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인슈타인도 아니고, 메테를링크도 아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4.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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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발언으로 잘못 알려진 이 인용구의 발언자가 메테를링크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스톱은 관련 내용을 팩트체크했다.

출처: 중앙일보 홈페이지
출처: 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일보 “메테를링크의 책에 나오는 문장”

중앙일보는 24일 <78억마리 꿀벌 실종 미스테리…"인간 때문이다" 전문가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에선 “아인슈타인의 말로 알려진 이 가설은 노벨문학상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책 ‘꿀벌의 생활’(1901)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한다. 꿀벌의 중요성을 내다본 벨기에 작가의 글은 100년이 지나 한국 사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꿀벌이 실제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라고 보도한다.

◈<꿀벌의 생활> 확인... 해당 발언 없음

뉴스톱은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가 1901년 펴낸 <꿀벌의 생활> 책을 입수해 분석했다. 국내에선 이너북 출판사가 2010년 국문으로 번역해 출판했다. 메테를링크는 동화 <파랑새>의 작가이며 19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꿀벌의 생활>은 메테를링크가 20년 동안 벌을 직접 키우며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국문본은 224페이지 분량으로 번역∙출판됐다. 뉴스톱이 확인한 결과 이 책에는 “꿀벌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문장이 들어있지 않다. 중앙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꿀벌이 식물과 인류의 번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있지만 꿀벌의 부재가 인류 멸종 시한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문본 205~206페이지를 보자.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꽃과 과일의 구원자인, 존경할 만한 조상을 보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여러분은 정원의 버려진 한쪽 구석에서 덤불 주위를 바쁘게 날아다니는 꿀벌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벌은 인간의 문명도 함께 구원했는지 모른다. 원래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들은 대부분 연결 고리를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꿀벌의 생활, 205~206p>

 

◈아인슈타인의 말도 아님

메테를링크도 아니다. 뉴스톱은 <[팩트체크] "꿀벌 없인 인류 멸종" 아인슈타인 발언 맞아?> 기사를 통해 해당 발언이 아인슈타인의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인용문 출처 탐색 전문 사이트인 쿼트인베스티게이터(https://quoteinvestigator.com)가 이 발언을 추적했다. 이 사이트는 해당 발언에 대해 “인류의 멸종 시한을 4년으로 제시한 인용문은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해당발언은 1941년 작가 어니스트 A. 포틴이 캐나다 양봉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것으로 판정했다. 포틴은 “모든 종류의 동물이나 곤충은 끝없는 자연의 사슬에 있는 고리이며, 그 고리가 제거되면 사슬이 다시 완전한 목적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내가 잘 기억한다면,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라며 인류멸종 시한 4년을 언급한 발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쿼트인베스티게이터는 “어니스트 포틴 작가는 아마도 찰스 다윈, 모리스 메테를링크 및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혼동했을 것”이라며 “포틴의 설명이 의도적인 기만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인용은 정확하게, 카더라는 지양

국내언론은 인용을 확인하는데 굉장히 소홀하다. 이른바 ‘카더라’ 보도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해당 발언에 대해 “마테를링크의 책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한다”라고 표현했다. 기사에 담길 인용이라면 직접 찾아서 그 발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고 인용해야 한다.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해당 발언의 출처를 ‘메테를링크’(또는 마테를링크)로 표시한 국내 언론보도가 다수 발견된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꿀벌에게도 인류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정확한 인용을 사용하는 것은 땅에 떨어진 한국 언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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