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UN 국가별 수돗물 수질 8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0.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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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생활을 오래하신 분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이 좋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깔다구 유충, 적수 등의 이슈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은 어디 쯤에 있을까요? 한국수자원공사는 “UN 국가별 수질순위 세계 8위”를 강조합니다. 수돗물이 깨끗하다는 자부심을 나타내는 표현이죠. 이 UN 국가별 수질순위는 사실일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UN 국가별 수질순위 8위

한국수자원공사는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53페이지 하단에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 세계 8위, UN, 국가별 수질 순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과학적 정수처리로 수돗물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 한국에선 왜 수돗물을 먹지 않을까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은 각종 언론 기고를 통해 “UN 국가별 수질 지수순위에서 한국의 수돗물 품질 순위는 전 세계 122개국 중 8위다”라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최근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수많은 언론이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서 전하고 있으니까 믿어도 되는 사실일까요? '한국 수돗물 수질 세계 8위'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출처: Water for people, water for life, UNESCO, 2003
출처: 유엔세계수자원개발보고서, Water for people, water for life, UNESCO, 2003

◈20년 전,  '세계 물 개발 보고서'

뉴스톱은 UN 국가별 수질 지수 순위 8위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역조직 부서장은 지역언론에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Water Quali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8위를 기록할 만큼 매우 우수한 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UN은 ‘Water Quality Index’라는 걸 발표한 적이 있을까요?

유네스코가 2003년 발표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water for people water for life), 윗 그림 참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보고서 140쪽 표 6.5에는 수질지표점수 항목이 나옵니다. 122개국의 수질지표에 점수를 매겼는데 한국은 1.27점으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돗물 수질 세계 8위'의 근거를 묻는 뉴스톱의 질의에 대해 이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수돗물 수질’이 아닙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국가별로 담수, 지하수의 질과 양, 하수 처리, 수질 보호 관련법 등을 종합 검토해 지수를 산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보도 내용도 사실과 다릅니다. 평가 대상은 용존산소 등 수질 관련 지표 4개 항목입니다.)

무려 20년전에 나온 ‘수돗물 수질’이 아닌 종합적인 ‘수질’ 자료입니다. 사람들이 마시는 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기보다는 생태계 건전성의 일부로서 ‘수질 오염’을 살펴보는 측면이 강합니다.

여기까지만 살펴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주장하고 많은 언론이 추종하는 ‘UN 국가별 수돗물 수질 지수 8위’는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진: 뉴스톱
출처: Environmental Performance Measurement 사진: 뉴스톱

◈UN이 집계한 순위도 아님

‘UN 국가별 수질 지수’라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유엔수자원개발보고서(2003) 해당 부분 표에는 <Esty and Cornelius, 2002>라는 출처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출처에 해당하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Environmental Performance Measurement>라는 책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본자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116쪽(윗 사진 참조)에는 앞서 언급된 122개국 대상 수질 평가 자료가 표로 정리돼 있습니다. 한국이 1.27점으로 8위를 차지한 그 자료와 동일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했는지도 언급돼 있습니다. 용존산소, 인, 부유물질, 전기전도도를 반영해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 평가의 기초가 되는 수질 측정 지점은 강입니다. 수돗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자료는 UN이 만들어낸 자료가 아닙니다. 다음에 언급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걸 인용한 것일 뿐입니다. ‘UN 국가별 수돗물 수질 지수’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출처:
출처: 2002ESI(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

◈2002년 다른 보고서 찾아보니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펴낸 2002ESI(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의 수질 부문을 살펴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42개국 중 42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해 같은 연구자의 주관으로 평가한 자료인데 순위 차이가 많이 납니다.

2000년대 초반과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그래서 최신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미국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에서 만든 <환경실행지표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살펴봅니다. 마시는 물과 관련해서는 불안전한 음용수(Unsafe drinking water)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은 26위를 기록했습니다. 불안전한 식수로 인해 손실되는 수명으로 측정합니다. 유럽국가들이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일본(20위), 미국(23위)보다 우리나라가 뒤에 서 있습니다. 

땅도 좁고 자원도 없고 사람만 많은 이 땅에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맑은 물’일 텐데요. 소중히 아끼고 지켜야 하겠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열심히 홍보하는 '유엔이 발표한 세계 8위의 수돗물 수질'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2003년 발표된 20년전 수질 지표를 '수돗물 수질 성적'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짓입니다. 게다가 UN이 발표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이 세계 여러나라보다 좋다는 것을 홍보하려면 그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할 겁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년 전의 엉뚱한 자료를 들이밀면서 국민을 호도하는 얼빠진 짓을 그만두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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