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현재 세계 혼돈의 배경엔 '중국의 부상'이 있다

  • 기자명 이승윤
  • 기사승인 2022.10.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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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은 명실상부한 패권 국가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힘은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무엇보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에 기인한 바 크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2022년 현재 미국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패권국가이다.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힘은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무엇보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에 기인한 바 크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1. 2022년 가을, 혼돈이 심화하고 있다. 우선 전지구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 연준의 멈출 줄 모르는 금리인상 빅스텝이 향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전격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 금리는 3.00~3.25%로 크게 올랐다. 문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이 향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물가 폭등 현상이 아직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 연준이 11월 다시 0.75%p의 금리를 인상하는 추가 빅스텝을 선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9월 새로 영국 총리로 임명된 리즈 트러스의 시류역행적인 대규모 감세안이 역풍을 맞으며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골치 아픈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 끝을 맺을지 알 수 없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수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 푸틴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회자되고 있어 세계의 정치, 경제 상황은 더욱 비관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형편도 녹록치 않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세계 경제 불안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4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흐름은 여전하고 코스피는 10월 들어 연일 22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여건 변화에 따라 1500원 선까지 위협할 기세이다. 결국 10월 12일 한국은행은 0.5%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실행에 옮겼다. 기준금리가 3% 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환율 안정과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돌아가는 세상의 형세가 이토록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도대체 세계는 지금 어떠한 흐름 속에 놓여 있기에 이토록 혼돈과 어지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인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어느 한 국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 달리오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세계의 변화 흐름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봄으로서 향후 전망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

 

2.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지난 500년간 역사적으로 이름을 날렸던 세계 제국들의 흥망성쇠 사이클에 대해 초점을 맞춘 책이다.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 레이 달리오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세계적인 기관 투자 회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설립자 겸 최고 운용 책임자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성공 원칙에 대해 기술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원칙>의 작가이기도 하다. 

성공한 투자자이자 사업가인 레이 달리오가 자신의 전공 분야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세계 제국의 흥망성쇠의 사이클에 대하여 저술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저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공부를 하다 보니 역사도 생물체처럼 라이프 스타일이 있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상호 연결된 여러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어떤 패턴과 원인/결과 관계가 있음을 보았고 이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헤지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 투자 회사의 최고 책임자로서 레이 달리오는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역사 속의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지난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사이클 패턴은 과연 무엇인가.

 

3. 레이 달리오는 강대국의 흥망사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의 사이클을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3개의 사이클은 서문에서 언급한 장기 부채 및 자본 시장 사이클, 국내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국제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이다.”

“공포, 탐욕, 질투 그리고 기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항상 같았으며 그 영향으로 사이클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사이클이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기본 틀은 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에 인간 문명이 역사 사이클을 만들어 가는 핵심 원동력은 진화다.

“진화는 온 우주에서 가장 크면서 유일하게 영속적인 힘을 가졌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진화는 개선으로 가는 상승운동으로 적응과 학습을 통해 발생한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사이클이 생긴다. 내게 있어 모든 것은 마치 코르크 마개 따기를 뒤집어놓은 것 같이 원을 만들며 위로 상승하는 나선형의 궤도로 보인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에 올바르게 부합한 국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같이 원하는 강력한 '부와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국가는 퇴보하고 몰락했다. 저자는 부와 권력을 결정 짓는 요소로서 8가지 결정 요인을 들었다. 1) 교육 2) 경쟁력 3) 혁신 및 기술 4) 경제 생산량 5) 세계 무역 점유율 6) 군사력 7)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 8) 기축 통화 지위 등이다. 이 외에 부가적인 결정 요인으로서는 1) 광물자원 2) 자원배분의 효율성 3) 자연재해 4) 기반 시설 및 투자 5) 기개/시민의식/결단력 6) 통치체제/법치주의 7) 빈부, 기회, 가치관의 격차 등이 있다.

