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숭이두창은 동성애가 퍼뜨린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6.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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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8일 원숭이두창을 2급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등급이다. 발생 또는 유행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감염병관리기관, 감염병전문병원 및 감염병관리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격리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혹시 모를 급격한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질병에 대해선 위험보다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게이 감염병이다? – 사실 아님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매체들은 해외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 소식을 전하며 동성애 그룹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24일 <美CDC "원숭이두창 동성간 성접촉으로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 원숭이두창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자체가 성병은 아니지만 성관계, 신체 접촉, 공동 침구 사용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CDC 홈페이지를 검색하니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감염자들이 어떻게 원숭이두창에 노출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초기 데이터는 게이, 양성애자, 남성과 섹스하는 남성의 감염 비중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두창 보균자와 밀접접촉을 하는 누구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

It’s not clear how the people were exposed to monkeypox, but early data suggest that gay, bisexual, and other men who have sex with men make up a high number of cases. However, anyone who has been in close contact with someone who has monkeypox is at risk.

 

초기 감염자 중에 동성애자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성애로 인해 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보균자와 어떤 형태로든 밀접접촉을 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것 뿐이다.

원숭이두창은 밀접한 접촉으로 전파되는 질병이다. 질병관리청은 “피부상처 또는 점막을 통한 감염원과의 직접 접촉으로 감염이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주요 경로로는 감염환자의 혈액이나 체액(타액, 소변, 구토물 등),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으로 오염된 옷, 침구류, 감염된 바늘 등, 감염된 설치류(쥐, 다람쥐, 프레리독 등), 원숭이 등 동물을 꼽고 있다.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감염자와 성관계 등 밀접한 접촉을 가지게 되면 감염 위험이 커진다. 원숭이두창이 게이 감염병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WHO는 "질병 때문에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리거나 전염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처: CDC 홈페이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어린이. 출처: CDC 홈페이지

 

◈왜 '원숭이'+'두창' 인가, 증상은?

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monkeypox)은 1958년 연구를 위해 사육된 원숭이 군집에서 두 차례의 수두와 유사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처음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다. 원숭이두창의 인간 발병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두창 퇴치를 위한 노력이 강화된 기간에 보고됐다. 그 이후로 원숭이두창은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 시에라리온과 같은 다른 중앙 및 서부 아프리카 국가의 사람들에게서 보고됐다. 감염의 대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했다.

두창은 흔히 천연두 또는 마마로 알려진 질병이다. 천연두는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고,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두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1970년대까지는 예방접종이 시행됐지만 전세계적으로 발병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1980년 이후로는 접종이 시행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백신 접종으로 감염병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원숭이두창과 두창, 우두 모두 Orthopoxvirus 속에 속하는 근연관계다. 따라서 두창 백신을 접종하면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 예방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근무력증, 오한, 허약감, 림프절 병증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얼굴 중심으로 발진증상을 보이며 몸의 다른 부위(특히 사지)로 발진이 확산된다. 영국 보건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경미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 없이 몇 주 이내에 회복된다.

출처: WHO
비풍토병 지역의 원숭이두창 발병 현황. (2022년 6월 3일 기준) 출처: WHO 홈페이지

 

◈얼마나 확산했나? – 아프리카 외 27개국 780명 확진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머물던 원숭이두창은 종종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도 환자가 보고됐다. 대부분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돌아온 여행자들에게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그러나 지난달 영국에서 나이지리아 지역에서 돌아온 영국인 여행자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유럽, 미국, 호주 등 비풍토병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WHO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비풍토병 지역의 27개 국가에서 78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선 1408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영국 보건안보청(UKHSA) 수석 의료 고문인 수잔 홉킨스(Susan Hopkins)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드물고 이례적인 일"이라며 "근접 접촉에 의해 지역사회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UKHSA는 이러한 감염의 출처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이외의 비풍토병 지역에서도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는 종종 보고됐다. 대부분이 풍토병 지역을 다녀온 직후 발병한 여행자 사례였다. 그러나 풍토병 지역 여행 이력과 무관한 발병 사례도 보고됐다.

2003년 미국에선 47명의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자스, 미주리,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6개 주에서 원숭이두창의 발병이 보고됐다. 당시 감염자들은 모두 애완용 프레리독과 접촉한 후 병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된 동물을 만지다가 긁히거나 깨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 제한적

의학계에선 우리나라에 원숭이두창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 김연재 감염내과 전문의는 의료인 대상 원숭이두창 대응 교육 자료를 통해 “원숭이두창 환자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로 의심환자 사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의료진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밀접접촉을 통해 주로 전파되기 때문에 코로나19 보다는 감염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5월24일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는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다”면서 “충분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불안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 발생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유입사례 발생에 대비해, 입국 시 모든 여행객은 발열체크와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당국은 귀국 후 3주 이내 의심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우선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두 가닥으로 이뤄진 DNA바이러스라 상대적으로 변이 가능성이 적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잦은 변이를 일으켜 백신과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을 회피하는 점에 비춰보면 일정 부분 우려를 덜게 하는 요소다.

출처: HK이노엔
2세대 두창백신 접종법.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 원숭이두창 백신 맞아야 하나?

일각에선 코로나 백신처럼 원숭이두창에 대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지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세계 각국은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근절 선언까지 나왔지만 지구상 어딘 가에 남아있을 두창바이러스의 재확산을 우려하는 측면이 있고, 실험실 유출 또는 생물학 테러에 두창 바이러스가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 3502만명분의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물학테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원숭이두창에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을 빠르게 들여오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세대 백신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진네오스 백신으로 2013년 유럽, 2019년 미국에서 각각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두창 백신은 2세대 제품이다. 3세대 백신 진네오스는 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피하 주사 방식이다. 그러나 2세대 백신은 ‘분지침’이라는 특수한 바늘로 피부를 15회 찌르는 방식이다.

2세대 백신의 이상반응은 주로 접종 부위의 경미한 통증이 주를 이루지만, 중증인 경우, 38.8℃ 이상의 발열, 전신에 나타나는 백신성 습진, 전신 우두, 진행성 백시니아증, 심근염 및 뇌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전파 추이와 2세대 두창 백신의 부작용 우려 등을 감안해 현재 비축 중인 두창 백신을 이용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시행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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