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설치, 헌법·법률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2.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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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2월 23일 극적으로 '2023년 정부 예산안'을 합의해 통과시킴으로써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은 봉합됐습니다. 하루 앞선 22일에 헌법재판소는 경찰위원회가 제기한 경찰국 신설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경찰국 신설 불법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치하던 상황에서 헌재가 정부측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반드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기 힘듭니다. 

경찰국 논란이 지속되던 지난 19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9 "경찰국 설치는 헌법과 법률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헌법에 따르면 행정 각 부는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고, 그 다음에 각 부의 실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국 신설 논란의 쟁점을 뉴스톱이 정리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경찰 치안역령 및 책임성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이후 경찰국 설치의 위법성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헌법과 법률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고 답했다. 사진=행정안전부

◈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 논란 과정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1991년 치안본부가 폐지되면서 내무부 외청으로 경찰청이 설립된 지 32년 만입니다. 경찰국이 출범하기 한 달 전,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개정령안의 핵심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신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을 증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날 중요 정책에 대해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행안부령)'도 입법이 예고됐습니다. 

경찰국이 출범하기 한 달 전인 7월, 행정안전부는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을 입법 예고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신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진=국민참여입법센터

4일간 입법예고를 거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당시 야당과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정부 조직을 바꾸려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표는 "4일간의 초단기 입법예고 기간에 이어 요식행위로 점철된 시행령 개정 의결"이라며 "상위법 근거도 없는 위법적 결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기존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를 독립적 외청인 경찰청으로 승격해서 오늘에 이른 역사적 흐름을 크게 거스른다"며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적법절차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완규 법제처장은 "경찰국은 법적 근거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기구"라며 일부개정령(대통령령)안이 적법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 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여야, 헌법ㆍ법률 해석은 어떻게 다른가

정부와 국민의힘은 행안부 산하 경찰국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치된 기구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경찰국 설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 통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ㆍ여당과 야당이 내놓은 근거를 살펴보면, 모두 동일한 법명을 언급하지만 다른 법조항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여야의 법 해석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규범은 최상위 법인 '헌법'과 법률에 해당하는 '정부조직법'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통해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미지 제작: 뉴스톱)

① 정부조직법 34조 vs 7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제34조1항과 5항(아래 참고)을 통해, 치안 사무는 행정안전부의 사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제34조(행정안전부) ①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행정능률, 전자정부, 정부청사의 관리,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ㆍ재정ㆍ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조정, 선거ㆍ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ㆍ총괄ㆍ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⑤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1항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장하는 사무 범위를 규정했는데, 어디에도 '치안'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또 5항에 따르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경찰청'을 따로 두고 있기 때문에, 경찰국을 신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맞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법 제7조1항과 4항(아래 참고)으로 반박했습니다. 

제7조(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 ①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경우에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 

행안부 장관은 4항에 따라 치안사무를 관장하는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34조1항에 '치안'이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경찰국을 둘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법제처는 지난 8월 장관(행안부장관)과 외청(경찰청)의 지휘ㆍ감독 관계를 강조하며, "경찰청이 외청으로 분리되기 전에 치안국(본부)은 장관이 직접 경찰관청이 되어 치안업무를 관장하였고 장관이 보통 경찰행정 기관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② 헌법 96조 vs 95조

우리나라의 최상위 법인 '헌법'을 두고도 여야의 해석이 갈립니다. 야당은 헌법 96조(아래 참고)를 통해 행정 각부를 설치할 때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에 윤희근 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가 이뤄졌을 때도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헌법 96조를 언급하며 "경찰국 설치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96조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이번에 제ㆍ개정된 안은 각기 '대통령령'과 '행안부령'으로, 상위법령인 법률을 고치지 않은 채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설치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제75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는데, 이번 제정안은 법률로 정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했다는 겁니다.

상위 법률을 따르지 않았다는 야당의 지적에 여당 측에서는 대통령령(시행령)과 부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은 헌법에 규정된 행위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헌법 95조(위 참고)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부령을 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청장이 중요 정책사항에 대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이번 규칙안(행안부령)은 적법하다는 주장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모두 '정부조직법'과 '헌법'을 공통적으로 내세우지만, 서로 다른 하위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들이 언급한 조항만을 살펴보면, 양당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법해석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법기관이 아닌 이상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법령의 해석을 둘러싼 충돌은 법조계에서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해묵은 논쟁이기 때문입니다.

 

◈ 헌재가 행안부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22일 경찰위원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습니다. 앞서 경찰국이 출범하자 경찰위는 행안부령인 '행안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이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10조 1항은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주요 정책사항은 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받도록 규정하는데, 행안부가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경찰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법률에 의해 설치된 경찰위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에 정해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제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헌법재판소에 묻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경찰위원회는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청구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통령 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헌재는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아니라며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각하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헌재가 행안부 손을 들어줬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본안 검토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별도 헌법소원이 청구될 경우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소송중인 당사자만 청구할 수 있고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이 선행되어야 하기때문에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신청이 쉽지 않습니다. 반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의 경우 법률이나 시행령에 의해 자신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현직 경찰이나 시민이 경찰국 신설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재는 다른 구제절차의 최종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합니다. 


경찰국 신설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야 의견이 엇갈립니다. 또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을 각하했지만 본안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어,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시행령(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에 해당하는 행정입법이 자칫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회 법제실은 지난 2020년 의회의 고유한 입법기능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행정입법 수권의 한계를 지켜야 하고, 국회는 행정부가 행정입법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지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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