어느 한 국가의 흥망성쇠 사이클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상술한 세 가지 빅 사이클(장기 부채 및 자본 시장 사이클, 국내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국제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을 염두해 두고 15가지의 결정 요인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떠한 국가도 그 국가의 흥망에 있어 상술한 3개의 사이클 그리고 15가지의 결정 요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세상 모든 국가는 이 결정요인을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흥망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국가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만들어 낸 거대한 집합체이기에 부산→ 정점 → 쇠퇴의 과정을 피할 수가 없다. 이어 저자는 이렇게 흥망성쇠를 설명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부 질서는 마치 질병의 확산처럼 비교적 표준화된 단계를 밟아가며 변화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한 국가의 부상과 쇠퇴의 사이클은 6단계의 과정을 밟는다. 우선 발전과 번영의 3단계를 거친 후 쇠퇴의 3단계에 이르게 된다. 쇠퇴의 3단계에선 지출과 부채가 과다해지고,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며, 금융 상황이 악화되고 갈등이 심화된다. 결국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혁명과 내전이 발생한 후 다시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존의 질서 즉 '구체제'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그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질서 즉 '신체제'가 부상하게 되고 두 체제의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 속에서 세상의 모든 혼돈이 크게 발생한다. 저자는 그 혼돈의 발생 양상을 다섯 가지로 나눈다. 1) 무역/경제 전쟁 2) 기술 전쟁 3) 지정학적 전쟁) 4) 자본 전쟁 5) 군사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2022년 현재 중국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성장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현재 뿐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확률이 크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2022년 현재 중국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성장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현재 뿐 아니라 향후 변화하는 국제 질서의 향방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4.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1945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자국의 화폐 즉 달러를 ‘기축통화화’한 세계 제국 미국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신흥 패권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시대이다. 역사의 사이클에 입각할 때 흥한 자는 필히 쇠락할 수밖에 없고 미국의 쇠퇴 역시 불가항력이다. 저자의 관점이 옳을지 그를지 우리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세계의 본질을 올바르게 진단하는데 있어 적어도 한 가지의 중요한 포인트는 찾을 수 있다. 이 글의 앞 부분에서 언급한 현 세계의 불안정성과 혼돈은 상당 부분 중국의 부상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 흐름의 변화를 읽기 위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움직임에 대하여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키포인트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를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한 다음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라

2) 분산하라.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포함했는지 확인하는 것 외에도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까지 다루기 위해 (투자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3) 당장 눈앞의 만족보다 지연된 만족을 우선시하여 미래에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라.

4) 가능한 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사안을 다각도로 분산하라.

 

5. 보는 이에 따라서는 책의 결론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저서의 장점은 결론 부분에 있지 않다. 진정한 장점은 저자가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 있어 실용적인 자세 속에서 치밀하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접근 방식에 있다. 저자는 강대국의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읽기 위해 지난 500년 동안 제국의 위치에 오르내렸던 소위 강대국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 미국 등의 역사를 꼼꼼히 살피고 관련 수치들을 계량화, 통계화, 이론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책갈피마다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방대한 통계들과 사이클 곡선들은 저자가 얼마나 깊은 노력을 기울여 흥망성쇠의 사이클의 패턴을 찾아내고자 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저자의 현명함은 이토록 깊은 연구를 통해서 도출된 결론들이 결코 절대적이거나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과거를 추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직업이며, 미래는 예정을 벗어날 것이기에 깜짝 놀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미래에 베팅하는 것은 확률에 베팅하는 것이며 확률을 포함해서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이 바로 대처 방법이다.”

저자가 결론의 도출에 있어 위험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방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복잡계의 현 세계에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6. 사실 저자가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이야기하는 국가의 흥망성쇠의 사이클과 그 결정 요인 그리고 국가 간의 세대교체에 관한 주장들이 전혀 새롭거나 혹은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국가 또는 지역의 흥망을 다룬 기존의 유명한 저서들 이를테면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에서 이 세상 흥망성쇠의 결정 요인들은 흡사한 내용의 기술을 통해 이미 언급된 바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레이 달리오의 본질이 뛰어난 투자자 혹은 사업가이지, 뛰어난 역사학자 또는 사상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새삼스럽게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관 투자 회사의 최고 책임자다운 저자의 실용적인 자세에서 찾을 수 있겠다. 저자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독자들이 미래 예측 가능성의 확률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인생과 시장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즉 이 저서의 강조점은 새로운 이론의 정립이 아닌 정립된 이론을 어떻게 현실에 실질적으로 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저자는 우선 거시적 관점에서 변화의 사이클을 살핀 후 그 과정에서 찾아낸 변화에 대한 통찰력으로 현재의 우리 세계를 진단하고 그 다음 미시적인 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우리의 삶과 투자에 그 통찰의 지혜를 응용하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직업상 내가 하는 게임은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해서 법칙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지난 5백 년 동안에 대한 연구에서 짐작했겠지만 부와 권력이 크게 성장했다 하락하는 빅 사이클이 있었고 이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부채와 자본시장의 사이클이다.”

저자는 유의해야 할 통계 및 자료로서 성장률, 물가 상승률, 리스크 프리미엄, 그리고 할인율(이자율)을 꼽았다. 이 네 가지는 상호 연계되어 작용함으로써 시장의 흐름을 인도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참고의 말을 남긴다.

1)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과 자국의 건전성을 측정하고

2) 각국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3)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당 결정 요소를 바꿔 보자.

벽돌을 연상시키는 방대한 분량의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결말 부분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하지만 그 숙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통찰의 힘은 절대 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역사의 과정을 통해 인간 세계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통찰의 관점을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변화하는 세계질서>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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