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시 수방ㆍ치수예산 삭감 '오세이돈 논란' 사실은?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8.11 1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일부 지하철역은 침수로 운행을 중단하고, 강남 일대는 물바다로 변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은 침수로 고립돼 참변을 당했다.

SNS를 중심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그리스 신화의 물의 신 포세이돈과 오세훈 시장의 이름을 합쳐 '오세이돈'이라고 풍자했다.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했던 이력과 홍수 피해를 합쳐 '무상급수'라는 밈도 만들어냈다. 핵심은 오 시장이 서울시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줄인 게 사실이냐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인터넷커뮤니티, 뉴스톱 촬영
왼쪽 영화 '포세이돈'을 오세훈 시장과 합성한 포스터, 오른쪽 기록적인 폭우로 한강이 범람하고, 흙탕물로 변했다.  ⓒ뉴스톱

◈'민주당 탓' 서울시... "오 시장 의견은 반영 안 돼"

올해 서울시 수방 및 치수 예산은 전년대비 896억원(17.6%) 감소했다. 서울시의 <2022 알기 쉬운 서울시 예산>에 따르면 2022년 수방 및 치수 예산은 4202억원, 2021년 5098억원이다. 

출처:
출처: 2022 알기쉬운 서울시 예산

<뉴스톱>은 지난 9일 서울시에 수방 및 치수 예산 삭감 이유를 문의했다. 서울시 언론담당관실 관계자는 "서울특별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등으로 예산을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그렇다면 예산 편성에 서울 시장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네. (시의회가) 민주당 쪽이니 그렇습니다"라고 재차 답변했다. 서울시는 예산 삭감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의회 다수당이 민주당이라 해도 예산 편성에 서울 시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기본적인 예산 편성 권한은 서울 시장에게 있고, 예산 삭감은 시의회 권한이다. 서울특별시의회 의회사무처 언론홍보실 관계자는 9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당초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로 제출하고, 시의회는 제출된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예산의 기본 틀을 제공하면 시의회는 제출된 예산안을 심사해 합당한 내역인지 여부를 검토한다. 실제로 서울시의회 기본조례(55조의2)에 따르면 시장이 회계연도 개시 60일 전에 예산 편성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제작: 뉴스톱
서울특별시의회 예산결산처리 과정, 제작: 뉴스톱

◈ 예산 감액 누가? 서울시, 시의회 둘 다 감액

같은 날 '서울시가 수방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 민주당 시의회로 원인을 돌렸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예산 규모만 놓고 보면 시의회가 2021년 대비 2022년 최종 예산을 896억원 삭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산 감액의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예산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도 비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최초 예산안은 서울시가 제출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예산의 기본 틀을 서울시가 만들고, 그 예산을 증액 및 감액하는 게 시의회다.

최종 예산 금액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수방 및 치수 예산 금액은 비공개다. <뉴스톱>은 서울시에 2020~2021년 시의회 제출 예산 금액 공개를 요청했다(아래 표 참조).

수방 및 치수 예산 금액 추이/ 서울시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년도별 시의회 제출 예산안과 최종 예산안을 정리했다. 제작: 뉴스톱
수방 및 치수 예산 금액 추이/ 서울시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년도별 시의회 제출 예산안과 최종 예산안을 정리했다. 제작: 뉴스톱

서울시 예산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시의회 제출 예산안은 4922억원, 2021년 최종 예산은 5189억원이다. 시의회는 당초 예산안에서 267억원을 증액했다. 2021년 4월 8일 취임한 오 시장은 2021년 최종 예산(5189억원)보다 더 적은 금액(4450억원)을 시의회 제출 예산안으로 제출했다. 739억원이 줄었다. 이후 시의회는 심사과정을 통해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248억원을 추가 삭감했다. 결국 방식은 다르지만 서울시, 시의회 둘 다 예산을 줄인 건 사실이다. 

물론 21년 예산안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2년 예산안이 추진하는 사업은 다르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은 전년 예산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파악해 책정된다. 또한 5년 이상 진행되는 장기 사업도 있다. 단순하게 시의회 감액 액수만을 따져선 안되는 이유다.  

다른 해에 결정된 예산안이라도 사업 추진은 예산 증감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의회 제출 예산안을 통해 21년 정책 사업 중 어떤 사업을 중단, 진행 혹은 새로 시작하려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에 <뉴스톱>은 서울시에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2년 수방 및 치수 예산 사업 내역 공개를 요청했다.

 

◈ 서울시와 민주당의 '네 탓' 티키타카

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오히려 지난해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서도 수방 예산 248억원이 추가 삭감됐다. 이에 이번 추경에서 수방 예산을 292억원을 추가 편성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정책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9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시의회의 248억원 추가 삭감에 대해 "당초 700억원 정도 감액된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됐고,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그 예산을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덜 급한 사업은 뒤로 미루고, 더 급한 사업은 당겨서 진행하자는 취지의 예산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수방·치수 분야 예산을 일정 부분 감액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예산 조정 과정에서 덜 급한 사업의 감액에 대해서만 수용하고, 더 급한 사업의 증액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진술 시의원(민주당)은 "감액은 상임위 권한이어서 감액을 했는데 증액을 서울시에서 안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감액은 시의회의 권한으로 집행부(서울시) 동의 없이 의결할 수 있지만, 증액은 서울시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서울시가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늘(10일) 중으로 서울시 입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박자료는 배포되지 않았다. 

지난 9일 노들역에서 사평역 구간 열차 이용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신논현역 철문에 붙어 있다.
지난 9일 노들역에서 사평역 구간 열차 이용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신논현역 철문에 붙어 있다. ⓒ뉴스톱

최종 예산만 보면 시의회가 2021년 대비 2022년 최종 예산을 896억원 삭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산 처리 절차상 수방 및 치수 예산 결정 과정에서 서울 시장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서울시의 해명은 타당하지 않다. 예산 감액의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예산, 즉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 모두 비교 대상에 포함하는 게 맞다. 기본적인 예산 편성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있고, 예산 감액은 시의회의 몫이다. 

또한 올해 예산은 전년 예산안을 고려해 책정된다. 오랜 기간 걸쳐 진행되는 장기 사업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시의회의 감액 액수만을 따져선 안된다. 또한 증액은 서울시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 시장은 2021년 최종 예산(5189억원)보다 739억원 적은 금액(4450억원)을 시의회 제출 예산안으로 제출했다. 이후 시의회는 심사과정을 통해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248억원을 추가 삭감했다. 이후 서울시는 292억원 추가로 다시 증액했다. 삭감 방식이 다르지만 서울시, 시의회 둘 다 치수 예산을 줄인 건 사실이다. 오세훈 시장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줄였다는 주장은 사실로 판정한다. 

오 시장이 2010년, 2011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도 곳곳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개발 행정에만 치우쳐 수해 대비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과거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은 없었다. 폭우로 사상자까지 속출한 상황이다. 예산 감축 논란을 두고 떠넘기기식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피해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기사수정: 2022.08.12. 10:41. <뉴스톱>은 서울시에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2년 수방 및 치수 예산 사업 내역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추후 관련자료가 입수되는 대로 후속 보도하겠습니다.   

※ 기사수정: 2022.08.12. 14:20 취재원들에 요청에 의해, 실명을 '관계자'로 수정하였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