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文정부 7대 인사 기준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4.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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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의 계절이 왔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도 1차로 발표했다. 예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7대 기준을 검증 잣대로 삼겠다는 것은 완전한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이 기준이 문재인 정부에서 한차례도 지켜지지 않았고, 민주당 스스로 폐기한지 오래라는 주장이다. 뉴스톱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출처: 인사혁신처
출처: 인사혁신처

◈7대 기준 한 차례도 안 지켰다? 사실 아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서 바지사장 운운하면서 깎아내리는 것에 대해서 송곳 운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인사검증 7대 기준을 검증 잣대로 삼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한 코미디가 아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정권의 인사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한덕수 후보자를 검증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기준은 문 정권에서 조차도 한차례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민주당 자신의 손에 의해 스스로 폐기 처분한지 오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렸던 인사청문회 124건을 전수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전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5대 검증 기준(위장 전입, 병역 기피, 불법적 재산증식, 세금 탈루, 연구부정행위)에 음주 운전, 성범죄 이력 검증을 추가해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세웠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인사 검증을 진행해 후보자를 지명한다. 항목별로 법 위반 및 처벌 여부 등의 세부 기준을 정해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는 모두 124차례 열렸다. 지난 해에만 20차례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가운데 7대 검증 기준과 관련된 별다른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은 사례는 모두 10건이다. 이 가운데 한정애 환경부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은 ‘적격’ 의견으로 여야가 합의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기준은 문 정권에서 조차도 한차례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민주당이 7대 기준을 폐기했다? 사실 아님

그럼 민주당은 7대 기준을 오래 전에 스스로 폐기처분했나? 역시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은 7대 기준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적이 없다. 다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다수의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야당의 거친 공세에 직면했다. 인사청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검증대에 서기를 원치 않는 인사들이 고위 공직을 고사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19년 10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현장의 목소리, 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제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30여 차례 인사청문회를 치렀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요즘 장관을 하라고 하면 다 도망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직을 고사한 사람이 27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인사에 어려움을 겪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제도 개혁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를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저는 이대로 이렇게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유능한 사람들을 발탁할 수 있게끔, 그런 청문회가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흠 없는 인재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도덕성 검증 부분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 다음에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 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그런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라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런 인식을 반영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다수 제출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도개선을 위한 시도가 7대 검증 기준의 폐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인사청문회 제도 개혁을 외치면서 새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에게 ‘송곳 검증’을 벼르는 모양새는 ‘내로남불’로 비춰질 여지가 충분하다. 날카롭게 검증하되 도덕성과 관련된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법 개정을 먼저 이끌어 내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된다.

 

◈전수조사 결과

뉴스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124건의 인사청문회를 7대 검증 기준에 초첨을 맞춰 전수분석했다. 인사혁신처의 기준과는 달리 7대 검증 기준 항목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해 본인이 사과했거나 청문과정에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사례를 기준으로 집계했다.

분석 결과, 7대 검증 기준을 위반해 후보자 본인이 사과하거나 청문과정에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사례는 모두 69건, 55.64%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 후보자들이 7대 검증 기준 관련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청문회장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7대 검증 기준 위반 항목 가운데 가장 많았던 항목은 위장전입으로 35건, 28.2%에 이른다. 이어 세금 탈루(지명 후 납부 포함) 27건, 논문표절 15건, 부동산 투기 14건 순으로 많았다. 병역 기피 4건, 음주운전은 3건이었고, 성범죄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논란이 된 후보자들은 대체로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7대 검증 기준을 위반한 15건의 사례는 여야 합의로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여도 야도 엄밀한 검증 기준은 뒷전에 놓았음을 시사한다. 


출처: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출처: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답답함을 넘어 짜증에 가까웠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나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반복해 확인시켜주는 요식행위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들이 사심없이 나라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청문회 전후 드러나는 후보자들의 비도덕과 위법, 무능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새정부는 그동안 되풀이됐던 인사청문회의 파행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격하게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한 뒤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장에 내세워야 한다.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번째 인사청문회다. 새정부는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야당은 엄격하게 검증해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을 후보를 찾을 수 있느냐가 윤석열 정부의 초반을 판가름할 중대 과제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구체적 검증 기준에 대해선 검증팀이 비공개하고 있지만 7대 기준을 상회하는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인사검증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능한 사람 가운데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이 없다면 국민께 솔직히 고하고 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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