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레미콘 기사 월수입 600만원, 사실일까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7.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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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레미콘 파업 협상이 타결됐다. 지난 1일부터 수도권 레미콘운송차주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 말미에는 '레미콘운송차주 월수입'과 관련한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지난 30일, 한국경제는 <'월수입 600만원' 레미콘 기사들 또.. "30% 안 올려주면 파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이 기사는 레미콘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가 인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운송차주의 월평균 수입이 600만 원을 웃돌아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BCT) 등 다른 화물운송 업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레미콘운송차주 월수입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다. "보험료, 정비료, 요소수 비용 등 각종 지출을 빼면 월수입 600만원은 터무니 없다"는 주장과 "월수입 600만원 이상의 고수입에도 과한 요구를 한다"라는 주장이 대립했다. <뉴스톱>은 '레미콘 기사 월수입 600만원'이라는 주장을 다각도로 검증했다. 

구글 검색 갈무리
구글 검색 갈무리

◈사용자, "부가세 등 포함하면 월 600만 이상"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월 수익에 비해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과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월수입은 600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월 수입 6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 넘는 운송차주도 있다. 일감이 많은 회사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 있기 때문에, 수도권은 월평균 100회전 이상 가능하다. 현재 수도권 기준 일회전 운반비가 약 5만6000원인데, 운반비만 따져도 월수입 600만원 내외라는 의미다. 기름값과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레미콘 차량을 운전하는 운송차주 측은 할부로 지급하는 레미콘 차량 구입비, 요소수 등 각종 비용을 빼면 사실상 월수입이 6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각종 비용을 빼고도 600만원이 넘는다"며 재반박했다. 자사의 회사만 해도 요소수, 기름값 등 경비를 사측이 100%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운반비만 가지고도 월수입이 600만원을 넘는다. 이후 <뉴스톱>은 근거 자료 요구를 위해 2차 취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출처: MBC NEWS
출처: MBC NEWS

◈레미콘 운송 차주, "600만원은 순매출...비용 빼면 확 낮아"

레미콘 운송노동조합 조인철 홍보국장은 600만원을 월수익이 아닌, 순 매출만 따졌을 때 나오는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기타 부대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수입만 따지고 감가상각 및 차량 유지 관리비 등이 빠졌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레미콘 차량 보험료는 1년에 약 350만원이고, 레미콘 차량 한 대당 가격은 약 1억6000만원 수준이다.  

조 국장은 "레미콘 업종은 비수기의 경우 일을 할 수 없을 뿐더러 공휴일 빼면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날이 20일을 채우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겨울이 오면 공사를 거의 안 하기 때문에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성수기에 열심히 벌어야 한다. 그만큼 비성수기와 성수기의 수입 차가 크다는 이야기다.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매일 일하면 월 수익 600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 수도권은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일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감이 적은 수도권 외 지역은 평균 순 매출이 600만원도 안 된다. 사측은 수입에 부가세까지 포함시켜 월수입 6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3개월 단위로 정산하는 부가세만 고려해도 월수입 600만원은 쉽게 손에 쥘 수 없는 금액이다. 

<뉴스톱>은 레미콘 운송업자 측에 실수령액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제조사와 운송업자 사이의 비밀 유지 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언론사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조사 측도 정보 공개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레미콘 운송업자 측은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내고 각종 소득을 신고하기 때문에 소득을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보험료 납부 등을 위해 소득파악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세 당국과 노동 당국도 레미콘 운송업자의 주머니에서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다 알고 있다는 게 운송업자들의 주장이다.

<뉴스톱>은 지난 1일 대구에서 레미콘 운송업을 하고 있는 S씨를 만났다. S씨는 "정말 경기가 좋을 때,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600만원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수기인 12월에는 조업 일수가 열흘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새 차 보험료는 1년에 약 360만원이었다. 또한 업종 특성상 레미콘 장비를 가져가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부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비용들을 다 감안하면, 실수입은 어림잡아 월 평균 350만원대로 볼 수 있다는 게 S씨의 설명이다.   


레미콘 운송업자의 월수입 600만원은 매출액만 따졌을 때 이야기다. 레미콘 차량을 사용하는 사측의 이런 주장은 단순히 지불금액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성립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레미콘 운송 차주의 이야기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보험료, 차량 정비료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월 수입 600만원은 불가능하다. 또한 레미콘 운송업은 비성수기와 성수기 급여 차이가 심하다.

7월4일 수도권 레미콘 운송업자들과 제조사 간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당초 노조 측은 운송료 27%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9% 이상은 안 된다며 맞섰다. 결국 현행 1회당 5만6000원인 운송료를 올해 7700원 인상하고 내년에 다시 6000원을 올리는 데 합의했다. 운송료를 2년에 걸쳐 24.5% 인상하는 절충안에 합의한 것이다.

모든 협상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협상 당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여론을 속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레미콘 사측의 "월 수입 600만원" 언론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이 사측의 주장을 반영해 '배부른 강성 노조' 프레이밍을 시도했지만, 협상 결과는 사측보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는 걸 보여준다. 모든 전략과 전술은 '사실'과 동떨어져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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