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구자 고발 취하하고 토론에 응해야"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7.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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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대한 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은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이상민 위원의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구자의 합리적 문제 제기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검찰에 고발하는 행위는 연구자의 사회적 참여와 기여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3월 4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을 이유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위원이 안 후보의 국가부채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왼쪽부터 조수진 변호사, 이상민 연구위원, 이지은 선임간사, 강병구 교수. 이상민 연구위원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 이채리

■ 안철수 후보의 D4 개념 비판한 이상민 연구위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1월 2일 경제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했다. 안 후보는 국가부채 설명과정에서 D1, D2, D3, D4 개념을 언급했다. D1은 국가채무로 불리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무를 합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언급되는 나라빚이다. D2는 일반정부 부채로 불리며 D1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더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국가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 주로 사용된다. D3는 공공부문 부채라고 불리며 D2에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더한 것이다.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의 부채는 사실상 국가가 채무보증을 선 것이어서 나라빚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주로 공공부문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 사용된다. 

문제는 D4였다. 안 후보는 D4가 연금에 의한 미지급 부채를 의미한다며 D4로 비교하면 한국의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주장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안철수 후보 입장을 반영한 주장이었다.  

반면에 이상민 위원은 안철수 후보의 D4 개념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1월 19일 유튜브 채널 <곰곰이>에서 "D4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며 "연금충당부채 또는 재무제표상 부채를 D4라고 안철수 후보가 직접 네이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D1, D2, D3 외에 별도로 재무제표상 부채를 산출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IMF가 언급한 D4개념은 우리나라 부채 규모 파악에 한 번도 작성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상민 위원은 2088년에 한국의 국민연금 누적적자는 1경 7천조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도 틀린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먼 미래의 금액을 모두 합치려면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데, 단순히 누적 적자를 다 합산해서 1경으로 계산된다는 말은 회계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 위원은 안 후보 측에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요구했다. 

안 후보 측은 이상민 위원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82조의 4 및 제250조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자 <곰곰이> 채널은 안철수 후보 또는 안철수 후보 측 인물과 토론을 제안했다. 결국 국민의당은 지난 3월 4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출처: 유튜브 삼프로TV
출처: 유튜브 삼프로TV

■ 토론 응하지 않고 고발장만 날라와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피고발에 따른 소회와 이번 사건에 임하는 결의를 밝혔다. 이 위원은 "학자들마다 국가부채를 바라보는 입장은 다르다"며 "양쪽의 학자 사이에서 한 쪽 편만 들면, 전 세계의 학자들은 황당한 문제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에 부채도 있고 충당 부채도 있고 재정수지 적자도 있다. 세가지는 각각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당시 D4라는 용어를 써서 이 세가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지 않고, 전부 모아서 D4라는 용어로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현재도 안철수 의원이 틀렸다는 자신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은 "둘 중 하나의 말이 맞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둘다 다른 개념을 통해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측이 억울한 것이 있다면 고발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토론을 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촬영: 이채리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촬영: 이채리

■ 법적 대응은 연구자 입에 재갈 물려

12일 기자회견에서는 학문 영역의 일을 고발로 마무리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포용재정포럼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또는 연구자로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법적인 소송을 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태"라고 밝혔다.

이어 강 교수는 "연구자의 비판이 부담스러운 정치인들이 작은 티끌을 발견해 의도적으로 검찰 고발이나 소송으로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다. 소송을 당한 연구자는 오랜 법적 공방 과정에서 는 심리적, 경제적, 시간적 어려움으로 에너지가 소진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은 크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안철수 의원을 향해 "연구자 입에 재갈 물리려는 법적 대응이 아닌, 공개토론을 통해 문제의 실체를 밝히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선임간사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 간사는 "국민은 후보자들이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무슨 말을 하던 받아들이고 그냥 투표만 하라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선거에서 (누군가) 후보자에게 '당신의 말이 틀린 것 같소'라고 말했다고 버럭 화를 내고 도발할 것이 아니라, 틀리지 않았다면 (후보자가) 근거를 대고 설득해야 하고 만약 틀렸다면 수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간사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공직 후보자가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서로 토론하는 과정이야말로 성숙한 선거 문화"라고 말하며 이번 고발은 표현의 자유를 무너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비방이나 선거 낙선 목적 없어 

이상민 위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위민 조수진 변호사는 사건의 법적 쟁점과 수사 진행 방향에 대해 말했다. 조 변호사는 "처벌 요건을 살펴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거나 선거에서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상민 위원의 발언은 잘못된 주장을 펼친 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발언으로 인해 국민들의 오해를 예방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목적의 발언은 비방 목적이 없기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본인과 학술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됐다고 주장하는건 공적인물이 할 말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적 인물은 대중의 비판과 비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에서 취하고 있는 일관된 주장이라는 거다. 이상민 위원은 12일 기자회견 뒤 오후 1시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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