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자연 속 '데크길'은 나무로 만들었다?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6.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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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전국 숲속·산책로 곳곳에 데크길이 조성되고 있다. SNS에서는 '나무로 된 데크길을 걸었다'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 과연 자연 속 데크길은 진짜 나무로 만들어졌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출처: YTN
출처: YTN

■ 무심코 지나간 데크길, 플라스틱이다? 

취재를 위해 숲속 데크길을 걸었다. 갈색으로 칠해진 데크길 외향은 나무와 흡사했다. 하지만 나무 특유의 결이 보이지 않았다. 데크길의 데크 소재는 무엇일까? 산림청에 문의했다. 데크길 조성에는 천연 목재, 천연 목재를 방부 처리한 방부 목재, 목재 플라스틱 복합재(WPC, 일명 합성목재) 등을 사용한다.

특히, 합성목재(WPC)는 목재를 잘게 갈아서 톱밥으로 만든 후 플라스틱을 결합해서 만든 제품이다. 주로 산책로의 데크 바닥판 등에 사용된다. 플라스틱만으로 내구성이 약해 첨가제의 개념으로 여러 종류의 섬유, 무기물(돌가루 등)을 사용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나무를 사용했다. 저렴하면서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데크에는 나무와 플라스틱이 같이 들어있다. 

출처: 산림청 블로그
WPC 데크 제조 과정. 출처: 산림청 공식 블로그

■ 플라스틱 들어갔지만 목재로 인정

그럼 플라스틱에 목분을 섞은 합성목재는 플라스틱과 나무 중 어떤 걸로 분류될까. 현행 목재법은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에 따라 WPC를 목재로 인정한다. 단, WPC를 구성하는 목분의 함량이 50% 이상 들어가야 한다. 50% 미만은 플라스틱 제품이다. 산책로의 데크, 자전거 도로, 카페테라스 등 바닥판 외 사용은 WPC로 분류하지 않고, 플라스틱 복합재료로 분류한다. 왜 하필 50%가 기준일까? 산림청 목재공학과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WPC에 들어가는 목분의 양을 거의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법률 흐름에 따라간 것"이라고 답했다. 

출처: 목재법
출처: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 WPC 데크는 산업폐기물로 매립된다 

환경 문제가 심화되면서 폐기물 처리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이 함유된 데크는 어떻게 폐기될까? 우선 WPC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수명을 다한 WPC 데크는 매립을 통해 일반 산업 폐기물로 처분된다.

뉴스톱은 산림청 관계자에게 WPC 매립 절차를 물었다. 크게 3단계를 걸쳐 이뤄진다. 첫 번째, 산림청에서 WPC 데크 폐기를 위해 매립 신고를 한다. 두 번째, 폐기물 처리 업체에 위탁처리를 한다. 세 번째, 용역 폐기물 처리 업자들이 데크 매입을 결정하면, 환경부와 지자체 등에 신고를 하는 방식이다.  

전국 쓰레기 매립지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공공 매립시설 215곳 중 47%에 달하는 102곳이 2031년에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매립지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이 썩는데 50~80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WPC 매립은 반(反)환경적이다. 

출처: 서울특별시
수도권 매립지 현황도. 출처: 서울특별시

■ WPC 재활용 가능할까? 

WPC는 재활용 될 수 있다. 현장 사용이 불가한 불량품은 파쇄를 통해 다시 쓰인다. 이미 사용된 WPC도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다. 재활용하려는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거 비용, 데크철거, 화학약품의 불일치, 장비의 한계 등의 이유에서다.

WPC에는 플라스틱과 목분 외에도 용도에 따라 상용화제(플라스틱과 목분의 결합력 개선), 난연제(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로 만듬), 윤활제(WPC 가공중에 목분의 흩어짐 방지), 항산화제(산소 접근 차단으로 성질 저하 방지) 등이 들어간다.  산림청 관계자는 "WPC 재활용 업체마다 공정에 사용하는 화학약품이 다르다.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데크는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마도 재활용 업체 측에서 조금 기피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장비 수준에 따라 재활용 데크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사실 기존의 깨끗한 재료를 사용하는 게 업체 입장에서 최선이다. 굳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 재활용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현재 WBC 재활용과 관련해 국가의 지원책은 따로 없다. WPC 재활용은 업체 의지에 달려있다. 

 

■ 데크 설치 중 자연훼손도 논란

최근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무장애 숲길 조성'으로 보행 약자들도 숲속을 오를 수 있게 됐다. 관악산공원 무장애 숲길은 데크길을 전구간 경사도 8% 미만으로 설정했다. 휠체어 및 유모차도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데크길 조성에 대한 환경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마포구는 성미산 일대에 무장애숲길을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 성미산 정비 공사 과정에서 아카시아 100여 그루를 제거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과 성미산을 사랑하는 주민 모임은 "숲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명목으로 도시숲을 파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서도 숲에 대한 접근성은 중요하지만, 숲의 공익적 기능 확대는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시설중심의 공원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데크 설치 과정에서 이뤄지는 벌목으로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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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경기케이블TV

정리하면, 데크길에는 천연목재, 방부목재, 합성목재(WPC) 데크를 사용한다. 이 중 WPC는 목재를 잘게 갈아서 톱밥으로 만든 후 플라스틱과 결합한 제품이다. 현재 설치된 데크길의 데크 원자재가 천연목재인지, 방부목재인지, 합성목재인지를 파악해 종합한 데이터는 없다. 데크에는 WPC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데크길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절반의 진실'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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