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CNN 여기자가 '한국 치안' 증명 위해 '솔로캠핑'했다?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5.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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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유튜브 영상이 있다. 제목은 '솔로 캠핑으로 한국 치안 실험한 미국기자'다. 5월말 현재 8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CNN 여기자가 한국의 치안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와 '나홀로캠핑'을 했다는 내용이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 4월 29일 삼성 갤럭시 광고가 영국에서 비난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오전 2시쯤 젊은 여성이 갤럭시 버즈를 귀에 꽂은 채 런던의 어두운 거리를 홀로 달리는 온라인 광고를 내보냈는데 이 광고가 비현실적이고 여성안전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영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늦은 시간에 홀로 다니다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민감한 상황이었다. 

위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삼성 광고 이후 한국의 치안을 무시하던 일각의 주장이 있었고 이를 반박하기 위해 CNN 여기자 케이티 헌트가 직접 한국을 찾아 솔로캠핑을 했고 한국의 안전을 증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인이 추천한 임실 국사봉, 파주 캠핑장 등에서 3일간 차박을 했다는 거다. 증거로 케이티 헌트가 CNN에 쓴 기사도 캡처로 제시됐다 .

정말 CNN 여기자는 한국의 안전을 증명하기 위해 홀로 캠핑을 하고 기사를 썼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① 솔로 캠핑을 다룬 CNN 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 영상(1분 54초)에는 CNN 기자의 한국 솔로 캠핑 체험담을 담은 5월 2일자 기사가 등장한다. 기사 제목은 'Experience solo camping that is only possible in Korea'이다.

출처: 유튜브 캡쳐
출처: 유튜브 캡쳐

CNN 홈페이지에서 위 제목을 넣어 검색을 했지만 기사는 없었다. 혹시 놓칠 수가 있어서 구글 등 여러 포털에 검색을 했지만 역시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유튜브 클립이 제시한 기사는 조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CNN
출처: CNN

케이티 헌트는 런던 CNN 디지털에서 과학과 건강에 관한 글을 쓰는 전문기자다. 영상 속 기사의 날짜는 2022년 5월 2일이지만 케이티 헌트 기자는 당일에 그런 기사를 쓰지 않았다.

출처: CNN
출처: CNN

② 기사속 여성은 CNN 여기자가 아니라 캠핑회사 대표다

그렇다면 영상 속 '허위 기사'에 등장한 사진 속 인물은 누구일까? 구글 렌즈를 사용해 이미지의 출처를 추적한 결과 캠핑전문 회사인 Hipcamp(힙캠프) 뉴스게시판이 출처였다. 사진 속 인물은 힙캠프 대표인 알리사 라바시오(Alyssa Ravasio)다. 기사의 원 제목은 'Alyssa's Adventure with Founding Hipcamp' (힙캠프 창업이란 알리사의 도전)이다. 이 사진은 라이프 스타일 잡지 MARIN, CNBC 등에서 진행한 알리사 라바시오 인터뷰에 사용됐다. 엉뚱한 사진을 도용해서 제목만 교체해 CNN 기사로 둔갑시킨 것이다.

출처: Hipcamp
출처: Hipcamp 공식 사이트

③ 영상 속 기사는 CNN 기사와 폰트도 달랐다 

다음으로 CNN 기사와 영상 속 기사의 제목 폰트를 비교했다. 외국의 언론사는 각각 고유의 폰트를 쓰기 때문에 폰트만 봐도 조작 여부를 알 수 있다. CNN Business, Tech, Style 및 Travel을 제외하고 CNN 웹사이트는 주로 CNN Sans체를 사용한다. CNN Travel의 경우 슬랩 세리프 글꼴을 사용한다. 

출처: CNN Creative Marketing
출처: CNN Creative Marketing

영상 속 기사는 CNN이 쓰는 폰트가 아니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소문자 a와 e, s의 모양이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상단 CNN 제목 폰트, 하단 영상 속 기사 제목 폰트 비교
출처:CNN, 유튜브 (상단 CNN 제목 폰트, 하단 영상 속 기사 제목 폰트 비교)
출처: 왼쪽 CNN 제목 폰트, 영상 속 기사 제목 폰트 

케이티 헌터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도 한국 캠핑 경험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 헌터 기자와 CNN에 기사의 존재 여부를 문의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취재만으로도 영상 속에 등장하는 기사는 허위 정보로 판단한다. 

유튜브 계정주가 직접 조작을 했는지 아니면 세간에 떠돌던 것을 잘 못 올렸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검증을 하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이나 '국뽕'을 담은 내용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미 이 유튜브를 토대로 검증없는 받아쓰기 기사까지 나온 상태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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