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미크론 공기전파? 재택치료 헌집이 위험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2.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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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의 공기전파 가능성에 관한 복수의 보고가 나왔다. 하나는 홍콩의 자가격리 시설에서, 다른 하나는 인천의 식당에서다. 대다수 언론은 이 사례들이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한다. 일부 언론은 이를 넘어 오미크론 변이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뉴스톱은 오미크론 변이의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출처: 포털 다음 뉴스검색
출처: 포털 다음 뉴스검색

 

◈복도를 사이에 둔 객실 간 감염

지난 3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저널에는 홍콩대학교 연구진이 오미크론 전파 사례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게재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홍콩의 격리 호텔에서 오미크론 확진 사례 2건이 발생했다. 남아프리카에서 출발한 A는 11월 11일 홍콩에 도착했고, 13일 확진됐다. B는 캐나다에서 출발해 10일 홍콩에 도착했고,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홍콩에 도착한 뒤 검역 호텔에 묵었는데, 5층에 위치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각자의 방에서 묵었다.

A는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14일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했기 때문에 A와 B가 격리 호텔에 함께 머문 기간은 11~14일 4일이다. 홍콩 방역 당국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에 따르면 두 증례의 유전적 염기서열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역학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확진 판정을 받은 날짜를 감안하면 A가 B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기간 동안 같은 층의 인근 객실에 머물던 12명 또는 관련 호텔 직원 중 누구도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진은 감염 전파 경로 파악에 착수했다.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A와 B 모두 격리수칙을 잘 지켰다. 문 밖으로 나오거나 다른 어떤 사람과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둘 다 ‘방콕’만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감염이 전파됐을까? 연구진은 “복도를 통한 공기전파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전파 방식”이라고 밝혔다. A와 B 모두 각자의 방 문 바로 앞에 놓인 음식을 들여놓을 때만 문을 열었다. 이외에는 3일 간격으로 실시된 PCR 검사를 받을 때만 문을 열었다. 이들은 하루 간격으로 홍콩에 도착했기 때문에 같은 날 PCR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복도를 통한 공기 전파를 의심한다.

홍콩 방역 당국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수술용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A가 방문을 열었을 때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복도로 흘러나와 B를 감염시켰을 수 있다고 추론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A가 음식물을 수거하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재사용 가능한 밸브형 마스크를 여러 번 착용했고, 때때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홍콩 내에선 '이기적인 밸브형 마스크'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밸브형 마스크는 숨을 내쉴 때 밸브가 열리면서 필터를 통하지 않고 공기가 빠져나가 숨쉬기가 편하다. 대신 내쉬는 숨이 필터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감염자가 내뿜는 비말이 걸러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질병청은 밸브형 마스크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마스크 미착용'으로 간주한다.

 

◈국내 식당 전파 사례

우리나라에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인천 연수구 식당에서 발생한 감염 전파 사례는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3일 확진된 30대 여성 C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D가 이용한 인천의 연수구 한 뷔페식당의 사장이다. 감염자 D와 직접 접촉한 시간이 짧았음에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조사 결과, C는 계산을 할 때 외에는 D와 전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는 D가 식당에 머무는 동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가 기침, 재채기, 대화 등을 통해 C에게 비말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방대본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식당 이용자를 통해 종사자가 감염된 것으로 충분히 폐쇄된 공간에서 같이 있으면 (공기) 전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의 공기전파 새롭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는 비변이 또는 기존 변이 바이러스와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변이가 부각되면서 다수 언론들이 ‘공기 전파’에 대해 호들갑을 떨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지만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기전파 사례가 여러차례 보고됐다.

박영준 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알파, 델타 변이도 노래방이나 교회 같은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에서는 비말전파를 넘어 공기 전파 가능성이 높았던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공기전파 가능성 논란은 델타 변이가 국내에 등장했던 초기인 지난 7월과 비슷하다. 당시엔 전북 남원의 식당에서 6.5미터 거리에 떨어져 식사를 했던 손님 간의 감염 전파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언론은 델타바이러스의 공기전파 우려를 쏟아냈다.

 

◈코로나19의 공기전파 가능성

오미크론 변이 이전의 델타 변이, 그 이전의 비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일 때도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WHO는 비말전파(침방울에 의한 감염)와 접촉전파(물체 표면의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점막으로 전파) 만을 코로나19의 감염경로로 고수했다. 그러다가 공기전파의 증거가 하나 둘씩 쌓이면서 결국 2020년 7월 공식적으로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WHO 베네데타 알레그란지 감염통제국장은 2020년 7월 7일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공장소,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방역 당국은 제한적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말 이외, 표면접촉, 공기 등을 통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나, 공기전파는 의료기관의 에어로졸 생성 시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비말을 만드는 환경 등 특정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6피트 이상 거리에서도 공기 전파가 일어날 수 있음. 출처: CDC
6피트 이상 거리에서도 공기 전파가 일어날 수 있음. 출처: CDC

 

미국 CDC는 “감염원으로부터 6피트(약 1.8m) 이상의 거리에서 흡입을 통한 감염은 가까운 거리보다 가능성이 적지만 이 현상은 예방 가능한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며 “이러한 전파 사건은 감염자가 실내에서 장기간(15분 이상, 경우에 따라 몇 시간 이상) 바이러스를 내뿜는 것과 관련돼 있어 6피트 이상의 사람들에게 감염을 전파하기에 충분한 바이러스 농도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CDC가 강조하는 공기 전파의 위험도를 높이는 상황은 ▲환기 또는 공기 처리가 불충분한 밀폐된 공간 ▲감염자가 신체 활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 ▲15분 이상의 장기간 노출 등이 해당된다.

