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독일 녹색당 친원전으로 유턴?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7.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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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이 친원전으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정도 소식이면 전 세계 모든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할 법한데 국내 일간지 한 곳만 보도했다. 세계적 특종인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국민일보, “독일 녹색당 친원전 유턴”

국민일보는 27일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 한국 ‘차세대원전’에 4천억 쓴다>, 29일 <석탄 다시 때는 유럽… ‘탈원전’ 獨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국민일보는 “독일 내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은 지난달 22일 당 대회를 열고 2023~2027년 공약을 확정했다. 공약에는 지금까지 기조와 정반대인 ‘친원전’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출처: 국민일보 홈페이지
출처: 국민일보 홈페이지

◈세계적 특종? 어이없는 오보?

국민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뉴스다.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원전을 선언하고 올해 안으로 국내 모든 원전을 정지할 계획을 가진 나라다. 독일 녹색당은 전세계 녹색당 운동의 본류이자, 지난 총선 제3당에 등극해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공동대표가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을 맡았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가 외교부 장관을 맡았다.

이런 독일 녹색당이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면 당장 독일의 탈원전 정책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외신 보도를 찾아보고 독일 녹색당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심지어는 “독일 녹색당이 지난달 22일 당 대회를 열었다”는 내용 조차도 찾을 수 없다.

출처: 독일 녹색당 홈페이지
출처: 독일 녹색당 홈페이지

 

◈사실 확인

뉴스톱은 기사를 작성한 국민일보에 문의하는 한편, 독일 녹색당, 주한독일대사관 등 모든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은 사실과 다르다. 독일 녹색당은 6월30일 현재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밝히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우리는 탈원전을 완료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안전 기준과 최대한의 투명성과 인구 참여를 갖춘 저장소를 찾기 위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현존하는 원전의 해체는 최대한 빨리, 지체없이 최고 수준으로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그로나우와 링겐의 원전을 폐쇄하고 EU에서도 단계적 원전 폐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독일 녹색당이 탈원전 정책을 친원전 정책으로 유턴했다는 국민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자 독일 내에서 원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녹색당은 탈원전 정책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스톱은 독일 녹색당에 직접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독일 녹색당은 공보실(Grüne Pressestelle) 명의로 뉴스톱에 이메일 회신을 보내 "독일 녹색당의 정책이 변경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알려왔다. 

독일 녹색당은 최근 불거진 자유민주당의 원전 수명 연장 논의에 대해 명확히 거부의사를 밝히며 연내 잔여 원전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출처: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2022.06.10), 에너지경제연구원
출처: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2022.06.10), 에너지경제연구원

 

◈왜 이런 오보가?

국민일보 기자로부터 회신이 왔다. 핀란드 녹색당 사례를 독일로 오독해서 빚어진 일이라는 해명이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격주간 보고서인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를 인용하면서 착오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후 국민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수정했다. 6월27일 발행한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 한국 ‘차세대원전’에 4천억 쓴다>의 본문은 “핀란드 내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당 대회를 열고 2023~2027년 녹색당 공약을 확정했다. 이 내용에는 기존과는 정반대 기조인 ‘친원전’이 포함됐다.”로 수정했다. 6월29일 발행한 <석탄 다시 때는 유럽… ‘탈원전’ 獨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 기사는 <석탄 다시 때는 유럽… 핀란드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으로 바뀌었다. 독일 녹색당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큰 제목으로 뽑혔을 텐데 애초 기사를 작성할 때 좀 더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처: 다음 블로그 검색 화면
출처: 다음 블로그 검색 화면

◈오보의 파급효과

국민일보 보도 이후 6월29일 MBC는 ‘뉴스투데이’ 주요뉴스 소개 코너에서 이 기사를 소개했다. MBC는 “독일은 문을 닫았던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히고,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도 '친원전' 공약을 포함했다고 합니다.”라고 국민일보 보도를 인용했다.

서울시정일보라는 매체도 ‘오늘의 헤드라인’ 보도를 통해 국민일보 기사내용을 보도했다.

다수의 블로그도 국민일보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일부 블로거들은 ‘그럴 리 없다’며 팩트체크를 시도하기도 했다. 팩트체크 시도를 응원한다.


국민일보의 <독일 녹색당 친원전 유턴> 보도는 기자의 부주의로 인한 오보로 판명됐다. 잘못 쓴 기사가 인용돼 혼선이 빚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팩트체크했다. 국민일보도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고 신속히 기사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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