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 경선보다 흥행했다?

  • 기자명 이강진 기자
  • 기사승인 2021.11.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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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발표 하루 전인 지난 4일, 경선 투표가 마감됐습니다. 당일 YTN <뉴스가있는저녁>에는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출연해 국민의힘의 경선 과정과 후보들의 언행을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을 비교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선거인단 수가 216만 9511명이고, 국민의힘은 전체선거인단 수가 56만 9059명으로 적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체선거인단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투표수가) 역대 모든 경선에서 가장 높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자체로 봤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송의 캡처본은 다른 언론을 통해 재생산됐고, 민주당 인사 황희두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경선을 역대급 흥행이라고 띄워주는 언론의 민낯”, “이 정도면 민주당은 '역사상 다신 없을 흥행'을 한 건가”라며 보수 언론을 꼬집었습니다. 이 게시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SNS에도 공유되는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수 편향적인 언론을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최 교수와 황희두 씨의 발언을 보면,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 경선보다 압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거인단 수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인단 수의 차이가 두 당의 경선 흥행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요?

출처: 조국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출처: 조국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총선거인단 수 비교는 무의미, 당별로 다른 선거인단 자격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인단 수(216만 9511명)와 국민의힘 선거인단 수(56만 9059명)는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일까요? 이는 두 당의 선거인단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민주당은 대의원이나 권리당원뿐만 아니라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선거인단이 될 수 있는 ‘국민 참여 경선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 안내문을 보면,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신청 자격을 ‘현재 만 18세 이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모집된 더불어민주당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의 수는 1차 ‘64만1922명’, 2차 ‘49만6449명’, 3차 ‘30만5780명’으로, 3차례에 걸쳐 총 144만 4151명이 모집됐습니다. 즉 216만여 명의 더불어민주당 선거인단 중 144만여 명이 이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으로 모집된 사람들입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출처: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만 선거인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네이버 블로그 선거인단 모집 게시글을 보면, 선거인단이 되기 위해서는 당원에 가입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게시글 하단에는 국민의힘 당원 가입 페이지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를 첨부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책임당원만 선거인단으로 인정하는 대신, 여론조사를 전체 투표수의 50%로 환산해 반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출처: 국민의힘 네이버 블로그
출처: 국민의힘 네이버 블로그

 

출처: 국민의힘 네이버 블로그
출처: 국민의힘 네이버 블로그

또한 지난달 국민의힘은 책임당원의 요건을 ‘명부 작성 기준일로부터 최근 1년 내 당비 3개월 이상 납부’에서 ‘1회 이상 납부’로 완화했습니다. 이 조건을 충족 시켜 경선 투표를 할 수 있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56만 9059명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일로부터 1년 동안, 6차례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 민주당의 권리당원의 수는 70만 4656명이었습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 선거인단 모집 양상은 매우 다릅니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에게도 선거인단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당원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대신 여론조사를 반영합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 되기 위해선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1회만 납부하면 책임당원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렇듯 양 당의 선거인단 자격 조건이 너무나 달라서 단순히 선거인단 인원수를 비교하며 경선 흥행 정도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 급등, 민주당은 권리당원 수 최저

올해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수가 ‘57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지난 5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며, 그전 최고기록이었던 2018년 말 ‘43만 명’에 비해 10만 명 넘게 증가한 수입니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대의원·권리당원 수는 72만 명으로, 2019년에 103만 명이었던 당비 납부 당원의 수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입니다. 또한 국민의힘은 투표율의 ‘가파른 상승’을 보여줬습니다. 2012년 대선 경선 투표율(41.2%)과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17년 대선 경선 투표율(18.7%)을 돌이켜봤을 때, 올해 투표율(63.89%)은 매우 높았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이 지난 2017년 경선에서 ‘역대급 흥행’(최종 ARS 투표율 76.6%)을 기록한 것에 비해 올해 투표율은 67.3%로 지난번 경선 투표율에 비해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비교적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양당 경선의 양상이 매우 달라서 일률적으로 흥행의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없습니다.

황희두씨의 말처럼 언론의 잘못도 없지 않습니다. 민주당 경선 과정 중 국민의 관심이 저조했던 행사를 부각시키며 ‘흥행 참패’를 강조한 언론 보도 행태를 옳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지난 2017년 대선 경선보다 이번 선거인단 수가 소폭(약 2만 명) 늘었었고, 경선 투표율도 국민의힘보다 약 ‘3.4%p’ 앞섰습니다.


정리하자면,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흥행 참패’로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2017년 대선 경선과 비교해 선거인단 수는 소폭 상승했고, 투표율은 국민의힘보다 조금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양 당의 경선 흥행 정도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선거인단의 수와 자격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경선 흥행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역대급’인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당원 수, 투표율 모두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 경선보다 흥행했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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