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참사원인이 민주당 집회때문? 마약수사때문?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1.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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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숱한 사회적 참사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진상규명 작업이 뒤따랐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문책이 있었습니다.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은 말로만 책임을 통감했고, 이런저런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미흡한 진상규명 탓에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은 계속됐습니다. 이번 참사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 명확히 책임을 가리고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서 쏟아지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팩트체크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대통령실
출처: 대통령실

◈ 대통령실·이상민 장관 "경찰은 법·제도적 권한 없다" →사실아님

참사 이틀 뒤인 10월3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전날 물의를 빚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발언을 옹호하면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장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31일에도 굽힘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날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나 논란이 된 전날 발언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전 포착된)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이태원에 모인 시민이 예년 8만~10만에서 이번 13만으로 30% 정도 늘었고, 경찰은 예년 80~100명에서 올해 130여 명으로 40% 증원이 됐다”며 경찰력 배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월 31일 확대 주례회동에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해 이상민 장관의 주장을 사실상 뒷받침해줬습니다.

과연 이들의 말대로 경찰은 권한이 없을까요? 우리 법률은 경찰관이 인명 사고 우려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2.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3.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③ 경찰관은 제1항의 조치를 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소속 경찰관서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④ 제2항의 조치를 하거나 제3항의 보고를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의 태도가 바뀝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비공개로 진행됐던 발언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경찰의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냐?"며 질타했습니다. 이게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맞다면 "집회 시위가 아니라면 경찰에게 국민 통제 권한이 없다"고 밝혔던 청와대 관계자 먼저 문책하는 것이 도리인 걸로 보입니다.

출처: 국민의힘
출처: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집회에 경찰 투입된 뒤 이태원 참사 벌어져" → 집회시위 사고 직접 원인 아니라고 경찰이 밝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것, 진정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인가. 이태원사고가 발생한 10월 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 대회가 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집회에 ‘이심민심’이라는 단체가 최대 81대의 버스를 동원했다. 민주당 조직도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면서 참가자를 동원해 왔다. 서울 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이 집회에 질서 투입되었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정권 퇴진 촉구 집회 경비에 투입됐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뉘앙스 입니다. 

이에 대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7일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이 부족해서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현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판단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 판단이 문제였지 경찰 인원이 모자라서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경찰 지휘부가 스스로 짚었습니다.

게다가 참사현장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대통령이 입주하지 않은 한남동 관저에는 202경비단 3개 중대, 약 180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용산서장이 (경비경력 이동)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참사가 발생하기 전 이미 모든 집회가 종료됐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 기동대와 의경부대도 해산하고 모두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출처: MBC 뉴스 캡처
출처: MBC 뉴스 캡처

◈이만희 의원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정당 관계자" →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 

이만희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7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각시탈 쓴 사람들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들 확실하게 규명돼야 된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수성향의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기획 테러설이 유포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유튜브와 SNS상에는 '각시탈(분장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밀기를 반복했다', '아보카도 오일을 바닥에 뿌렸다' 등의 루머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김동욱 대변인은 7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이라는 술로 확인했다"며 "각시탈의 경우 소환조사를 통해 혐의점을 확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YTN뉴스 캡처
출처: YTN뉴스 캡처

◈ 김의겸 의원 "마약범죄 단속 집중해 참사 막지 못했다" →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마약범죄 단속에 집중하느라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언론에서) 나온다"며 "서울경찰청장의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 지시사항을 무겁게 받아들여서 마약단속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마약과의 전쟁의 시발점은 한 장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다보니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뉘앙스입니다. 

용산경찰서가 참사 당일 현장에 파견한 경찰 인력 중 상당수가 마약단속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용산서가 당일 투입한 경찰관 137명 가운데 형사과 인력이 50명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참사 발생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나타났고, 112 신고도 빗발쳤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미숙한 초동 대응으로 참사를 막을 기회를 날렸습니다. 사전에 용산구청이 치밀하게 혼잡 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경찰도 과도한 혼잡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은 지엽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약단속에 투입되는 형사과 소속 경찰과 집회관리에 투입되는 경비과나 정보과 소속 경찰은 역할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서울 용산서 정보과 직원이 참사 사흘전인 10월 26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정보과장에게 제출하면서 핼로윈 축제에 정보 경찰관을 현장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보과장은 "당일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하라"면서 보고를 묵살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점을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일 "(경찰관) 137명이 못 할 상황이 아니에요. 추가로 서울경찰청에서 인원이 보강되거나 용산서에서 비상을 걸어서 경찰관들이 추가로 오지 않아도 충분히 그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데, 이게 도대체 왜 안 이루어졌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도 지금 이루어지겠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지휘부와 지자체장의 현장 판단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고 그 배경에는 대통령실 경호에만 매진했던 경찰의 충성경쟁이 있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마약수사때문에 참사 대응이 늦었다는 주장은 타당해보이지 않습니다. 

뉴스톱은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우울감, 트라우마 등의 심리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전화(24시간) ☎ 1577-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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