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굴뚝 효과 또는 역(逆) 굴뚝 효과 

지난해 8월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국회 미래연구원 허종호 박사(서울대 의대 이종욱 글로벌 의학센터 자문위원)와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황서은·오범조 교수, 장제환 건축사 등은 이 사례를 추적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감염병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투고했다.

각각의 수직 배기구로 연결된 이웃한 두 라인의 7가구에서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서로 다른 집에 살고 있는 모든 환자들은 서로가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했고,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연구진은 “화장실의 단일 배기구를 통한 공기 감염 외에 사례 간에 가능한 다른 접촉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첫 번째 감염 사례의 바이러스는 수직 공간의 공기 이동을 설명하는 (역)굴뚝 효과에 의해 배기구를 통해 위층과 아래층으로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특히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실내에서 에어로졸 전파가 과소 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논문은 “이 건물은 욕실에 역류 방지장치(댐퍼)가 있는 배기 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며 “따라서 배기구에서 실내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는 건물 내외부의 온도차로 발생하는 실내외 공기밀도의 차이로 인한 수직이동을 나타내는 굴뚝 효과를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여름에는 건물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낮기 때문에 공기가 배기구를 타고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건물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높기 때문에 공기는 배기구를 타고 위쪽으로 이동한다. 배기구에서 빠져나간 공기가 배기구를 통해 위아래로 움직이게 되는 데 이때 역류방지 장치가 없으면 배기구의 공기가 욕실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배기구가 맞물려 있는 위 아래 층에 확진자가 머무르고 욕실에 장시간 머무르면서 기침, 재채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다량의 비말을 발생시키면 배기구를 통해 위 아래 층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2015년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욕실의 환기 설비에 역류방지 장치가 의무화됐다. 이전에 지어진 주택은 역류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배기설비에 역류방지 장치가 설치되면 환풍기를 켜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역류방지 시설이 가동되면서 외부 공기의 유입을 막는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늘어나는 재택치료 당신 집은 안전한가?

2021년 12월 7일 현재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만7362명이다. 확진자 수는 7000명대를 돌파했고, 병상 가동률은 70~8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총 1255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78.7%로 267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 125병상이 남아 있다. 준-중환자병상은 총 653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71.4%로 187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118병상이 남아 있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총 1만1947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71%로 3470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1265병상이 남아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총 87곳 1만7078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66.8%로 5668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1만1487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70.6%로 3379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재택치료에 기대지 않고는 의료체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확진자수가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재택치료 감염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집은 안전할까? 배기구가 맞물려 있는 같은 라인의 윗집 또는 아랫집에 재택치료 환자가 있다면 배기구를 통한 감염 전파 위험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오미크론은 시작도 안 했다 

거주지(주택)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크지 않다. 동거 가족 중 누군가 감염돼 확진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 걸린다면 내가 감염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이건 천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외에는 공동 주택의 이웃으로부터 감염되는 경우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또는 계단 난간을 통한 접촉 전파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모두 공용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고 집에 들어오면 손을 잘 씻는 기본 방역을 철저히 하면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상황들이다.

그러나 배기구를 통한 감염전파는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기본 방역을 철저히 하더라도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는 사람은 적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감염 위험을 평가할 수 있을까? 일단 욕실에 향을 한번 피워보자. 환풍기를 가동시킨 상태와 가동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향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만일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실내 쪽으로 향한다면 배기구를 통한 감염 전파 위험을 상정할 수 있다.

특히 평소에 하수구 냄새 또는 이웃집 담배 냄새가 욕실 쪽에서 스며든다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외부 공기 유입이 의심된다면 욕실의 모든 틈새를 막아보자. 환풍기를 통해 외부 공기 유입이 확인된다면 역류방지 장치가 부착된 환풍기로 바꾸자. 

하수구를 통한 외부공기 역류가 의심된다면 트랩 유무를 확인하자. 하수구에는 물이 고여 해충과 냄새 유입을 방지하는 트랩이 설치돼 있다. 트랩이 설치되지 않은 것 같다면 트랩형 하수구 마개를 설치해 외부공기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바닥 하수구에 물을 부어 외부 공기 유입을 막을 수 있다. 트랩에 고여있는 물이 말라버리는 '봉수 파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트랩에 물이 고여있으면 외부 공기가 유입될 수 없다.

아직 오미크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경미하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일관되게 따라붙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백악관 수석 의료고문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기존 델타 변이와 비교하면 거의 틀림없이 덜 심각하지만 전파력은 확실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충분한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한조건이 붙어있는 설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국내에서 확인되기는 했지만 현재 확진자 7000명대를 주도하는 바이러스는 델타변이이다. 델타변이를 막기에도 급급해 재택치료를 늘려야 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전파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 재택치료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우리집 위 아랫층에 재택치료자 생기기 전에 욕실 배기구부터 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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