자의 단말기(PC, 모바일 기기 등)와 측정기관 서버와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결과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광대역망과 모바일망 가운데 하나만 측정하거나 두 가지를 더해 평균을 낼 수도 있다. 또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 등을 종합한 수치를 제공할 수도 있고 다운로드 속도만을 측정할 수도 있다. 그마저도 국가별로 어떤 통신사업자의 어떤 통신망을 이용해 측정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측정 서버의 위치, 통신경로, 심지어 단말기와 OS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 수치가 나온다. 측정기관별로 다른 수치가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우클라의 측정결과에서 모바일 회선의 평균 속도를 안드로이드와 iOS로 분류하면, 다운로드 속도는 iOS가 27.84Mbps인 반면, 안드로이드는 21.35Mbps이다. 업로드 속도는 iOS가 10.6Mbps, 안드로이드가 8.73Mbps였다. 하지만 이것을 근거로 iOS가 안드로이드OS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아이폰(iOS)은 통신망이 발달해 인터넷속도가 빠른 선진국에서 많이 소비되는 반면 통신망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저개발국가에서는 낮은 사양의 저가격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카마이는 전 세계적으로 분산 배치한 ‘아카마이 인텔리전트 플랫폼’을 이용해서 인터넷 접속 속도, 네트워크 접속과 가용성 문제, IPv6 도입현황 등 다양한 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인터넷 현황 보고서를 발행한다. 가장 최근 발표인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광대역인터넷 조사에서였다. 모바일에서는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다. 아카마이 측정결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광대역통신망 자료로 쓰일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Ookla 인터넷속도측정 화면

우클라의 경우 한국에서 서울에 두 곳, 김해에 한 곳 등 3개의 서버를 통해 측정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영국 케이블의 경우 광대역인터넷에서도 다운로드 속도만을 측정했다. 한국은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20.63Mbps로 5GB 고화질(HD) 영화를 다운로드하는데 보통 33분 6초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조사 때보다 속도가 2.27Mbps 느려지며 순위가 하락했다.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속도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인터넷 속도는 다운로드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통신망의 종류, 서버의 위치, 사용하는 프로그램, 통신망 경로 등에 따라 속도가 다르게 나온다”며, “한국은 보통 100MB기준으로 98~99MB의 속도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통신사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80~90mbps가 제공되지만 콘텐츠 제공업체 등 부가서비스 업자들이 서버 용량 등을 고려해 속도를 제한하고 있어, 인터넷 속도라기보다 서비스 사업자의 제공 속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속도측정 화면 캡처

과기정통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선 '세계최고' 수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해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2018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지난 12월 3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무선 인터넷(LTE, WiFi, 3G), 이동통신 음성통화(3G, VoLTE), 유선인터넷(500Mbps급, 1Gbps급, 전 구간 및 국제구간)이다.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0.68Mbps로 전년 대비 12.93%, 업로드 속도는 43.93Mbps로 전년 대비 29.05% 빨라졌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26.14Mbps로 전년 대비 약 26.6%, 대도시 대비 약 76.62%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LTE 속도가 빨라진 건 이동통신사가 2016년 할당 받은 주파수에 투자를 늘리며 기지국이 증가한 결과다.

와이파이(WiFi)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상용 WiFi는 305.88Mbps로 전년대비 15.49%, 공공 WiFi는 354.07Mbps로 전년대비 23.49%가 개선되었다. 유선인터넷 6개사의 500Mbps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484.34Mbps, 업로드 속도는 486.40Mbps이며, 1Gbps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13.83Mbps, 업로드 속도는 907.10Mbps로 측정되었다. 사업자 자율로 진행된 초고속인터넷(100Mbps)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9.39Mbps, 업로드 속도는 98.36Mbps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2018년 조사한 해외 LTE 무선인터넷 품질조사 결과(다운로드 기준 : 토론토 74.17Mbps, 프랑크푸르트 55.58Mbps, 파리 53.89Mbps, 홍콩 42.01, 라스베가스 27.15 등)와 비교 시 한국의 LTE 무선인터넷 품질은 전반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IT강국이 아니라 IT인프라강국

인터넷 인프라는 다운로드 속도보다는 광대역 등 어느 정도 수준의 통신망을 얼마나 많이 잘 갖추고 있는 지가 관건이다. 한국은 인구 밀집도가 높아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보통신분야의 양대 축인 것을 감안하면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져있는 한국은 ‘IT강국’이라기보다 ‘IT인프라강국’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2017년도 정보통신기술발전지수(ICT 발전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76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각종 정보통신기술 관련 지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ICT 발전정도를 평가한 ICT 발전지수는 ICT에 대한 접근성, 이용도, 활용능력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한국은 ICT 활용능력에서 2위, ICT 이용도 4위, ICT 접근성 7위를 기록했는데, ICT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9년 이래 줄곧 1~2위를 차지해 왔다.

정리하면 한국의 인터넷속도는 광대역부분에서는 세계 1위, 모바일 분야에서는 상위권으로 볼 수 있으며, 이동통신망을 비롯해 IT인프라에서 세계 최상위권 국가가 맞다. 한국은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3세대 통신망과 4세대 통신망 모두 다른 국가들보다 이른 시기에 구축해, 도입 초기에는 통신 속도가 빠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최신 통신망을 구축하는 후발국가들에 비해 인터넷 속도가 뒤처질 수 밖에 없다. 현재 5세대 통신망을 도입중인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모바일 인터넷 속도에서도 세계 1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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