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파트 신축 현장에 '똥방'이 존재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7.27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간 뒤 건설 노동자를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해당 영상에 "아파트 신축 현장에는 모든 동마다 ‘똥방’으로 지정된 호실이 있다"는 댓글이 달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모든 아파트 신축 현장에는 ‘똥방’이 있을까? 뉴스톱이 확인 해봤다.

출처: 유튜브
출처: 유튜브

◈문제의 글 "똥방에다가 배설물을 싼 뒤 시멘트로 덮습니다"

MBC는 지난 19일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 봉지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방송한 뒤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다음날 유튜브 댓글창에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F*****N**** 현직 건설노가다 합니다. 아파트 1동마다 1호수를 "똥방"이라고 칭하며 모든 인부는 똥방에다가 배설물을 쌉니다. 화장실 따로 있긴 한데 1층까지 내려가서 싸기엔 시간이 오래걸려서 똥방에 다 싸고 시멘트로 묻습니다. 보통 중간층에 위치한 호수를 똥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똥방인지 아는 법은 천장에 시커멓게 물든 거 있으면 높은 확률로 똥방입니다. 근데 공사 잘 치면 물든거 없어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F*****N**** 그리고 왜 이런 개념없는 짓을 하느냐? 하실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은 99%가 중국인이 대신 합니다. 중국인은 원래 아무대나 똥싸기로 유명하죠. 중국인이 짓는 아파트인데 당연히 화장실개념이 없이 지어집니다.

◈검증없이 댓글 받아쓴 언론들

댓글 창에는 수많은 답글과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건설 노동자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인사이트, 위키트리, 디스패치 등 인터넷매체들은 이 댓글을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해 발행했다. <“현직 건설 노가다합니다, 아파트 지을 때 '똥방' 있는 거 아십니까...>, <아파트 ‘인분 봉투’ 뉴스에 현직 건설 노동자가 댓글로 남긴 ‘똥방’의 정체>, <"보통 중간층 호수를 똥방으로.." 아파트 '인분 봉투' 뉴스에 건설...> 이런 류의 기사들이다. 별도의 확인은 없다. 애초에 이런 매체들에게 확인을 기대하는 게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 ‘똥방’이 실재하는 관행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똥방’ 이야기를 접한 아파트 거주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실제로 ‘똥방’이라는 관행이 존재하고, 그것도 모든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 퍼져있다면, 그리고 작업자들이 배설한 인분이 시멘트에 파묻혀 있다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남의 똥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업계 종사자에게 확인해보니..."특정 방에 몰아놓지 않는다"

아파트 신축 현장 건설 경험이 있는 복수의 업계 종사자에게 직접 실태를 들어봤다. 인테리어 종사자인 A씨는 “고층아파트 현장에선 공사중인 아파트 내부에 볼일을 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소변기의 경우는 다섯개 층 정도에 하나씩 있는 편인데 큰일을 보려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고층에서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구석진 곳에다가 그냥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장 업종에 종사하는 B씨는 “예전에는 그런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원청이 감독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각종 커뮤니티 댓글에는 ‘현직 건설업 종사자’라고 자칭하는 많은 이들이 현장 경험을 쏟아냈다. 건축 현장의 실내 공간에선 대소변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건설 중인 아파트 특정 호수를 지정해 ‘똥방’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MBC 뉴스 유튜브 댓글에도 '똥방'은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박이 여러개 올라왔다. ▲다른 빈 곳도 많기 때문에 특정 호수를 지정해 그곳에 볼일을 볼 이유가 없다 ▲대변을 본 뒤 시멘트로 묻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시멘트로 대변을 묻었다고 해도 시커멓게 변색하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국내 공사현장의 인분.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 아파트 신축공사 공정 확인해보니...대변을 시멘트로 덮는 일 쉽지 않아

한국토지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아파트 신축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아파트 신축 공사는 터파기 및 기초공사 – 골조 공사 – 마감 공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기초공사가 끝난 뒤 건물을 올리는 골조 공사가 진행되는데, 요즘은 ‘갱폼’이라고 부르는 일체형 거푸집을 주로 사용한다. 타워크레인을 이용하거나 유압을 이용해 거푸집을 끌어올리면서 한 층씩 콘트리트 바닥과 외벽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보통 한 층을 높이는데 6~7일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에선 아직 방의 형태가 갖춰지지 않고 외벽을 제외하면 트인 형태이기 때문에 ‘똥방’ 이슈가 불거질 일이 없다.

골조가 만들어지면 마감 공사로 넘어가는데 아파트 개별 세대에 벽체를 세우고 창틀을 설치하고 욕실, 발코니에 방수공사를 실시한다. 아파트 온돌공사도 골조가 완성된 이후 진행된다. 골조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바닥 슬라브 위에 완충제를 깔고 경량기포콘크리트 타설하고, 그 위에 난방 배관을 설치한 다음 시멘트 모르타르를 깔아 온돌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한다. 이후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 도장 공사와 내부 벽면의 도배공사를 진행한다. 이후 드레스룸과 주방 등에 설치되는 가구공사와 바닥을 마감하는 마루 공사를 진행한다. 마감 공사가 끝나면 입주민을 맞이하기 위한 준공청소로 아파트의 모든 건설과정은 마무리된다.

