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⑨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생태계 훼손?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0.29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조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2021년 10월 18일 환경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시화호 사례를 들어 새만금 조력발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새만금호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해 해수 유통을 실시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면 환경도 살리고 깨끗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6월 4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시화호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중기 계획 중 하나로 조력발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계획된 상태"라며 "타당성 조사 등을 검토한 후에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력발전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2010년 시화호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할 당시 환경단체들은 "조력발전소가 갯벌을 죽이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업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도 설립 초기에 생태계 파괴 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뉴스톱은 조력발전과 해양환경의 상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죽음의 호수 시화호 조력발전과 함께 살아났다

1994년 1월, 6년7개월 간의 공사 끝에 방조제 끝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시화호는 바다로부터 분리됐다. 그로부터 2년 후 인근 공단 지역에서 흘러든 오염물질로 인해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전락했다. 착공 전부터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개발 위주의 정책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착공당시 중동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갈곳을 잃은 건설근로자와 장비들을 놀리지 않고,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며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설 '새 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환경피해에 대한 고려는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담수 방류를 결정하고 하수처리장 신·증설 등 수질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0년에는 담수화 계획을 전면 포기했고, 이듬해 해수 상시 유통을 결정했다. 2002년 12월 시화호 방조제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확정하고 2004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2011년 준공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설용량 254MW의 세계최대 조력발전소로 기록됐다.

출처: 시화나래 홈페이지
출처: 시화나래 홈페이지

밀물이 들어오는 힘으로 수차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썰물 때는 수차가 작동하지 않고 배수만 진행된다. 지난해 12월까지 44억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 발전소에서 연간 생산되는 전력량은 인구 40만~50만 도시의 소비량과 맞먹는다.

제방을 터 바다로 물을 흘려보내고 밀물이 들어오게 하면서 수질은 개선됐다. 상류 주거지역과 공단지역의 하수처리 시설을 확충하면서 오염물질 유입량이 줄어든 것도 수질 개선을 도왔다.

출처: 한국수자원공사
출처: 한국수자원공사

현재 시화호 지역은 눈에 띄게 환경이 개선됐다. 1997년에 17.4mg/L에 이르던 연도별 평균 COD는 해수 유통 이후 낮아졌고, 2020년엔 2.31mg/L를 기록했다. 수질평가지(WQI)에 의한 수질 등급은 정점 및 시기별로 변화가 있지만 2020년의 연평균 수질은 Ⅱ등급으로 개선됐다. 수질이 개선되면서 시화호 지역의 생태계도 살아나고 있다. 관련 언론보도들도 연이었다. 

조력발전이 생태계를 살려냈다고 하기보다는 담수화 포기, 해수유통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조력발전은 해수유통을 결정한 이후 배수 갑문으로 흘러나가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해수유통의 부차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폐기된 서해안 조력발전 살아나나?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석 간만의 차가 커서 조력 발전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이를 이용한 조력발전소 설치 계획을 여러 건 추진했다. 충청남도 서산시 소재 가로림만은 1981년 가로림만 조력발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기술적 경제적 개발 타당성이 입증됐지만  이후 후속 조사에서 당시 유가 하락 및 공사비 상승에 의해 개발이 보류됐다. 결국 2016년 7월 해양수산부가 가로림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최종적으로 백지화됐다.

강화조력발전 사업은 강화도와 석모도를 2Km의 방조제 2개로 연결하고 30MWh 규모의 발전기 14개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추정사업비는 1조2400억원, 완공시기는 2023년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에 사업계획이 반영되지 못해 무산됐다. 인천시는 당초 강화도에서 석모도, 서검도, 교동도로 이어지는 총 연장 6.5km의 조력댐을 만들어 시간당 812M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송영길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장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선거공약으로 강화조력발전 백지화를 내세운데다 환경단체와 어민대책위원회 등에서 타당성 조사와 사전환경성 검토 검증을 꾸준히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박남춘 현 시장이 당선됐지만 인천시에선 더 이상 강화조력발전을 거론하지 않는다. 

조력발전의 효율을 높이려면 발전용 방조제(조력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해안에 조력댐을 설치할 경우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갯벌 생태계에 지대한 변화를 유발한다. 방조제로 인해 물이 갇히면서 홍수기 한강 하구 지역의 홍수 피해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 

출처: 새만금개발청
출처: 새만금개발청

 

◈새만금은 어떻게?

조력발전이 새로 건설된다면 현재로선 새만금호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막대한 시간과 재원을 투여했지만 새만금호 수질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꾸준히 전면적 해수유통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지금 새만금은 그린뉴딜 1번지로 가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며 “안전, 수질, 생태, 에너지 전환의 과제를 종합적 고려해 갑문 추가 설치 및 조력 발전 필요성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새만금 개발계획(MP) 변경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새만금개발청
출처: 새만금개발청

새만금호는 이미 수질개선을 위한 해수유통 확대 계획을 세웠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새만금호에 시화호 모델을 확장하는데 대해서도 “해수유통을 확대하고 수질개선이 확인된다면 새만금도 조력발전 설치를 누구나 환영할 것”이라며 “(다만 시기와 관련해서) 현재 새만금 해수유통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확대했고, 오는 2023년까지 수질 개선 효과를 본 이후에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만금 개발계획 변경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높다. 전북일보는 지난해 12월 22일 사설을 통해 "조력발전이 새만금 내부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력발전의 경제성이 보장되는 큰 위치에너지를 얻으려면 새만금 내부의 해수면 상승이 필요한데, 이렇게 되면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내부개발 계획이 전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뉴스톱은 조력발전의 환경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과거 시화호나 현재 새만금호처럼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 만든 담수호는 수질 악화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배수갑문을 설치해 물이 드나들게 하는 곳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하면 수질 개선과 함께 깨끗한 전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갯벌에 인위적으로 방조제(조력댐)을 쌓아 조력발전소를 짓는 강화·가로림만 방식은 환경 훼손 논란을 낳은 끝에 폐기되고 말았다. 조력발전소 건설이 무조건적인 환경 개선을 불러오지 않는다. 인공 구조물을 만들고 물의 흐름을 변화시키면 반드시 환경의 변화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뉴스톱은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 해양생태계가 훼손된다는 검증대상에 대해 '절반의 진실'로 판정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