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문재인, 세금 지원 안되자 풍산개 파양했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1.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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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한 쌍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다고 밝히자, 여권으로부터 "세금 지원이 어렵게 되자 파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졌고 해외언론도 이를 보도하는 등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전후 맥락이 어떻게 되는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북한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반환...세금지원 어려워지자 파양?

이 사실이 조선일보가 7일 오전에 <양산 데려간 '김정은 풍산개'3마리...文, 정부에 파양 통보>라는 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평산마을 비서실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다"고 밝혔습니다. '곰이'와 '송강'은 지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입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풍산개 한 쌍이 법적인 국가소유이자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반환한다고 이유를 명시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이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서 선물한 풍산개 한 쌍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출처: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를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두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심성보 대통령기록관과 오종식 문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이 해괴한 협약서를 작성했다"며 "협약서에는 문 전 대통령이 개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약 250여만원의 풍산개 관련 예산지원 계획이 수립됐으나, 세금 지원이 어려워지자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파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두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환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권성동 의원 페이스북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두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환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권성동 의원 페이스북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한창섭 차관에게 "사실상 파양이 아니냐"고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풍산개 반환을 둘러싼 논란을 <뉴스톱>이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곰이'와 '송강'은 '대통령기록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곰이와 송강은 문 전 대통령이 키우던 반려견 '마루', '토리'와 함께 대통령 관저에서 함께 생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입양한 마루ㆍ토리와 다르게, 북한에서 온 곰이와 송강은 '대통령기록물'로 구분됐습니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 출처: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트위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ㆍ접수한 기록물과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합니다. 또한 제3조(소유권)에는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는 대통령기록물을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이 다가오자, 풍산개 한 쌍의 거취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기자들과의 좌담회에서 "아무리 정상간의 선물이라도 (개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주신다면 잘 키우겠지만, 그래도 동물을 볼 때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게 선물 취지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3월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신분)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한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풍산개를)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나, 반려견을 키워 상황을 잘 아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종의 '배려' 의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지난 3월 28일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신분)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트위터

◈ 국가기록물 위탁 가능케한 '위탁협약서'...예산지원 관련 내용도 담겨

이에 따라 지난 5월 9일, 오종식 문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과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은 '위탁협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 제출받은 협약서에 따르면, 위탁 대상은 북한에서 선물받은 곰이와 송강,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다운'이까지 세 마리입니다. 위탁협약서의 앞면에는 "동물복지를 존중하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체결하는 위탁협약"이라고 명시됐습니다. 뒷면에는 위탁기관이 위탁대상의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합의에 의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풍산개 세 마리의 '위탁비용'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입양이 아닌 '위탁' 받았다고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권성동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 받은 위탁협약서, 출처: 한국경제 보도 <'文 풍산개' 3마리, 신구권력 다툼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전말>

한 마디로 해당 문서는 대통령기록관 측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풍산개 세 마리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한 증거입니다.

 

◈ "퇴임 6개월 지난 지금까지 시행령 개정 진척 없어" vs "입안 과정 기다리지 않은 것"

하지만 위탁협약서로만은 대통령기록물을 전임 대통령에게 수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사실입니다.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대통령선물 중 동물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됨에 따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고 관리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7월) 중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17일 행정안전부장관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공고했다. 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하지만 6월에 입법예고가 된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은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고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 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시행령(대통령령)의 개정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법계획 수립 → ▲법령안의 입안(약30~60일) →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협의(약30일~60일) → ▲입법예고(약40일~60일) → ▲규제심사(약15일~20일) → ▲법제처심사(약20일~30일) →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약15일) → ▲대통령 재가(약7~10일) → ▲공포(약3~4일)

행정안전부 행정기획과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입법예고가 됐고, 부처 협의도 했고, 법제처와 '사전 법제협의'라고 해서 법 문헌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구를 수정해 입법예고를 다시 할 예정이었는데, 현재는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시행령 개정 추진이 중단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면 '시행령 개정안 처리 기간'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선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시행령 개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르게, 2주 만에 시행령이 개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5월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은 입법예고부터 공포까지 모든 절차가 2주 만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속전속결로 시행령을 개정하자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조선일보 "행안부·법제처 반대로 예산 편성 안돼"... 행안부·법제처 "반대한 적 없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풍산개 파양 통보한 사실을 단독으로 내보내며, 새 정부가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문 대통령이 파양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행안부 내부에선 총 250만원 정도의 예산 편성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행안부와 법제처 안팎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편성안이 반년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보도 <[단독] 양산 데려간 '김정은 풍산개' 3마리...文, 정부에 파양 통보>

행정안전부와 법제처는 보도 당일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시행령 개정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법제처는 "풍산개 관리와 관련한 예산 지원에 반대한 바 없다"고 각각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인용한 발언의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행정안전부와 법제처는 공식적으로 풍산개 예산 지원에 대해 반대한 것이 아니라는 발표입니다. 영국의 신문사 <더 가디언>과 뉴스통신사 <로이터>도 조선일보가 보도한 익명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영국 신문사 '더 가디언'은 조선일보가 인용한 익명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기사에 재인용했다. 출처: 더 가디언
영국 신문사 '더 가디언'은 조선일보가 인용한 익명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기사에 재인용했다. 출처: 더 가디언

문서상으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누가 시행령 개정에 반대했는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행안부나 법제처가 반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기사로 논란이 되자 반대한 적 없다고 부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키워왔던 반려견을 파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있고, 조속히 시행령을 통과시키지 않은 윤석열 정부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둘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측과 윤석열 정부측이 '개사육'을 놓고 볼썽사나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측에서 충분히 정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갈등으로 비화된 것이 '정치의 실종'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탁 협약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가 빨리 시행령을 개정해 파양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찌됐든 시행령이 개정이 안됐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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