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우려" 112신고 전문 공개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2.11.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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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3시간 40분전인 오후 6시대부터 경찰 112로 다수의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러 신고자들이 이태원 곳곳에서 '압사'를 우려하는 내용의 신고를 했으며, 특히 오후 6시 34분에 신고한 최초 신고자는 "압사당할 것 같다", "큰 사고 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망 사고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10시 15분 경이었습니다.

뉴스톱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112센터에 접수된 압사 우려 신고 녹취록 11건을 입수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녹취록 전문을 공개합니다.


1. 첫번째 신고: 오후 6시 34분

신고자는 이태원 해밀턴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에서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는 신고를 했다. 이마트24 이태원해밀턴점은 사망사고가 난 바로 그 지점이다. 정확히 이 앞에서 150여명이 겹겹이 깔려서 죽었다.

신고자는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라고 말하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역에 정차하지 않고 지하철이 통과했으면 좁은 골목에서의 압사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1일 현재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무정차 요청을 놓고 진위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 볼게요"라고 했다.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신고자가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며 지목한 해밀턴 호텔 이마트24의 위치. 바로 이 지점에서 150명이 압사로 사망했다.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신고자가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며 지목한 해밀턴 호텔 이마트24의 위치. 바로 이 지점에서 150명이 압사로 사망했다.

2. 두번째 신고: 오후 8시 9분

두번째 신고에서 신고자는 "여기 사람들이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되서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라며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신고자가 언급한 '풀면하우스'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언급한 이태원역 3번 출구는 사망사고가 난 1번출구앞 골목 대각선에 위치하고 있다.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인파가 몰리서며 오후 8시에도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1차 신고때와 마찬가지로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한번 확인해 볼게요"라고 답했다. 

3. 세번재 신고 : 오후 8시 33분

두번째 신고 접수 24분뒤 세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사고 정황이 훨씬 구체적이 됐다. 신고자는 와이키키 매장앞이라고 했다. '와이키키 비치펍'은 사고가 난 그 골목의 맨 위에 있는 가게다.

신고자는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거 같은데, 위험한데"라고 경찰에 말했다. "쓰러지고 지금 이게 통제가 안돼요. 그니까 여기 길이 삼거리에서 막혀가지고"라고 얘기했다. T자형 삼거리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엉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거였다. 이때 경찰이 투입되어 흐름을 통제하고 일방통행을 유도했다면 정체가 풀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이 시간대에 사고가 난 골목에서 한 여성이 교통 흐름을 통제해서 사람들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영상과 기사가 올라온 바 있다. 경찰이 출동해서 해야할 일을 일반인이 한 것이다.

경찰은 "네 출동해서 확인할게요. 알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10월 29일 오후 8시 33분쯤 세번째 신고자가 지목한 압사 우려 장소인 와이키키 비치펍. 사망사고가 일어나 바로 그 골목 상단이다.
10월 29일 오후 8시 33분쯤 세번째 신고자가 지목한 압사 우려 장소인 와이키키 비치펍. 사망사고가 일어나 바로 그 골목 상단이다.

4. 네번째 신고: 오후 8시 53분

세번째 신고 접수 20분만에 '압사 우려' 네번째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네번째 신고자는 브론즈 라운지에 있다고 했다. 바로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인접한 바(bar)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여 거의"라고 정확히 말했다.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이라고도 덧붙였다.

경찰은 "예예, 경찰 출동할게요"라고 말했다. 

 

10월 29일 오후 8시 53분에 접수된 네번째 신고. 해밀턴 호텔 뒤편 골목에 있는 브론즈바 앞에서 "압사당하고 있다"고 정확히 말했다.
10월 29일 오후 8시 53분에 접수된 네번째 신고. 해밀턴 호텔 뒤편 골목에 있는 브론즈바 앞에서 "압사당하고 있다"고 정확히 말했다.

5. 다섯번째 신고: 오후 9시 정각

네번째 신고 접수 7분뒤 다섯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지금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직전이에요. 다 밀려 가지고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지금 묶여 가지고 대형사고 나기 일보직전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신고자는 처음 위치를 '비손'이라고 말했으나 주변 사람에게 확인한 뒤 '브론즈 옆'이라고 정정했다. 네번째 신고자와 같은 장소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지금 밀려요. 지금 계속. 저는 지금 구조돼 있고요"라고 말했다. '구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네 알겠습니다. 지금 브론즈 앞이라고요"라고 답했다. 

