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 후] '무더기 도용' 손창현, 소송비용 마련한다며 또 남의 글 도용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0.19 10: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의 소설을 통째로 훔쳐 여러 공모전에 당선된 사실이 탄로나면서 공분을 샀던 손창현. 그가 또다시 남의 작품을 이름만 바꿔 공모전에 출품했다 당선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됐던 그는 왜 작품 도용을 끊지 못할까? 뉴스톱이 파헤쳐봤다.

출처: A문인협회
출처: A문인협회

 

①지역 문인협회 백일장 도작 출품해 수상

손창현은 지난 9월 수도권 A문인협회가 주최한 백일장 대회에 출품해 '참방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내용은 복수의 지역 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해당 협회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수상 내용이 확인했다.

협회는 9월 백일장 대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총 45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이후 심사를 거쳐 10월9일 수상자가 발표됐다. 발표 내용은 복수의 지역 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손창현의 수상 내용도 실려있다. '내게 준 선물 또 하나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한 산문이 '참방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3일 뒤인 10월 12일 손창현의 수상은 취소됐다. 협회는 "기 수상작 중 참방상을 수상한 손창현씨의 글이 2008년 "전국 이민자 정착 우수사례 발표회"에 발표된 필리핀 이주여성의 글임이 밝혀져 수상을 취소합니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손창현의 수상을 취소한 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도 수청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재 관련 보도에는 손창현의 이름이 빠졌다.

 

②A문인협회, "제보로 밝혔다"

손창현은 지난 1월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도용해 여러 차례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실이 밝혀져 지탄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여러 공모전에 다른 사람의 작품과 아이디어들을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문학상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작품 도용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물의를 빚었던 당사자가 또다시 도용한 작품을 출품해 수상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A문인협회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최초 수상작 발표 이후 다른 수상자의 제보가 있어 확인을 했고, 도용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손창현이 이번에 훔친 작품은 필리핀 이주여성 글렌 에이 구티에레스의 글이다. 2008년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이 주최한 전국 이민자 정착 우수사례 발표회에 소개됐다. A문인협회는 제보를 받은 뒤 어렵게 원문을 찾아내 도작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최초 심사 단계에선 도작 여부에 대해 한 차례 검증해봤지만 찾아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언한 '문학상 운영 매뉴얼' 또는 도작(표절) 방지 시스템과 관련된 지침을 받거나 한 적은 없었다.

출처: A문인협회
출처: A문인협회

 

③ 손창현 "소송 비용 마련하고자 또 도용했다"

뉴스톱은 손창현과 통화를 시도했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연결됐다. 손창현은 처음엔 도작 출품 사실에 대해 발뺌하다가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돼 소송 비용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작 때문에 소송이 걸렸는데 그 소송 비용을 마련하려 또다시 도작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물음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사과 드린다.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가정사를 거론하며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A문인협회 확인결과 이 백일장 행사에는 상금이 책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톱은 손창현에게 사과를 받을 일이 없다. 사과를 받아야 할 주체는 A문인협회와 글의 원작자인 구티에레스씨일 뿐이다. 이런 지적을 받자 손창현은 A문인협회에 연락해 "잘못했으니 뉴스톱에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A문인협회에 수상이 취소됐다는 공지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물의를 빚은 손창현의 도작 시도는 계속되고 있었다. 허술한 검증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았고 10개월 뒤 같은 인물이 또다시 도작을 출품했는데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수상자 발표 이후이긴 하지만 손창현의 도작을 밝혀내 수상을 취소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문학계의 촘촘한 사전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뉴스톱은 A문인협회가 피해자인 점을 감안해 단체명은 밝히지 않았다.

A문인협회는 더 큰 잡음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A씨에 대한 고소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손창현과 제2, 제3의 손창현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보여주는 길이 아닐까 싶다. 

 


2021. 10. 20. 12:14 기사 수정> 상급단체명을 노출하지 말아달라는 A협회의 요청이 있어 그래픽 자료를 수정했습니다. 복수의 언론 매체를 통해 수상 소식이 확인된다는 부분은 A협회가 해당 언론사에 기사 수정을 요구해 수용된 상황이므로 반영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수상을 취소했다'는 부분은 협회가 자체적으로 도작 사실을 밝혀 수상을 취소했다는 반론을 반영해 수정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