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희룡 "용산공원 ·이동동선은 전혀 위해성 없다"?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6.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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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주한미군 장군 숙소 부지 등에 조성된 용산공원을 국민에게 시범 개방했다. 용산 공원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으로, 방문 닷새 전부터 예약 신청이 가능하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개방되는 공원 부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염 물질들이 검출됐다. 유독성복합물질인 TPH, 니켈, 벤젠, 크실렌, 다이옥신 등이다. 이에 환경 단체는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서울 용산공원의 토양 오염 논란을 과장된 얘기로 일축했다. 용산공원 시범 개방 행사에서 원 장관은 "미군과 그 아이들이 뛰어놀던 이 공간 자체가 위험하다, 우리 발밑에 위험 물질이 쌓여 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현재 개방한 공원 부지와 이동 동선은 전혀 위해성이 없다"며 "의도적으로 또는 염려가 지나친 나머지 위해성을 과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의 말처럼 시범 개방한 용산 공원 부지와 이동 동선은 전혀 위해성이 없을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출처:
출처: YTN news

■ 환경조사로 드러난 용산기지 오염

시범 개방 구간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의 약 1.1km 구간이다. 시범 개방 부지는 A1(스포츠필드), A4a(학교), A4b A4f(장군숙소), A4c(병원인근), A4d(야구장), A4e(병원) 구역과 인접한다. 2021년 8월 한미가 공동으로 현장방문조사 뒤  환경부 의뢰로 한국환경공단이 용산 기지 내 토양오염 및 수질 오염 현황을 조사했다. 토양환경보전법 및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시범 개방 부지 연접 6개 구역 모두 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다. 

 

출처: SBS News
출처: SBS News

대표적으로 용산기지 내 사우스포스트 부지중 A1 스포츠필드 구역을 살펴보자. 조사대상지역 내 오염개연성이 있는 시설물 및 물질 등을 확인했다. 1지역(공원부지) 토양오염우려기준 초과항목은 석유계총탄화수소(TPH), 크실렌(Xylenes), 비소(As), 구리(Cu), 납(Pb), 아연(Zn), 니켈(Ni), 수은(Hg), 불소(F)로 총 9개다. 대부분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전망대를 설치하는 야구장(A4d) 구역에서는 발암물질인 비소가 234.86㎎/㎏으로 공원 기준치의 9.4배가 검출됐다. 독성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도 4436㎎/㎏으로 기준치 8.9배였다. 

용산 미군병원(A4e)과 주변 지역(A4c)의 토양도 석유계총탄화수소, 크실렌, 벤젠, 구리 등 유해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병원 구역에서 채취한 지하수도 오염되어 있음이 확인됐는데 석유계총탄화수소 농도가 지하수 정화기준 195.4배에 달했다.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의미다.

아래 사우스포스트 부지 오염 현황도를 이동 동선과 오염 구역이 인접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토부 측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해 잔디나 콘크리트를 까는 토사피복 조처로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출처: 보고서
출처: 사우스 포스트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

■ 84건 유류유출사고...어디까지 오염됐는지 확인 안돼

한국환경공단 조사가 샘플조사이기 때문에 전체가 오염됐는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내의 기름유출은 수십년에 걸쳐 수십차례 발생했다.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용산 미군 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기록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이다. 이 중 3.7톤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400리터 이상의 사고가 25건이다. 토양이 기름범벅이 됐다는 의미다.

언제부터 기름이 새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사건은 5건에 달했다. 주요 원인은 지상·지하형 유류저장탱크와 일반 폐기물 보관시설, 변압기 등이다. 유류유출 사고 지역의 유종은 주로 경유와 등유 계열의 미군 규격 항공유인 JP-8로 확인된다. 고농도 유류오염물질(벤젠과 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이 기지 밖에서 검출되고 있다. 

 

출처: 녹색연합
출처: 녹색연합이  FOIA를 거쳐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기록(1990-2015)

■ 공원 이용 연간 12.5일이면 문제없다?

그러면 정부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은 "공원 이용 패턴이 1년에 12.5일 정도 되는데 한해 12.5일을 기준으로 25년 동안 유해 물질 옆에 있어야 암에 걸릴 확률이 다이옥신의 경우 1만명 중 2.4명 정도"라며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공원 이용 패턴이 1년에 12.5일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왔을까? 출처는 2015년에 작성된 <서울시 도시공원 이용특성 및 만족 여론조사 보고서>다. 당시 조사는 만19세 이상 서울시민 700명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이게 평균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용산공원이 완전 개방되면 인근에서 사는 시민들은 용산공원을 상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인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어린이들도 이곳에 나들이를 자주 올 수 있다.  어린이가 유해화학물질에 더 취약한 것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게다가 용산공원 관리 직원들은 상시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출처: 공원
출처: 서울시 도시공원 이용특성 및 만족 여론조사(2015)

■ 두 시간 개방의 위해성은 후순위 문제?

원 장관은 용산 공원 관람을 두 시간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위해성과 관련 없는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 관계자도 "공원 평균 이용 실태, 편의시설 수용의 양 그리고 일일 개방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평균 이용 시간을 두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그걸 먼저 결정한 거고, 그 두 시간을 개방할 경우 인체의 위해성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후순위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오염물질 및 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 예방적 오염관리에 국가가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가 환경오염 예방 노력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아래 확인). 환경단체는 이번 개방이 환경정책기본 8조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정화 작업을 완료한 뒤, 국민에게 개방을 해야하는데 홍보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정책기본법 8조
환경정책기본법 8조

■  전체 부지 반환 완료 시점은 미정

용산 기지 오염 정화 조치는 전체 부지 반환이 완료 후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재 전체 반환 시점은 미정이다.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전체 반환은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주한미군과 협의를 해야 할 사안이다. 몇 년이 걸릴지 아직까지 확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범 개방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는 "2021년 4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시 개방을 결정해 준비를 해왔다"며. "전체 반환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용산공원을 그냥 방치하는 것도 국민 권익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정리하면, 용산 공원 부지와 이동 동선은 전혀 위해성이 없다는 원희룡 장관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가 맞다. 용산 기지 내 유해화학물질의 존재는 환경부에서 발행한 용산 기지 환경 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또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용산 기지 내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에 이르는데 얼마나 오염됐는지는 더 정확히 조사해봐야 한다. 일반인이 유해화학물질에 잠깐 노출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자주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시범개방이 끝난 뒤 정부의 전향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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