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건축법상 반지하는 거주공간이 아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8.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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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는 지하 거주 불법, 1970년대 법개정으로 허용

집중호우에 반지하 공간에 물이 들어 차면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해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묻고 침수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지하 공간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목한다. 애초 반지하에서 사람이 살지 않도록 정책을 폈다면 재앙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주장이 전해져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김현정: 이런 식으로 이 집중호우의 패턴 자체가 바뀐다고 하면 반지하 거주시설에 대해서도 뭔가 대책이, 정책이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조원철: 현재 우리 건축법에는 반지하는 주거공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반지하를 허용을 하고 있어요. 일선 구청에서는. 이런 법의 모순된 시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지하는 보조공간이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되고 반지하에 사시는 분들에 대한 대책은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다른 게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죠.

김현정: 안 그러면 이런 안타깝고도 끔찍한 사망사고 계속 벌어질 수 있는 거예요.

조원철: 반지하가 제일 문제가 습기하고 공기의 환기거든요. 이 환기가 안 되고 습기 제거를 못 하니까 위생상으로도 굉장히 나쁩니다. 그래서 호흡기계통 질환이, 그리고 피부계통 질환이 굉장히 반지하에 사는 분들이 많거든요. 저희들이 함께 조사한걸 보면요. 그렇기 때문에 반지하는 하루 속히 개선해서 생활보조공간으로만 사용하게 하고 앞으로 생활, 주 생활공간으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될 겁니다.

김현정: 법에 모순이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았네요.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조원철 명예교수님 고맙습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022.8.10>

◈”현재 건축법에 반지하는 주거공간이 아니다”... 사실 아님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지하 공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반지하는) 주 생활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는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게 된 원인을 법과 행정의 모순에서 찾았다. 그는 “현재 우리 건축법에는 반지하는 주거공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반지하를 허용을 하고 있어요. 일선 구청에서는. 이런 법의 모순된 시행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과연 현재 우리 건축법은 반지하를 주거공간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찾아봤는데 사실이 아니다.

출처: 대통령실 홈페이지
출처: 대통령실 홈페이지

◈건축법 찾아보니... 상습 침수 지역 등 심의 후 불허 가능

현재 시행 중인 건축법에는 ‘반지하’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2조에 “지하층이란 건축물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인 것을 말한다”는 정의가 있다. 해당 조항은 “방재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등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에 대하여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장이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되도록 정한다.

이 규정 말고는 지하 또는 반지하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근거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국가법령정보 홈페이지
출처: 국가법령정보 홈페이지

◈1960년대 건축법에 지하 주거 금지, 1970년대 허용

대한민국은 1962년에야 일제시대 제정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을 폐지하고 건축법을 시행한다. 이때 정한 건축법에 보면 “주택의 거실은 지층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문이 있다. 지층은 “바닥이 지표 이하에 있는 것으로서 바닥으로부터 지표까지의 높이가 그 층의 천정의 높이의 3분의 1이상인 것”으로 정했다. 당시 법 조항에서 거실은 “거주, 집무, 작업, 집회, 오락 기타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 방”으로 정의했다. 사실상 지하 또는 반지하 형태로 거주공간을 만들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다가 1975년 12월 “주택의 거실을 지표면 이하에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로 해당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1970년대에 지하층은 유사시 대피소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하여 건축되었는데, 이후 지하층 설치 기준의 완화 및 도시화로 인한 주택난 해소 등을 위해 주거용도로 이용됐다”라고 설명한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

◈(반)지하에 32만7320가구 거주 중

정부의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통계를 살펴보면 현재 주택 위치 항목에 ‘반지하’라고 답한 비율은 1.4%에 이른다. 지하는 0.2%, 옥상(옥탑)은 0.1%로 집계된다. 2020년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하 또는 반지하에 32만7320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반)지하 거주 가구(37만9605가구) 중 96%인 36만4483가구가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전체 가구(968만6012가구)의 3.8%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체 383만9766가구의 5.8%인 22만2706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도시화로 인한 수도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주택 부족 문제를 야기하였고, 단독주택의 보일러실 및 대피소 등으로 이용되었던 (반)지하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수도권 지역에 (반)지하 주거가 다수 분포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지하에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한 보증금 및 임대료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주택면적별로는 40㎡ 이하 50.5%, 40~50㎡ 이하 31.4% 순이며, 가구원수별로는 1인 가구 38.9%, 4인이상 가구 28.9% 순으로 나타났다.

 

◈(반)지하 오래 살면 병 난다는 이유

입법조사처는 “(반)지하 주거의 주택규모, 가구원수 및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반)지하 거주 가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저주거기준(국토해양부공고 제2011-490호)」 제2조부터 제4조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 주거면적은 43㎡이고, 방의 개수는 3개의 침실과 1개의 부엌으로 구성돼야 하고, 주택의 구조·성능·환경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 4조는 “주택은 안전성·쾌적성 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하고,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다.

(반)지하 주택은 여러모로 사람이 살기엔 부적합하다. 채광과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핀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다. 퀴퀴한 냄새도 물론이다. 창문이 지표면과 맞닿아 있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행인과 차량이 통행하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 피해에 노출되는 정도가 크다. 사생활 침해와 범죄 발생 우려도 크다.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인 발암물질 라돈의 피해도 지상층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창문이 방바닥보다 한참 높게 설치돼 있기 때문에 바닥 쪽으로 가라앉은 라돈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주거권 단체 등은 (반)지하 거주공간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서울시, “서울에서 (반)지하 주택 없애겠다”

서울시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지하 주택을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주 중으로 건축허가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해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며, 이 경우 건축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시는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반)지하 주택은 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환경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지역 (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 상향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건축법에 (반)지하 공간은 거주공간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반)지하 공간이 주거공간으로 부적합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 일가족 익사 사태는 반지하 주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현재 전국 30만이 넘는 가구가 반지하 공간에 살고 있다. 대부분은 저렴한 주거 비용 때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지하 공간의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정부는 현재 거주 중인 반지하 공간의 주거 환경을 개선할 책무가 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신축 건물에는 반지하 거주 공간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주거 정책을 고쳐나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서울에서 (반)지하 주택을 없애나가겠다는 정책을 환영하고,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기사수정: 2022.08.10. 20:22. (반)지하 주택을 없애나가겠다는 서울시 정책 발표에 따라 관련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이 정책 관련 머니투데이 선제 보도내용은 발표된 서울시 정책으로 대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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