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문재인의 정치방역? 윤석열의 과학방역??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5.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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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청장이 교체됐다.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2년여 동안 방역당국의 수장이었던 정은경 청장이 물러났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정치방역’이었다고 비판하고, ‘과학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톱은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분석했다.

자료: 질병관리청, 그래픽 제작: 뉴스톱
자료: 질병관리청, 그래픽 제작: 뉴스톱

◈국민의힘, “K-방역은 정치방역”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문재인정부의 방역 조치에 대해 쭉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부터 문재인정부의 방역은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K-방역은 정치방역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퇴임을 앞둔 정은경 질병청장이 답변을 했다.

정 청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방역과 새 정부의 방역 간 과학적인 근거 차이가 있는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 차이가 있느냐’는 신현영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아 과학적 근거가 낮은 수준이었고, 현재는 알려진 근거가 많아 체계적으로 방역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식의 진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근거 창출을 위한 연구 부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초기에는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았고, 지금은 알려진 근거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아는 게 많지 않아서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석열, “중국 막았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경선후보로도 정해지지 않은 잠룡시절이었던 지난해 8월 12일 코로나19 방역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 방역이라고 생각한 사례를 들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2019년 12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해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나 의료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을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십분 타당한 요구"라면서 "이를 따르지 않은 현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있어서 과학에 의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코로나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언급이 앞으로 닥칠 새로운 위험 변이에 입국 금지 정책으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했던 북한과 중국의 사례를 보자. 틀어막는다고 막히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입국제한 정도는 시간벌기 차원에서 고려해 볼만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초창기 문재인정부도 중국 후베이성 지역에서 출발하는 입국자를 막았다. 이후 주요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해당 국가에 대해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출처: 국민의힘
출처: 국민의힘

◈이준석, “K-방역, 비과학으로 점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생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특히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달린 정책이라 주목도가 높았던 까닭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자화자찬하다가 마무리된 K-방역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위험하고 개인 카페는 덜 위험하다는 기준, 출퇴근 지하철은 아무리 혼잡도가 높아도 안전하다는 주장 등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때때로 정치논리에 따라 방역기준이 정해지기도 했다. 그 때문에 과도한 통제를 받는 업종과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업종이 공존하면서 불공정의 상징이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방역당국은 2020년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프랜차이즈 카페의 실내 취식이 금지됐다. 그런데 이때 개인 카페는 실내 취식을 허용했다. 세간에선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바이러스가 퍼지고 개인카페에선 안 퍼지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카페 형태가 다양해서 포괄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너무 많은 영업장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다수 밀집해서 장시간을 머물면서 거기에서 비말전파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 프랜차이즈형 카페이고, 집단감염 사례도 그러한 형태에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감염자가 마스크 벗고 장시간 차 마시면서 대화하면 개인카페나 프랜차이즈나 감염위험이 높아지기는 마찬가지이다.

감염차단 측면에서 보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취식을 금지하고 개인카페에선 허용하는 정책은 과학과는 동떨어져 있는 게 맞다. 그렇지만 일괄적으로 취식 금지 규제를 가하면 상대적으로 개인카페가 받을 피해가 너무 커진다. 정부의 판단은 이렇다.

문재인정부가 취한 모든 방역조치가 이런 맥락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보니 한 순간도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 감염 확산세가 커지고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감염 전파 억제와 피해 발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이게 문재인정부 방역당국의 핵심적인 고민거리였다.

2010년 한국대기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전산수치해석 모델을 활용한 지하철 객실공기질 예측기술
2010년 한국대기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전산수치해석 모델을 활용한 지하철 객실공기질 예측기술>

◈출퇴근 지하철은 아무리 혼잡해도 안전?

2021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을 펼치면서 방역 당국은 방역패스 또는 백신패스 도입을 시도했다. 당시 백신패스를 대중교통에는 적용하지 않고 유흥시설, 헬스장 등 고위험 시설에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기본적으로 외국처럼 보편적으로 다수의 시설에 적용하기보다는 위험도가 높은 시설을 중심으로 최대한 좁히고, 한시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하철의 경우에는 사실 이 안에서 격렬한 활동을 하게 되거나 마스크를 벗고 계속 대화를 하는 등의 행태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개 마스크를 쓰고 비말(침방울) 배출활동이 더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대중교통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격렬한 운동이 벌어지는 헬스장보다 지하철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요인들도 없다"고 설명했다.

많은 지하철 이용자들은 불안하다. 코로나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마스크를 코 밑으로 쓰는 사람이 눈에 띄고,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통화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처럼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례도 있고, 지하철 안에서 만취 행패를 부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 과연 지하철은 감염 위험이 낮은 공간일까?

지난 1월 21일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비대면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등을 통해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 확산 우려는 오미크론 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관련 질환도 다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마스크 착용을 충실하게 하면 감염의 위험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은 주기적인 소독이 필요하고, (방역당국은) 이용을 할 경우 철저한 마스크 착용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기가 새어 나갈 틈 없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선 공기 샐 틈 없이 마스크를 쓰기는 쉽지 않다. 마스크 설계 자체가 누설률을 상정하고 있을 정도로 얼굴 곡면과 마스크 가장자리를 밀착시키기는 쉽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지하철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분석한 연구 논문은 발견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시원한 연구결과를 내주기를 바란다.

 

◈항균필름, 발열체크, 표면소독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지하철 손잡이 등에 붙어있는 항균필름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런데 시험기준이 없어 제조업체가 공산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하고 있는 효과도 제각각이다. 지자체들은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항균 필름을 구입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거나 관공서에 설치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실증 실험이 필요해 보인다. 차제에 인증 기준도 마련해 국민들이 근거를 납득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갈 때 QR체크와 함께 통과의례가 됐던 발열 체크도 문제가 많다. 오미크론 확진자 중 열이 나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된다. 발열체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확진자 10명 중 8명은 놓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잡아낼 수 있는 증상이 발열 밖에 없으니까 해왔던 것이다. 사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표면 소독도 미국 CDC에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 아닌 경우에는 일상 청소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주기적인 표면 소독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도 새정부에서 실증을 하고 근거를 밝힌 뒤에 정책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해 줬으면 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던 칸막이 또는 가림막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선 밀폐된 공간에선 가림막이 오히려 공기흐름을 정체하게 만들어 감염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출처: 국민의힘
출처: 국민의힘

◈윤석열정부의 ‘과학방역’

20대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실천과제별 이행계획’이라는 걸 내놨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을 추진하겠다면서 세부과제를 제시한다. <전국 단위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 시행>, <코로나19 데이터 분석 및 공개 강화>, <코로나19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감염병 데이터 활용 기반 확충>, <방역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신종변이 감시체계 강화로 조기에 인지>, <‘실외 마스크 프리(Mask-free)’ 선언 시기 검토>, <과학적 근거 중심의 생활방역체계 재정립>,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환기 설비 기준 마련> 등이다.

대부분 문재인정부 방역당국에서도 추진됐던 것들이다. 딱히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이지만 정책 하나하나를 내놓을 때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은경 청장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이교수는 “정치인들이 정 청장에게 정치방역했냐고 물어보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질병청이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의견을 내놓더라도 의견을 받아들이고 정책화하고 실행하게 하는 영역은 어차피 정치의 영역이 된다"며 "이전 정권이나 현 정권이나 질병청과 전문가의 의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역사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성찰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정치방역이면 어떤가요?"라며 "정치와 정치인이 제 정신이어서 국민의 생명과 생계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요"라고 덧붙였다. 정치방역이든 과학방역이든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생계도 지키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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