아파트에서 마감 공사는 공종이 다양하며 단위세대마다 반복적으로 시공된다. 건설사마다 마감 공사를 관리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이는데 적게는 10단계에서 많게는 22단계까지 나눠 관리하고 있다. 공종별로 하청업체(또는 협력업체)에 도급을 준다.

출처: LH 홈페이지
주요 건설사들의 마감공사 공정 흐름. 출처: LH 홈페이지

MBC 뉴스 댓글로 '똥방'의 존재를 언급했던 댓글에서는 노동자들이 아파트 현장에서 대변을 본 뒤 시멘트로 덮는데 천장이 까맣게 물들면 대변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입주한 상태라면 천장에는 마감재가 설치돼 있어 콘크리트로 이뤄진 슬라브 구조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마감재를 뜯으면 확인할 수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콘크리트를 부어만드는 슬라브는 최소 20cm 이상 두껍다. 인분이 스며들어 검게 변할 정도의 두께가 아니다.

바닥에 대변을 보고 이를 시멘트로 덮는 것이 가능한 작업은 방바닥 미장공사 이전에 진행되는 공종에 한정된다. 조적(벽돌쌓기), 창호, 단열/합지/석고보드, 방수, 벽 미장, 경량기포콘크리트 등이 해당된다. 이 공종 작업자들이 바닥에 대변을 봤다고 치고 시멘트로 덮었다고 해도 천장이 시커멓게 변색이 될 일은 없다. 앞서 살폈듯이 이미 골조공사때 최소 20cm이상 두께로 슬라브 바닥이 양생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바닥 미장은 직경 2cm 정도 되는 온수 코일이 겨우 파묻힐 정도로 두껍지 않다. 인분이 파묻힐 정도의 두께가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방바닥에 온수 코일을 깔기 전에 청소를 하고 시멘트 미장을 하기 전에 다시 이물질을 치운다. 우리집 방바닥 또는 천장 콘크리트+시멘트 구조물에 인분이 들어갈 확률은 굉장히 낮다. 

방바닥 미장 이후 진행되는 공종은 시멘트로 덮을 기회가 아예 없다. 방바닥 미장 이후 특정 공종 종사자가 실내에 볼 일을 보고 적절히 처리를 안했다고해도 1~2 차례 준공 청소가 진행되기 때문에 입주자가 인분과 마주칠 일은 없다. 이번 신축아파트 인분사태에서처럼 청소 인력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놓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신축 아파트 입주 후 천장 외에도 싱크대 밑, 붙박이장, 베란다 등 집안 곳곳에서 인분 및 쓰레기 등 이물질을 마주쳤다는 증언이 많다. 

출처: 전국건설노조
출처: 전국건설노조

◈건설노조의 입장 "신축현장 화장실 부족 문제"

뉴스톱은 건설노조에 ‘똥방’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우리 조합원들은 주로 골조 공정에 많이 종사하고 있어 '똥방'이라는 이야기는 이번에 기사가 나간 다음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은 건설 노동자들이 마음놓고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는 점인데 일탈행위로 인해 엉뚱하게 외국인 노동자와 건설 노동자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최근 인권위를 상대로 건설현장의 화장실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을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제출했다. 건설노조는 “최근 신축 아파트 현장 인분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한 인간 막장’으로 여기기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누구든 화장실이 없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아파트 1개동마다 1개 휴게실, 1개 탈의실, 1개 샤워실을 요구한다. 또한, 1개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촉구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법규인 ‘건설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가 시행되는 현장에 화장실ㆍ식당ㆍ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정한다. 공사예정금액 1억원 이상인 공사현장이 적용 대상이다.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공사현장에서 300미터 이내의 거리에 화장실을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화장실 1개당 몇 명이 사용을 하든지, 관리가 되든지 안 되든지 그런 건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런 법 조항의 맹점 탓에 아파트 신축현장에는 건설 노동자들의 똥이 널려 있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공사현장 1층당 1개의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건설 현장 노동자를 자칭하는 댓글러들은 5층에 한 개 정도만이라도 화장실이 있다면 무단방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근본적 해결책은?

많은 네티즌들이 건설 노동자 특히, 외국인 건설 노동자를 ‘주범’으로 몰고 있다. 당신이 일하는 사무실 또는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에 화장실이 없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0층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화장실은 건물 바깥에 1개만 있다면 어떻게 하겠냔 말이다.

자기가 일한 작업장 천장에 똥이 들어있는 봉지를 넣어놓은 그 사람을 두둔할 마음은 없다. 비닐봉지에 똥을 넣을 정성이면 그걸 갖고 내려가서 현장에 설치된 화장실에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건설 노동자들이 볼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책임 있는 시민의 자세는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옛말을 믿으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지만 최소한 합법적인 직업이라면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게 곤란한 정도가 돼선 안 될 것이다. 기본권은 누구에게라도 지켜져야할 최소한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신축현장에 양질의 화장실이 충분히 설치된 이후에 인분사건이 재발한다면 그 때는 고스란히 건설노동자들이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