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경제성장률 떨어진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11.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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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미디어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 보수는 왜 이리 무능한가>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중앙일보 기사로 보이는 제목 이미지와 기사 링크, ‘역대 민선 정부의 1인당 GDP’를 비교한 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시물은 보수정부때보다 진보정부때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이 약 4배 가량 더 증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표를 근거로 네티즌들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온라인커뮤니티 게시물 갈무리
온라인커뮤니티 게시물 갈무리

◈ '한국 보수는 왜 이리 무능한가' 중앙일보 칼럼은 실재, 표는 추가된 것

이미지 속의 기사는 중앙일보 2016년 5월 5일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연세대 박명림 교수의 칼럼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에 한정해 민주화 이후 보수와 진보정부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자. 그럴 때 무능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무능해도 크게 무능하다. 개별 정부를 비교하건 보수정부 둘(김영삼·이명박)과 진보정부 둘(김대중·노무현)의 평균을 비교하건 보수가 앞선 지표는 없다. 진보가 유리한 민생·복지·평등 지표가 아니라 보수가 주력하는 성장·수출·외환·주가 부문조차 진보정부가 훨씬 유능하다. 외환위기도 보수정부 때였다.”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박 교수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지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가 칼럼에서 소개한 지표는 ‘경제 성장률’, ‘수출 증가율’, ‘외환보유 증가액’, ‘외환보유 증가율’, ‘주가 상승률’,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율’, ‘취업자 증가율’, ‘최저임금 인상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입니다.

하지만 이 칼럼에는 위 이미지에서 보이는 '역대 민선 정부의 1인당 GDP' 표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 표는 2019년에도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것인데 문재인 정부 지표가 추가된 버전입니다. 

2019년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역대정권 1인당 GDP 증가액' 이미지. 2022년에 비슷한 버전이 다시 돌고 있다.
2019년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역대정권 1인당 GDP 증가액' 이미지. 2022년에 비슷한 버전이 다시 돌고 있다.

◈ 정권별 소득증가액은 GDP가 아닌 GNI, 달러화가 아닌 원화 표시로 봐야

<뉴스톱>을 즐겨보시는 독자라면 ‘역대 민선 정부의 1인당 GDP’ 표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스톱>은 2019년 1월 31일 <[팩트체크] 진보정부 때 보수정부보다 1인당 GDP 증가 4배 높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내용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검증 결과를 요약하면, 표에서 제시한 숫자는 대체로 사실이지만 경제성장을 보기 위해선 달러화 표시 1인당 GDP(국내총생산)이 아니라 환율변화를 통제한 원화표시 1인당 GNI(국민총소득)로 볼 필요가 있으면 이 경우 역대 정권간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GDP를 달러화로 표시하면 국가간 비교는 용이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한 국가의 경제력이 급등락하는 등 '춤을 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10월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3590달러로 일본(3만4360달러)과의 격차가 770달러 차이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원화 약세에 따라 지난해 3만5000달러에서 4% 줄었습니다. 일본은 달러대비 엔화가치는 더 많이 하락한 영향으로 1인당 GDP 감소폭이 한국의 3배(12.6%)에 달합니다. 

반면 환율 요인으로 인해 대만은 올해 한국·일본을 모두 제치고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1인당 GDP(3만5510달러)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를 근거로 동아시아 3국 중 대만의 1인당 소득이 가장 높다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환율을 통제하면 보수·진보정권 구분없이 꾸준히 성장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그래서 한 국가 경제성장률은 해당 국가의 통화를 기준으로 매년 증가액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계산합니다. 환율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경기와 환율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권별 비교를 위해선 환율을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019년 기사에서는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1993년부터 2017년까지의 1인당 GDP를 달러와 원화로 각각 비교했습니다.(위 이미지) 달러로 표시한 그래프는 보수정부 시기보다는 진보정부 시기에 더 많은 상승폭을 보이지만 원화로 표시할 경우 같은 기간 동안 거의 균등한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또한 GDP는 한 국가의 경제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국민들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알아보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알아보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1인당 GNI(Gross National Income : 국민총소득)입니다.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로, 이 지표에는 자국민(거주자)이 국외로부터 받은 소득(국외수취요소소득)은 포함되는 반면 국내총생산 중에서 외국인(비거주자)에게 지급한 소득(국외지급요소소득)은 제외됩니다.

이미지 출처: 국가지표체계
이미지 출처: 국가지표체계

국가지표체계를 통해 1960년부터 2021년까지의 원화기준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을 살펴보면(위 이미지),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9~1980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1998년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09년에 하락을 보였다가 회복했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국제적인 위기가 닥쳤던 시기를 제외하면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꾸준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경제성장률에서 진보정부와 보수정부가 차이가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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