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자가검사키트 제대로 하려면 깊게 찔러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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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일부 SNS채널이 ‘검출률 99%’라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부정확한 사용법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채널이 알려주는 사용법을 따라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페이스북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페이스북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122만 팔로워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자가검사 7~8cm 깊이로 찔러라"

페이스북과 유튜브, 카카오톡, 1boon, 다음앱, 자체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1인 가구에 필요한 정보를 서비스하는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채널은 지난 15일 다수의 채널을 통해 ‘의사가 알려주는 자가검사키트 제대로 사용법’이라는 컨텐츠를 발행했다. 핵심은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때 면봉을 콧속으로 7~8cm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라는 내용이다. 비강(콧구멍) 1.5~2cm에서 검체를 채취하라는 사용설명서와는 다른 내용이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이 방식에 대해 ‘검출률 99% 제대로 검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을 달아놨다. 사용설명서에 제시된 방법에 대해선 “바이러스가 검출은 될 수 있으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짐’, ‘자가키트로 음성이었는데 PCR에서 양성이 나왔다면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했을 가능성이 있음’ 이라는 설명을 제시한다.

사용자들이 사용설명서에 제시된 방법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도 있는 내용이다. ‘아프지 않으면서 정확도 99% 보장’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출처: 페이스북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페이스북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비인두 채취 검출 안 됨?… 의사가 알려준 거 맞아?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호흡기 구조도를 제시하며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면 제대로 검출이 되지 않으니 ‘구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정보는 틀렸다. ‘비인두’라고 표시된 부분은 비강이다. 비인두는 콧구멍으로 이어지는 바람길이 기도와 이어지기 직전 부분이다. PCR 검사를 받을 때 가늘고 긴 면봉이 콧속으로 쑥 들어와 닿는 바로 그곳이 비인두이다.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면 제대로 검출되지 않는다는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의 설명대로라면 전세계에서 실시되고 있는 모든 PCR검사의 검체 채취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PCR검사를 시행하는 검사소에 따라 구인두에서도 검체를 채취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주된 검체 채취 부위는 ‘비인두’이다.

출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
출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

◈비인두(구인두) 채취는 숙련된 의료진만 실시

‘비강’을 ‘비인두’로 잘못 알고 컨텐츠를 작성했다고 가정해도 오류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일반인용 자가검사키트의 검체 채취 부위를 비강으로 설정하고 있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에 사용하는 전문가용 키트의 검체 채취 부위는 비인두로 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히 오미크론 변이는 코와 목 부분에서 빠르게 증식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 검사는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일반인들이 비인두 검체 채취를 실시하면 면봉으로 비강과 비인두 점막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출혈 및 손상에 따른 감염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비인두와 구인두 검체 채취는 훈련받은 의료 제공자에 의해서만 실시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의 반응…컨텐츠 삭제

뉴스톱은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에 컨텐츠 제작 경위에 대해 물었다. 식약처 허가 사항인 비강 대신 비인두(구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숙련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비인두 검체 채취 과정에서 다칠 우려가 있는데 어떤 입장인지? 의학 전문가의 감수를 받았는지? ‘검출률 99%’, ‘정확도 99% 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채널을 운영하는 ‘노잉커뮤니케이션즈’가 회신했다. 뭔가 근거를 제시하기를 기대했는데, 노잉커뮤니케이션즈는 컨텐츠를 삭제했다고 알려왔다.

노잉커뮤니케이션즈 소현민 최고운영이사는 이메일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하여, 여러 정보들을 취합하는 과정 중 잘못된 정보등이 포함되어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이 완료되고 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제보나 잘못된 정보에 대한 콘텐츠 문의사항이 오면 콘텐츠를 재검토하고 해당 콘텐츠의 확산방지를 위해 삭제 조치 진행하여 콘텐츠를 수정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렇게 문의주신 콘텐츠 또한, 뉴스톱이 전달주신 메일 및 메시지를 통해 확인하였고, 금일 03월21일 오후 4시30분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전 채널에서 삭제조치 취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컨텐츠는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채널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122만 팔로워들이 퍼나른 흔적은 인터넷 곳곳에 남아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콧구멍을 깊게 찌르다가 상처를 입는 독자들이 없었으면 한다.

유사언론으로 기능하는 SNS채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컨텐츠를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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