6. 여섯번째 신고: 오후 9시 2분

다섯번째 신고 2분뒤에 여섯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거든요. 이러다가 진짜 사고날 거 같아요. 사람들 다 난리났거든요. 이태원 그, 중앙로...그 이태원"이라고 말했다. 가게 이름을 '와이.일.칠.구'라고 했으나 장소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태원 중앙로라고 한 것으로 보아 이태원역 주변으로 추정된다. 신고자는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7. 일곱번째 신고 : 오후 9시 7분

여섯번째 신고 5분뒤 일곱번째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됐다. 사망사고 70분 전이다. 신고 간격이 짧아진 것으로 보아 상황이 매우 긴박했음을 알 수 있다. 신고자는 "만남의 광장이란 술집쪽인데.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 위기거든요"라고 말했다. '만남의 광장'도 해밀턴호텔 뒤편 골목에 있다. 비슷한 장소에서 계속 구조 요청이 온 것이다. 

신고자는 "사람 다 원웨이(oneway), 일방통행 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일방통행 통제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네 알겠습니다. 출동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10월 29일 오후 9시 7분에 접수된 압사 우려 일곱번째 신고. 신고자가 지목한 '만남의 광장'은 해밀턴호텔 뒤편으로 사망사고 발생 골목과 인접해 있다.
10월 29일 오후 9시 7분에 접수된 압사 우려 일곱번째 신고. 신고자가 지목한 '만남의 광장'은 해밀턴호텔 뒤편으로 사망사고 발생 골목과 인접해 있다.

8. 여덟번째 신고: 오후 9시 10분

일곱번째 신고 3분뒤 여덟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상황이 점점 악화됐고 있음을 신고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다. 신고자는 "할로윈 축제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경찰이 "그니까 위치가 어디에요, 위치가 어디. 상호명을 불러주세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상호명이 아니라 여기 거리 전체가 그렇다고 지금"이라고 답했다. 이미 골목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앞서 많은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은 계속 장소가 어디인지를 묻고 있었다. 접수하는 경찰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신고가 들어갔다면 정보공유가 됐어야 했다.

경찰은 "아, 네 알겠습니다. 경찰관 출동해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9. 아홉번째 신고: 오후 9시 51분

여덟번째 신고 41분뒤 아홉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108힙합클럽이라고 위치를 말했다. '일공팔라운지'는 사고가 난 바로 그 골목 상단에 위치한 술집이다.

신고자는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 통제 좀 나와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나오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여기 오셔서 인원통제좀 해주셔야 될 것 같으세요 빨리 오셔서"라고 여러차례 요구했다. 신고자는 경찰에게 상황의 긴박함을 정확히 알렸다. 이 때가 사망사고 25분전이었다.

경찰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10. 열번째 신고: 오후 10시 정각

아홉번째 신고 9분 뒤 열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이때 신고자가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신고자는 "아 씨X, 신고좀 할라고요. 야 영어로 뭐냐"라고 흥분해서 얘기했다. 신고자는 본인 위치를 '이바돔감자탕 앞에 골목'이라고 했다. 바로 사망사고가 난 골목이다. 신고자는 "여기 지금 이태원 때문에 사람 많잖아요. 예 근데 거기서 아우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애. 통제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사망신고 15분전 상황이었다.

경찰은 "예 출동해볼게요"라고 말했다.

 

10월 29일 오후 10시 정각에 접수된 신고. 이바돔감자탕 맞은편 골목에서 사고 위험을 경고했다. 바로 사망사고가 난 그 지점이다.
10월 29일 오후 10시 정각에 접수된 신고. 이바돔감자탕 맞은편 골목에서 사고 위험을 경고했다. 바로 사망사고가 난 그 지점이다.

11. 열한번째 신고: 오후 10시 11분.

사망사고 직전에 열한번째  마지막 신고가 접수됐다. 4분 뒤 사망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는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예 압사"라고 답했다. "코사인 앞"이라고 말했는데 가게는 특정이 안되지만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보아 사고 골목으로 추정된다. 신고자는 "아~ 아~"라고 신음소리도 냈다.  

경찰은 "예 경찰 그쪽으로 출동할게요"라고 말했다. 


사고에 앞서 무려 11번이나 압사사고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112 신고가 몇시간 동안 접수됐다. 장소도 매우 구체적으로 사망사고 골목을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1번중 출동한 것은 4번뿐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112 신고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휘계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보고는 제대로 됐는지 철저히 진상조사를 해야한다. 지하철역 무정차부터 현장 인원배치, 신고 접수 뒤 대응 등 파악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뉴스톱은 이번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우울감, 트라우마 등의 심리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전화(24시간) ☎ 1577-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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