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은행권 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이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09.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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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8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됐습니다. 일부 언론은 “귀족노조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며, “시중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근무시간 짧고 연봉 높은 꿈의 직장”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 임원진 제외해도 은행권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

언론은 2021년 4대 은행(우리∙하나신한∙국민)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4대 은행 개별 사업보고서(2021년)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1억1200만원)∙신한은행(1억700만원)∙하나은행(1억600만원)∙우리은행(9700만원) 순으로 직원의 평균 연봉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임직원(임원과 직원)의 임금을 평균을 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임원들은 일반 직원보다 임금을 3배에서 많게는 10배 더 받습니다. 임원을 제외해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은행권 직원'의 평균 임금이 나옵니다. 그러면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도 1억원이 넘을까요. 

먼저 국민은행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를 합산한 1만7083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1200만원입니다. 하지만 하단의 각주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미등기임원(21명)과 경영진(42명)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포함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임원진과 일반 직원의 급여를 구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출처: 국민은행 사업보고서(2021)
출처: 국민은행 사업보고서(2021)

 

<뉴스톱>은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의 평균 연봉을 추산했습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전체 직원에게 지급한 총급여는 1조9천억원에 달합니다(위 그림 '직원 등 현황' 표 참고). 여기에서 미등기임원에게 지급된 연간 급여 총액 약 940억원을 제외하면(아래 그림 '미등기임원 보수현황' 표 참고), 1조7900억원 가량이 남습니다. 이는 미등기임원 21명을 제외한 직원 1만7062명에게 지급된 금액입니다. 다시 평균을 산출해보면, 미등기임원을 제외한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은 약 1억500만원(1억522만7875원)이었습니다. 경영진 42명의 보수는 공개되지 않아, 경영진의 급여가 함께 계산된 금액입니다.

출처: 국민은행 사업보고서(2021)
출처: 국민은행 사업보고서(2021)

 

이번에는 하나은행의 2021년 사업보고서(아래 그림 참고)를 살펴보겠습니다. 하나은행이 작년 전체 직원에게 지급한 총급여는 1조3070억원입니다. 하나은행도 각주에서 미등기임원의 급여를 포함해 평균을 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하나은행 사업보고서(2021)
출처: 하나은행 사업보고서(2021)

 

총급여에서 미등기임원에게 지급된 연간 급여 총액 약 74억원을 빼면, 1조3천억원이 남습니다. 미등기임원 14명을 제외한 직원 1만2274명의 급여를 다시 산출해보면,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은 약 1억500만원(1억590만1092원)이었습니다.

출처: 하나은행 사업보고서(2021)
출처: 하나은행 사업보고서(2021)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사업보고서의 각주에서 따로 미등기임원 급여의 포함 여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한은행은 미등기임원 25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이 4억1800만원, 우리은행은 미등기임원 20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이 3억6800만원이라고 기재했습니다. 언론의 주장대로 시중 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 노조측 "부지점장급 비노조원 직원 급여 포함돼"

그러나 금융업계에서는 경영자와 노동자의 평균 급여 차이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현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와 있는 숫자는 전 임직원을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마다 조합원 기준이 다르기는 한데, 통상 부지점장이 되면 조합원에서 빠진다. 어떻게 보면 조합원이 아닌 분들의 급여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업보고서에 제시된 1인 평균 연봉에는 임원이 아니지만 노동조합원도 아닌, 직급이 높은 관리직 직원의 연봉도 포함됐다는 게 노조측 주장입니다. 직급이 낮은 조합원들은 관리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고 있기에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이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노조의 요구조건에는 일반 정규직과 저임금직군(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해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업계는 신 부위원장의 주장대로 직급별로 격차가 큰 편입니다.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간한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공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금융산업 내 종사자들의 임금은 고용형태∙직급∙성별∙기업성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관리자는 1억2780만원, 중간관리자는 9980만원, 일반 직원은 5330만원”이며 “20년 이상(종사자)은 1억1460만원, 10~20년은 8280만원, 10년 미만은 5690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아래 표 참고).

출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공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2019)
출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공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2019)

 

◈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노동시간 단축 요구하는 이유

<뉴스톱>은 금융노조가 내세운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이 산별 중앙교섭에서 요구한 사안은 총 34가지입니다. 그 중 이들이 핵심으로 내세운 <주 36시간 4.5일제 실시>를 둘러싸고 커뮤니티에서 많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적게 일하면서 많은 임금을 가져간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신현호 부위원장은 근로 시간 단축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 (금융)상품들이 나오게 된다”며, “안심 전환 대출과 관련한 매뉴얼들이 위에서 수시로 떨어지는데, 고객들에게 제대로 상품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2019)는 은행원들이 초과 근무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은행 직원들의 주당 기본 노동시간 평균은 40.5시간이었고, 주당 실초과 평균 근무시간은 8.3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중간관리자와 실무자의 초과노동시간이 관리자에 비해 길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아래 표 참고).

출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공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2019)
출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공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2019)

 

그러다 보니 법으로 강제되고 있는 주 52시간 상한 제도도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노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선 변칙적인 초과근로로 직원들의 실질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 불편이 증가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내세운 이유입니다.

다만 효율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계택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시간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동시간은 줄이되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노사가 협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노사가 같이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은행권 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은 데이터상으로는 사실에 부합니다. 하지만 평균 연봉 뒤에 직급과 고용 형태별로 다른 개별 연봉이 존재하고 그 격차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은행권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도 사측에 요구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귀족노조 파업'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은행권 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이라는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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